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1

2008.04.15

미녀는 즐거워!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4-07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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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이나 붉은 꽃은 없다, 꽃의 화사함은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의 옛말이지요. 제아무리 화려한 아름다움이나 권력도 결국은 오래가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옛말이 틀리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하기야 100일간이나 붉게 핀다는 백일홍(百日紅)도 일찍이 있어왔지만….

    정치의 계절에 웬 때아닌 ‘미(美) 타령’이냐고요? 그럴 만한 까닭은 충분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름다움은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지요.

    무릇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가 권력입니다. 국민 간 이해(利害)를 조정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면 남을 지배하거나 복종시킬 수 있는, 합법적으로 공인된 힘을 반드시 갖춰야 하지요.



    권력을 다투는 건 인간 본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권력투쟁을 가장 우아하게(?) 축약하고 포장한 형태가 바로 선거제도 아닐까요. 정당의 궁극적 목표가 정치권력 획득에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문화평론가 안이영노 씨는 아름다움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따져본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이제는 진위(眞僞)와 선악(善惡) 대신 미추(美醜)가 중요해진 시대다. 이는 결과로 증명하고, 물질로 승부하고, 돈으로 존경을 사는 현대사회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럴 때 아름다움은 치명적 재능을 넘어 차가운 능력이 되고, 그 자체가 권력이 된다.”

    적합한 분석인 듯합니다. 인간의 진정한 매력이 외적인 아름다움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닌데도, 선거철 유권자들이 눈여겨보는 게 공약이 아니라 후보자의 외모라는 사실은 4월 초의 싸늘한 공기만큼이나 우리를 뜨악하게 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화무십일홍’에 불과한 미모(美貌)를 끊임없이 수혈하는 시스템을 가동함으로써 정치권력을 재생산하려는 신종(新種) 정치풍토가 쉽게 ‘철 지난 유행가’가 될 성싶지는 않습니다.

    고로 6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대박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제목은 틀렸습니다. 미녀는 괴롭지 않습니다. 되레 즐겁기만 합니다. ‘미인 불패(美人不敗)’ 시대, 미(美)는 권력으로 향하는 비상구이기 때문입니다.

    미녀는 즐거워!
    예외는 규칙을 위해 존재한다던가요? 미추의 구분이 또 하나의 중요한 ‘규칙’으로 통하는 시대이니만큼 저 또한 ‘예외’에 속하고 싶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범인(凡人)이기 때문일까요? 아, 분명 못생기진 않은 외모(!?)지만, 3주째 저를 괴롭혀온 다래끼부터 짜내야겠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똑똑한 사람이고 싶습니까, 예쁜 사람이고 싶습니까?

    편집장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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