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1

2008.04.15

서울의 봄 수놓을 ‘천상의 소리’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8-04-11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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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봄 수놓을 ‘천상의 소리’

    4월22일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라자티코의 포도와 올리브를 재배하는 가정에서 태어난 소년은 마리오 델 모나코 같은 테너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열두 살 때 친구들과 축구하다 머리를 다친 그는 시각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소년이 앞을 볼 수 없게 되자 가족들은 그의 미래를 걱정하며 음악보다는 법학을 전공하기를 권유했다. 음악이 더 좋았지만 그는 가족의 뜻을 따라 변호사가 되었고, 소년 시절의 꿈과는 아주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이는 놀랍게도 우리가 ‘천상의 소리’를 가진 테너로 기억하는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의 이야기다. 보첼리는 장애를 딛고 변호사가 되었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을 마음속에 묻어둘 수만은 없었다. 뒤늦게 여러 스승에게 수업을 받으며 차근차근 어린 시절의 꿈을 향해 나아가던 그는 1994년 산레모 가요제에 참가해 ‘고요한 저녁 바다(Il Mare Calmo Della Sera)’로 신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후 그의 음악적 성취는 상상을 초월한다. 데뷔앨범 ‘로만차’ 이래 모두 6000만장의 음반을 판매했고, 팝과 클래식의 경계를 허물며 팝페라의 영역을 확장했다. 사라 브라이트먼과 듀엣으로 부른 ‘Time to Say Goodbye’, 셀린 디옹과 함께 불러 골든글로브 최고 주제가상을 받은 ‘The Prayer’ 등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노래들이다.

    보첼리가 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온다. 그는 4월2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오페라 아리아와 이탈리아 가곡을 선보인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가운데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가운데 ‘축배의 노래’, 가곡 ‘오 솔레 미오’ 등으로 봄밤을 화려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게스트 보컬리스트로 팝가수 헤더 헤들리, 소프라노 마리아 루이지아 보르시, 바리톤 지안프랑코 몬트레소가 출연한다. 문의 인터파크 1544-1555, ㈜옐로우나인 3444-9969

    서울의 봄 수놓을 ‘천상의 소리’
    “나는 이 작품을 네 살 되던 해부터 한 번에 두 마디씩 익혀나가기 시작했는데, 결국 이 작품의 지적이며 감성적이고 영적인 힘들은 일생에 걸쳐 내게 도움을 주었다.”



    중국계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첼리스트인 요요마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두고 한 고백이다. 이 곡들은 바흐가 1717~1723년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며 모두 6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150년 이상 잠들어 있던 이 곡을 발견한 이는 스페인 출신의 위대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다. 열세 살 때 바르셀로나의 어느 고서점에서 이 악보를 발견한 카잘스는 12년간 혼자 연구한 뒤 이를 세상에 내놓았다.

    모든 첼리스트에게 무반주 첼로 조곡은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그만큼 연주자들에겐 어려운 곡이지만, 감상자들에겐 영혼을 울리는 감동을 안겨준다. 카잘스뿐만 아니라 로스트로포비치, 미샤 마이스키 등 수많은 첼리스트들이 경쟁적으로 독특한 해석을 선보여왔다.

    요요마는 1984년 이 곡들을 처음 녹음했고, 1997년 재녹음한 음반의 ‘리팩 버전’이 최근 재발매됐다. 여기에는 요요마가 정원 디자이너, 영화감독, 안무가 등 다른 분야 예술인과 협력해 만든 6부작 영상물 ‘바흐로부터의 영감’의 일부를 담은 보너스 DVD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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