주간동아 631

2008.04.15

최진실, 망가질수록 빛나는 여인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입력2008-04-11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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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실, 망가질수록 빛나는 여인

    뽀글뽀글한 파마 머리에 뿔테안경을 쓴 최진실. 이런 최진실이 회를 거듭할수록 아름답게 변신하는 모습도 ‘내 생애…’를 보는 색다른 재미다.

    ‘명불허전’이란 말이 딱 맞는다. 불혹의 연기자 최진실이 요즘 들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몸을 던져 열연하는 MBC 주말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극본 문희정·연출 이태곤)을 통해 최진실은 전성기 부럽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역시 최진실이다’라는 의견이 쉴새없이 올라온다. 그녀에 관한 온라인 기사 댓글에서도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겁다. 1990년대 초 ‘국민 요정’으로 불린 최진실의 저력이 10년이 훌쩍 지난 뒤에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최진실이 꺼내든 카드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중년의 트렌디 드라마다. 억척스러운 아줌마 선희(최진실 분)가 이제는 톱스타가 된 첫사랑 재민(정준호 분)과 만나 20년 만에 가슴 떨리는 사랑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극 중 둘의 나이는 서른아홉 살. 실제 올해 마흔을 맞은 최진실은 현실과 드라마를 절묘하게 연결하며 시청자들에게 ‘현실적인’ 로맨스를 선물한다.

    남녀가 엇갈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진부한 트렌디 드라마가 아닌 까닭에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때론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거친 주인공들이지만, 이들이 만드는 사랑은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최진실은 1992년 출연한 드라마 ‘질투’부터 ‘별은 내 가슴에’까지 90년대 트렌디 드라마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그녀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하는 청춘 스타로 전성기를 누리더니, 40대에 접어들어 또다시 중년의 트렌디 드라마로 인기를 얻는 행운을 안았다. 더불어 트렌디 드라마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라는 사실까지 증명했다.



    하지만 이 행운은 최진실을 비켜갈 뻔했다. 그녀는 올해 큰아이 환희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엄마 역할에 충실하고자 활동을 줄일 생각이었다. 지난해 출연한 일일드라마 ‘나쁜 여자 착한 여자’로 소비한 에너지를 채울 시간도 필요했다.

    그러다 우연히 받아든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대본이 최진실의 마음을 빼앗았다. 최진실은 단순히 출연을 결정하는 데서 한발 나아가 상대역으로 정준호를 적극 추천했다. 결국 그녀의 감각은 적중했다. 잘생긴 외모에도 유독 드라마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정준호는 이번 드라마에서 ‘훈남’ 이미지를 더하며 친숙한 연기자로 도약할 수 있었다.

    억척 아줌마 연기로 제2 전성기

    최진실이 심하게 망가지는 모습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 최진실은 보험금을 노리고 산부인과에서 요실금 수술을 해달라며 떼를 쓴다. 또 목욕 장면에서는 섹시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참 벗어나 때가 많이 나와 하수구가 막히는 살신성인적 연기마저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장염으로 ‘실례’를 한 정준호의 속옷까지 빤다. 연기에서만큼은 거리낌이 없는 행보다.

    방영 초기 보기에도 민망한 파마 머리에 뿔테안경을 쓰고 등장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최진실은 회를 거듭할수록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옆에서는 톱스타가 된 첫사랑이 물심양면 최진실을 돕는다. 차츰 신데렐라로 변하는 최진실의 모습은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이야기가 탄력을 받자 시청률도 움직였다. 초반 10% 안팎에 머물던 시청률이 방송 4주차 만에 16.6%(TNS미디어코리아 집계)까지 올랐다. 같은 시간 SBS에서 ‘행복합니다’와 ‘조강지처 클럽’을 연달아 방송하면서 힘겨운 경쟁을 예고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눈길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로 몰리고 있다.

    전성기를 추억하는 동시에 중년의 로맨스라는 새로운 가능성까지 연 최진실. 그녀의 연기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왕년의 스타이자 중년의 스타로 거듭난 그녀를 바라보는 대중의 눈빛이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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