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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한반도 대운하

물길 지나는 중부내륙 기대는 ‘넘실’ 걱정은 ‘출렁’

운하건설 최대 수혜지 벌써 후끈 … 모두가 개발 이익 얻을 수 있나

  • 문경·충주·여주=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물길 지나는 중부내륙 기대는 ‘넘실’ 걱정은 ‘출렁’

물길 지나는 중부내륙 기대는 ‘넘실’ 걱정은 ‘출렁’

문경새재 조령관에 모인 대운하 지지자들.

“이제는 ‘조령(鳥嶺)터널’이 확정된 셈인가?”

“그렇지. 이재오 의원이 여기서 출판기념회까지 연다는데….”

1월5일, 나는 새도 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 조령관 제3문. 산 중턱에서 예정된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가던 두 중년 남성의 대화 내용 가운데 일부다.

KBS 대하사극 ‘무인시대’와 ‘왕건’을 촬영한 장소였던 이곳은 산 정상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도록 등산로가 매끈하게 포장돼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산 아래에서부터 정상까지 수km에 걸쳐 100여 대의 관광버스와 차량들이 몰린 탓에 등산로는 한동안 북새통을 이뤘다.

“1만여 명은 되겠는데요.” 등산로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혀를 내두르며 “조령이 생긴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단언했다.



조령산 가로지르는 20.5km 터널 수로

십수 명의 국회의원과 인근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인터넷 팬카페 회원, 각종 대운하연구회 회원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연단에 오른 이 의원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자전거로 대운하 구간을 답사한 뒤 ‘물길 따라가는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펴낸 터다.

“이곳 조령은 매우 의미심장한 땅입니다. 빗물이 남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되고 북쪽으로 흐르면 한강이 됩니다. 따라서 이곳만 연결하면 바로 운하가 되는 것입니다. 한반도 대운하의 계기가 되는 가장 어려운 고지이자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발 이 당선인과 저에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물길 지나는 중부내륙 기대는 ‘넘실’ 걱정은 ‘출렁’

여주 시내에 내걸린 대운하 찬성 플래카드.

서울에서 왔다는 한 지지자는 ‘영남산악회’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물이라는 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자원 아닌가요. 나라를 위해 치수(治水)를 하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아마도 첫 삽을 뜨는 날은 전 국민 축제의 날이 될 거예요. 충청과 호남운하도 같이 하겠다는 거잖아요.”

적어도 이곳 소백산맥 자락에서 대운하 만능론을 펼치고 있는 이 의원에게 ‘미친놈’이란 소리를 건넬 사람은 없을 듯했다. 한때 대운하 건설에 회의적이던 박근혜계 정치인들까지 대거 몰려와 이 의원을 칭송하는 광경이 이색적이었다.

대운하가 건설되면, 조령산을 가로지르는 20.5km의 터널 수로가 놓이게 된다. 충북 충주에서 고인 물이 이 터널을 통과해 낙동강 지류 영강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배가 통과하기 위해선 너비 50m가량의 대형 터널은 물론, 환기를 위해 산맥 곳곳에 환기구도 설치해야 한다. 이를 놓고 한편에선 “백두대간에 구멍 내고 물길을 뒤바꾸는 생태계 파괴의 극치”라고 비난하지만, 대운하 지지자들은 “현대 기술로 넘지 못할 산은 없다”는 반응이다.

조령에 몰린 정치인들은 그렇다 치고, 경북 문경 주민들은 과연 어떤 입장일까? 주민등록상 거주인구 7만명의 문경시는 대낮인데도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한때 16만명에 달하던 인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기만 한다는 한탄이 귀에 꽂힌다.

“탄광도시였던 문경의 활로는 이제 관광산업이에요.”

실제로 문경시 곳곳에서는 콘도와 대기업 연수원들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지역에서 십수 년간 농업에 종사했다는 박경환(43) 씨는 운하에 대한 의견을 묻자 “수몰지역만 많지 않으면 운하든 뭐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간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의 한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하지만 중앙정치의 흐름을 잘 아는 문경시 관계자들의 반응은 이보다 훨씬 강렬했다. 문경시는 조령천과 주흘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절경을 지녀 운하가 만들어지면 곧장 내륙관광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바지선이 오르내리는 문경리프트까지 설치된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경북 문경에서 호반의 도시 충북 충주까지는 40분 남짓 소요됐다. 가는 도중 수십 개의 터널과 거미줄처럼 엉킨 고속도로가 인상적이었다. 운하가 건설된다면 이 도로들은 효용성을 잃게 될까, 아니면 반대로 더 이상 산맥에 구멍을 뚫을 일이 없어지게 될까. 화물차 운전자들은 어떻게 될까. 의문은 도로를 타고 끝없이 이어진다.

