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0

2008.01.22

MB의 개혁 칼 국민연금 수술 성공할까

기초노령연금 통합 등 밑그림은 ‘제대로’ 방식 놓고 현행안 최대 유지 vs 한나라당안 ‘고심’

  •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

    입력2008-01-16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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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의 개혁 칼 국민연금 수술 성공할까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 이명박 당선인(왼쪽)이 경기 안양시의 한 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노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골칫거리다.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급여삭감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이 시행됐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07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 가운데 13%만이 국민연금제도를 신뢰하며, 불신하는 국민은 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전체 국민의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007년 법 개정도 기금 고갈연도를 2047년에서 2060년으로 고작 13년 늦췄을 뿐이다. 또한 개정된 법에 따르면, 평균소득자가 30년간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입해도 향후 2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연금을 받는다. 서민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 사교육비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보험료를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 문제 많지만 버릴 수 없는 제도

    한편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연금개혁의 최대 쟁점이 돼왔다.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국민연금과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임에도 국민연금과의 연계 없이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 사회보험 갹출 방식의 국민연금과 공공부조 방식인 기초노령연금의 수급 대상이 사실상 이원화되면서, 연금보험료를 성실히 내는 국민이 그렇지 않은 국민보다 오히려 더 손해 보는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소득과 재산을 조사해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지급 방식은 노인의 근로 및 저축 의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자산조사에 따르는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는 제도다. 세계화에 따른 노동시장 불안정이 가시화될 미래사회는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한 사회보험의 틀만으로는 안정적인 사회보장이 어렵다. 가족구조도 다변화하고 있어 남성 가장의 부양을 전제로 한 틀이 아닌, 각자가 자신의 연금을 갖는 ‘1인 1연금’이 필요하다. 고령인구의 높은 비중으로 변화된 생산-분배 지형에서 새로운 세대간 재분배 계약 또한 요구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제도 안에 혼합된 연금 목표를 여러 층으로 구분하고, 각 층마다 목표를 달리하는 다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연금개혁의 핵심 틀이라 하겠다. 예를 들면 1층은 세대간 재분배에 근거해 모든 사람이 일정 금액을 보장받도록 하고, 2층은 본인의 연금 갹출에 근거해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받도록 한다. 즉 정체성이 모호한 기초노령연금을 연금체계 안으로 흡수, 통합해 국민연금과의 역할 재정립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국민 개개인은 좀더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1월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하고, 공무원연금 등 공적 직역연금도 국민연금과 더불어 개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연금개혁이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이 제대로 설정된 것이라 평가된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행 체계를 최대한 유지하는 상태에서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의 최저보증연금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연금 수급권자와 비수급권자의 최저보증연금 수준을 달리 설정하면, 도덕적 해이 없이 연금체계 안에서 조율할 수 있다. 이로써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는 행정비용도 줄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당초 한나라당 연금개혁 주장대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해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만들어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도록 하고, 현재의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적절한 수익을 붙여 돌려받도록 하는 소득비례연금으로 구조화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개혁방안에 대한 평가는 결국 급여 수준과 재정부담의 적절성으로 귀결될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할 때 예상되는 문제는 정부 재정부담 증가다. 또 소득비례연금의 급여 수준이 조정되면 총급여 수준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러나 기초연금으로 전환해도 기존의 기초노령연금 재정부담 수준(급여 수준의 10%)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택한다면 재정부담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득비례연금 수준도 10% 선에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부부 가구는 기초연금을 각각 10%씩 받게 되므로 부부의 총연금액은 현행 연금보다 많아지게 된다. 그러나 당초 한나라당의 기초연금 방안대로 기초연금 비중을 20%로 늘리면 재정부담은 좀더 커지고, 소득비례연금은 낮아질 것이다. 이 같은 기초보장과 소득비례 부분의 급여율 계수 조정은 각 방안의 장단점을 검토해 가장 현실 적응성이 높은 방안으로 선택해야 한다.

    적립기금 고갈 공무원·군인 연금 개혁이 더 급한 과제

    한편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의 개혁은 국민연금 개혁보다 더 시급한 과제다. 이들 특수직역연금의 재정 상태는 국민연금보다 심각하다. 군인연금은 1977년, 공무원연금은 2000년에 이미 적립기금이 고갈돼 국고에서 보전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한 해만 해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보전액이 2조원에 육박했다.

    1월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신규 공무원의 급여를 국민연금 수준으로 조정하되, 그동안 미흡했던 공무원 퇴직금을 민간근로자 수준으로 올려 일반 국민과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 건의의 한계는 기존 공무원의 연금급여 삭감 수준을 소폭으로 했다는 점이다. 기존 공무원도 개혁 이후의 가입 기간에 대해선 신규 공무원과 같이 국민연금 급여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퇴직금은 퇴직연금으로 설계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새 정부가 구성되면 다시 공적연금 개혁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공적연금 개혁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사안이다. 계산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합의다.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연금개혁에서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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