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1

2008.04.15

네 개의 방, 서로 다른 시선

  • 류한승 미술평론가·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입력2008-04-11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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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개의 방, 서로 다른 시선

    이소정 ‘늠름한 탄생’

    최근 여러 미술관이 참신한 신인작가를 찾아 소개하는 청년작가 발굴전을 기획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 부산시립미술관의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광주시립미술관의 ‘청년작가 초대전’ 등 다채로운 전시가 한창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2004년부터 격년제로 ‘Selected eMerging Artists’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미술을 바라보는 네 가지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전시장을 4개의 방으로 나누고 4명의 큐레이터가 총 25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4명의 큐레이터가 선정한 작가 25명의 작품 전시

    첫 번째 방의 제목은 ‘선과 색의 울림’이며, 강연희 라유슬 우윤정 이경 이현주 하비비가 참가했다. 이 방의 작품들은 조형언어의 기본인 선과 면, 그리고 색채를 강조한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들의 작품은 구체적인 형상을 드러내지 않으며 오히려 기하학적 추상의 형태를 띤다. 선과 색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조화와 시각적 즐거움이 인상적이다.

    두 번째 공간은 ‘일상의 발견’이다. 강현덕 서지선 이단비 이동주 이상미 장석준은 우리 주변에서 사소한 소재와 물건을 선택하고 그것을 예술적 감수성으로 가공해 흥미로운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방의 작가들은 ‘일상의 연금술사’가 되어 평범한 사물을 특별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세 번째 코너는 ‘물로 쓴 슬로건’이다. 과거의 민중미술이 ‘피’로 상징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내 증발해버리는 ‘물’은 개인주의와 현실 순응이 만연한 후기 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지칭한다. 박종호, 신기운, 아이잭 신, 오재우, 이준용, 정윤석이 참가해 풍자적이고 기발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네 개의 방, 서로 다른 시선

    김재옥 ‘정신세포-욕망’

    네 번째 섹션은 ‘상상의 틈, 괴물 되기’다. ‘되기’라는 용어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것으로, 자기를 비우고 고정적인 것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것과 소통·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킴을 뜻한다. 김재옥 서고운 성유진 이서준 이소정 이승현 유지현은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해 낯선 이미지들을 생산함으로써 세상의 또 다른 개체들과 접속하고자 한다.

    요즘 미술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우리 미술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에 따라 판매가 수월한 평면 작업이 각광을 받아 장르가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서양, 동양화뿐 아니라 비디오, 설치, 사진, 개념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해 현대미술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6월15일까지, 문의 02-2124-8800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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