이재오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대운하의 관건은 바로 충주와 문경을 잇는 조령터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관건은 부족한 낙동강에 물을 흘릴 충주와 수도권 시민의 여론이다.

충주를 비롯한 충북 북부지역은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곳이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대선 직전에 경북 북부, 강원 서남부, 충북 북부 등 내륙지방을 집중 방문하고 내륙경제권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민들은 고스란히 표로 화답했다. 한마디로 개발에 목마르다는 반응이었다. 김호복 충주시장의 반응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낙후된 내륙경제권 개발 표로 화답

“애당초 충주는 물이 남는 도시예요. 낙동강으로 조금 나눠주는 게 오히려 홍수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운하로 물류는 물론, 관광산업까지 겸비한 내륙 중심도시가 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실제 계획대로라면 충주엔 부산 방향 한강수계의 마지막 화물터미널이 설치된다. 기업도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잔뜩 부푼 충주시장 역시 한나라당 출신이다.

충주는 환경단체들의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지역이다. 십수 년간 환경운동을 벌여온 박일선(43) 충주환경운동연합 대표의 운하에 대한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1985년도에 충주댐이 건설된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 충주댐 일대를 세계적인 내륙 호반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20년간 내놨어요. 그런데 지켜진 적이 없고, 지켜질 수도 없잖아요. 배가 지나간다고 모두가 관광도시가 될 수 있을까요?”

충주 주민들의 높은 개발욕구에 대해 박 대표는 “개발의 결과물로 생긴 돈이 지역에 남은 사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탄금대 위에 다리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인근 괴산군의 수몰지역이 확대돼 지역사회까지 파괴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내비쳤다.

“운하가 진짜 좋은 것이라면 다른 선진국에서도 많이 만들었겠죠. 그런데 16세기에 사용되고 폐기된 운하를 왜 21세기 한반도에 되살리려 하는지 그 의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충주호 인근에서 만난 김인서(48) 씨 역시 비슷한 걱정을 앞세웠다.

“충주에 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충주만의 현상이에요. 게다가 충주호에서 유람선 화재가 발생해 난리가 난 적도 있잖아요. 배가 오고 가면 비슷한 사고가 더 많아지지 않겠어요? 2000만 수도권 시민이 먹을 물인데….”

대운하 건설에 따른 최대 수혜지역으로는 충주와 함께 경기도 여주가 거론된다. 특히 남한강과 섬강의 3개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여주군 삼합리 일대가 대운하 건설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인근에 하이닉스반도체, 이마트 물류창고 같은 공장이 많아 내륙 물류 중심지로 부각됐다.

여주는 문경, 충주와 달리 대운하에 대한 관심이 이미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 대운하 추진을 지지하는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물길 지나는 중부내륙 기대는 ‘넘실’ 걱정은 ‘출렁’

여주 신륵사 인근 유원지의 ‘황포돛배’.

“이왕이면 친환경 개발, 불가능할까요”

“매물이 거의 없어요. 그동안 남아 있던 쓸 만한 물건은 모두 팔려나갔죠. 그런데 언론보도 이후 호가만 높아지니 답답하네요.”

여주군의 T공인중개 임태인(50) 대표는 최근 여주를 찾는 외지인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털어놨다. 아직은 관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부동산 투자 상담과 답사는 물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륵사 인근 유원지는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황포돛배 사업을 하는 여주 토박이 박창식(54) 씨는 대운하에 대해 조금은 다른 의견으로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이미 남한강 물은 상당 부분 오염됐어요. 충주댐 건설 이후 퇴적물이 부쩍 늘었죠. 게다가 수온차가 심해 물고기들이 산란을 못할 정도예요. 솔직히 운하를 만든다고 해서 강이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질 것은 없다고 봐요.”

