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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의 ‘밤의 경제학’

사행성 게임기는 잘만 도네

사행성 게임기는 잘만 도네

‘바다이야기’가 휩쓸고 간 지 2년. 이젠 두 집 건너 하나라는 말까지 나왔던 게임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관계 로비의혹까지 불러온 바다이야기, 황금성, 오션파라다이스 같은 이름도 이제는 흘러간 옛이야기가 됐다. 경찰청 앞마당을 가득 메웠던 압수 게임기들은 교육용 컴퓨터로 재활용돼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들에 나눠졌다.

며칠 전, 기자는 한때 사행성 게임의 메카로 불리던 경기 일산 일대와 서울 장안동 지역을 돌아봤다. 불법 게임장이 없어진 유흥가의 요즘이 궁금해서 나선 발걸음. 그러나 ‘없어졌다’고 믿었던 게임장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게임장을 홍보하는 광고 전단지가 버젓이 거리를 메운 모습은 충격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전단지를 아무리 찾아봐도 게임장 위치는 표시돼 있지 않았다. 여러 개의 휴대전화 번호만 적혀 있을 뿐. 이건 대체 뭘까.

전화를 걸었더니 상대편은 대뜸 “아이디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왔다. 잠시 머뭇거리자 전화가 곧 끊겼다. 그리고 다시는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어렵사리 만난 업계 관계자는 그 ‘사연’을 이렇게 말했다.

“영업을 막 시작한 업소다. 이미 자리를 잡고 단골고객을 확보한 업소들은 전단지 같은 걸 뿌리지 않는다. 문자메시지로 손님들에게 장소를 알려준다. 보통 1~2주 단위로 장소를 옮겨가며 영업하기 때문에 이들을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



그야말로 게임장의 진화였다. 과연 사법당국은 이러한 불법 게임장의 실태를 알고는 있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요즘도 사행성 게임산업이 ‘성황’이라고 말한다. 아니, 더 지능적이고 규모가 커졌다는 전언이다. 예약을 받아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필요에 따라 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을 겸하는 업소도 늘고 있다는 것. 이런 식의 업소는 일산 일대에만 이미 수십 곳이 넘는다고 한다.

상황이 이 지경임에도 정부는 사행성 게임시장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사행성 롤 게임은 완전히 사라졌으니 이제는 청소년 게임시장을 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유명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사행성 게임으로 분류,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일을 정부는 열심히 홍보한다.

한때 사행성 게임장의 연간 시장규모는 드러난 것만 4조~5조원에 달했다. 아마도 이중 상당 부분은 지금도 지하로 숨어들어 몸집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연타’를 좇는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사행성 게임기는 지금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규모조차 알 수 없게 된 대한민국의 블랙홀, 이 답답함을 대체 누구에게 호소해야 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주간동아 2008.04.15 631호 (p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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