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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0·4 공동선언 ‘채권추심단’ 띄운다

盧정부와 합의사항 ‘약속이행’ 요구 … 비료 제공 - 이산가족 상봉부터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北, 10·4 공동선언 ‘채권추심단’ 띄운다

北, 10·4 공동선언 ‘채권추심단’ 띄운다

지난해 10월2일 최승철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오른쪽)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말쑥한 인상의 최승철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신북풍(新北風)의 바람잡이였다. 최 부부장은 이해찬 전 총리와 ‘핫라인’을 구축했으며, 지난해 5월 방북(訪北)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코가 비뚤어지게’ 폭탄주를 마시는 모습도 지켜봤다. 지난해 10월2~4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실무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런데 요즘 최 부부장을 둘러싼 소문이 흉흉하다. 그는 한국의 대통령선거 이후 평양의 공식석상에서 사라졌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16일) 축하 행사를 보도한 화면에도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 최 부부장의 직무정지설(說)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까닭이다. 어쨌거나 북한의 대남라인은 ‘지금’ 곤혹스러운 처지다.

통일전선부 산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는 지난해 11월 시작된 평양 내부 감사에서 시쳇말로 ‘박살’이 났다. 또 다른 통일전선부 조직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도 마찬가지다. 정운업 민경련 회장은 자기 집에 횡령한 뭉칫돈을 숨겨놨다가 발각돼 북한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실무 담당

개성의 골프장 건설 사업과 관련된 횡령사건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이번 사정은 통일전선부로도 번졌는데, 최 부부장의 연루 의혹도 불거졌다고 한다. ‘노동당 내 부패 일소’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사정은 3월 중 마무리되며, 최 부부장도 그간 남북 협상의 이면사를 조율한 당사자로서 역할이 남아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요구한 40만t의 식량 지원이 시행되지 않은 데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 ‘부실어음’을 날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김정일 회담의 합의사항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부부장이 앞으로 맡을 임무 가운데 하나는 ‘부실어음’을 ‘현금화’할 이른바 ‘채권추심단’의 실무 노릇이 거론된다. 평양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삼가면서도 10·4 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6·15 공동선언의 실천 강령인 10·4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투쟁을 힘차게 벌여나가야 한다”(평양방송)는 것이다.

평양은 10·4 공동선언은 남과 북의 수뇌가 합의한 서류라는 점에서 ‘약속 이행’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평양은 또 전례대로 ‘이산가족 면담 행사’를 남측에 ‘주는’ 수준에서 쌀과 비료를 ‘받으려’ 할 것이다. 서울이 인도적 지원과 납북자 문제를 연계할 경우, 평양은 “10·4 공동선언의 약속을 먼저 지켜라”면서 어깃장을 놓으리라는 분석이다.

‘전임 정권’이 합의한 문서를 ‘후임 정권’이 내던지는 것은 정상적 외교 관계에선 결례다. 개성공단도 절름발이인데 해주특구를 서둘러 ‘약속하고’, 현장도 제대로 둘러보지 않은 채 조선협력단지를 ‘합의한’ 노무현 정부의 ‘부실어음’은 남북 간 내교(內交)에 불협화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라인과 북한의 대남라인은 ‘비료 제공-이산가족 상봉’을 엮은 남북대화로 첫 대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료 지원은 1~3월 남북 간 협의가 이뤄져 3~4월 배송이 시작되곤 했다. 그동안 이면대화를 주관한 최 부부장이 어떤 형태로든 실무를 맡을 것으로 보이는 평양의 ‘채권추심단’은 이때부터 본격 가동할 전망이다.



주간동아 2008.03.11 626호 (p16~16)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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