여주나 인근 지역에서 대운하 반대여론을 접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주의 한 지역민은 이 같은 여론 편중 현상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워낙 오랫동안 규제지역으로 묶여 재산권을 침해당했어요. 그러니 ‘개발’의 ‘ㄱ’자만 나와도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니까요. 그런데 이왕이면 친환경적으로 개발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진짜 불가능한 일인가요?”

조심스럽게 친환경 개발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눈빛은, 그 누구에게서든 개발에 대한 염원을 읽을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 과연 대운하 건설로 모든 사람들이 개발 이익을 얻게 될까. 그 누구도 답을 내주지 못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 기사의 취재에는 진병일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서강대 경제학과 4년)가 참여했습니다.

[贊] 신현국 경북 문경시장

“사람과 자연 어울리는 프로젝트 … 해볼 만한 가치”


물길 지나는 중부내륙 기대는 ‘넘실’ 걱정은 ‘출렁’
신현국(56·사진) 문경시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환경부에서만 24년을 보낸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환경전문가이면서도 2006년 자치단체장으로의 변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 전문가인 그는 몇 년 전부터 “대운하는 꼭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내륙지방 주민들의 염원을 중앙에 전달하는 통로 구실을 자임했다.

-대운하 건설에 우려되는 점은 없나.

“환경문제와 교량문제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산을 적절히 투입하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민간자본으로 하더라도 반대급부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고 있다고 확언한다.”

-경제성이 부족하고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는?

“물류만으로 당장 경제성을 따지기 힘들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운하가 수질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대운하의 어떤 장점에 주목하는가.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하천정비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지나치게 도로 중심의 국토개발사업을 벌여왔다. 오늘날의 낙동강은 1960년대와 비교해 별반 달라진 게 없을 정도다. 굽은 길은 곧게 펴고, 좁은 길은 넓히면서 옹벽을 치는 하천정비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 자연스레 수량이 조절되고 지역 간 불균형도 해소될 수 있다.”

-문경 출신인데, 이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대운하의 미래를 확신하나.

“그렇다. 개발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발 자체가 악(惡)이고 자연 자체가 선(善)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너무나 빈곤해 관리가 되지 않는 것도 자연을 망치는 길이다.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는 개발이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믿는다.”


[反]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최악의 대국민 사기극 … 좌시하지 않을 것”


물길 지나는 중부내륙 기대는 ‘넘실’ 걱정은 ‘출렁’
이항진(43·사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대운하와 관련해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대운하를 답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바로 여주지역이기 때문. 그는 “운하는 홍수조절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국민 분열을 초래할 악수(惡手)”라면서 곧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운하에 찬성하는 여주 군민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여주운하추진위원회’ 등 대운하 지지단체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 단체 핵심 구성원들은 대부분 지역 토건업체 관계자들이다. 우리의 생명수를 담보로 ‘땅값이 폭등했다’ 등의 헛소문을 퍼뜨리는 방식은 너무도 비열하다. 땅값 오른다는데 싫어할 주민이 몇 명이나 되겠나?”

-실제 대운하가 건설된다면 여주에 어떤 경제효과가 있을까.

“실어나를 화물이 없는데 무슨 경제효과가 있겠는가. 한마디로 재앙이 될 것이다. 배가 안전하게 다니기 위해선 강바닥을 파내거나 주요 구간에 높이 6m 정도의 콘크리트 방벽 설치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되면 홍수 때 도시가 물에 잠길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주변 경관을 볼 수 없어 관광은커녕 죽음의 터널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인수위는 대운하 논의를 상당 부분 진척시켰는데….

“인수위가 새 대통령 취임 전부터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이 문제가 왜 그렇게 시급한지를 국민에게 떳떳이 밝혀야 한다. 법까지 만들어진다는데 객관적 사실로 타당성을 입증하지도 못한 상황 아닌가? 반대편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새만금을 넘어서는 최악의 국민분열을 낳을 것이다.”

-친환경 대운하 건설을 하겠다고 하지 않나.

“차라리 달까지 이어지는 다리를 만들겠다고 해라. 운하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않으므로 대운하는 전제 자체가 틀린 대(對)국민 사기극이다.”




주간동아 2008.01.22 620호 (p50~53)

문경·충주·여주=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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