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7

2008.01.01

어젠다 설정 커버스토리 좋으면서도 씁쓸한 기사

  • 현택수 고려대 교수 사회학

    입력2007-12-26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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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동아 616호의 커버스토리 ‘새 정권 새 과제 10’은 기획이나 분량 모두에서 야심찬 기사였다. 그러나 커버스토리는 좋은 기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사다. 먼저 언론의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 기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좋은 기사다. 대통령 선거일이 코앞에 다가와도 후보들의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네거티브 선거전만 난무하니 언론이라도 나서서 정책 의제를 던져줘야 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당연한 일이지만 오죽하면 언론이 나섰겠는가 하는 점에서 씁쓸하다. 그런데 아직 새 대통령(12월18일 현재)이 선출되지 않은 시점에서 불특정 후보들을 상대로 정책과제를 던져주고 공약 방향을 제시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일주일 참았다가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 다음 그의 공약과 비교해보면서 기획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더욱이 언론이 제기하는 문제나 정책 방향이 사안에 따라 특정 후보의 그것과 유사하거나 배치될 수 있다면 선거 일주일 전에 이와 같은 기사는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이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으니 이 같은 기획을 다시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편 서울지역주의에 대한 기사는 아이디어와 분석력이 좋았다. 또 대선후보 옷차림의 정치적 상징에 대한 분석 기사는 매우 흥미로웠다. 지지율 여론조사를 그대로 옮겨놓는 천편일률적인 일간신문과는 달리 주간지로서 다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어젠다 설정 커버스토리 좋으면서도 씁쓸한 기사
    정치, 경제 기사 이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문화, 연예, 레저 등 연성 기사들이 독자의 긴장을 풀어주다가 맨 나중에 다시 한 번 긴장시킨다. 그것은 주간지 맨 끝을 장식하는 고정 섹션인 논술이다. 한글논술도 있고 영어논술도 있다. 논술이 필요한 독자층을 겨냥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러한 논술 섹션이 할애된 듯하다.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능적인 보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기사나 칼럼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 논증과 표현 등이 우수한 글이 주간지에 가득 실린다면 주간지 전체가 훌륭한 논술 교과서가 될 것이다. 일간지나 방송과 다른 주간지만의 특장을 잘 살릴 필요가 있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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