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0일 오전 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이명박 정권 첫 내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정권인수위원회가 ‘이명박 정부의 색깔’을 점쳐볼 첫 가늠자가 되겠지만, 벌써부터 갖가지 하마평이 오르내리며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먼저 정권 2인자가 될 국무총리에는 실무형 인사가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사람들은 보고 있다. 이 당선자 캠프의 한 고위인사는 “정치인보다는 경제실무를 챙길 수 있는 전문가가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차기 총리는 이 당선자의 최측근 그룹인 속칭 ‘6인회’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시중 선대위 고문(전 갤럽 회장)이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김덕룡 의원의 기용이 점쳐진다. 경제부총리 0순위로 꼽히는 윤진식 전 장관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여기저기서 피어나고 있고, 인수위원장 후보로 꼽히는 박세일 전 의원도 총리 후보로 손색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무형 인사 전진배치 벌써부터 하마평 무성
다가올 총선과 당내 통합에 적합한 인사가 초대 총리가 돼야 한다는 시각도 당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국정 안정과 총선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총리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시각은 자연스레 ‘박근혜 총리’ 카드로 이어진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이 당선자가 ‘정권의 동반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예우했을 만큼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당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집권 초기 경제개발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는 이 당선자가 ‘라이벌’이던 박 전 대표를 국무총리로 발탁할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내년 총선에서 공천문제를 생각한다면 박 전 대표가 총리에 오르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총리직을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거 막판에 합류한 정몽준 의원의 총리 발탁 가능성도 대두된다. 하지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정 의원의 이미지가 이 당선자와 비슷하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최고 실세로 통하는 대통령비서실장에 누가 오를 것인지도 관심사다. 당선자의 뜻을 가장 잘 받들고 당정관계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냐가 관전 포인트. 선거과정에서 핵심 측근으로 급부상한 임태희 의원이 타천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서울시장 시절부터 당선자의 수족이자 공격수로 활동한 정두언 의원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당선자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도 캠프 측근들 사이에서 거론되지만 “(이 의원이) 총선 공천과정에서 청와대와 당의 가교 구실을 해야 한다”는 캠프 내 의견이 강해 가능성은 떨어진다.
새 정부의 첫 대북-외교라인도 궁금증을 낳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 핵심인 ‘비핵·개방 3000’(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의 결단을 내리면 남측은 이에 상응하는 경제지원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안에 3000달러 높이겠다) 구상을 실현할 핵심 포스트인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에 관심이 집중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새 국정원장은 정보기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심도 있는 정보를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프로바이더 조직을 꾸릴 수 있는 이가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명박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새 국정원장은 CEO적 역량도 겸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부총리 윤진식·강만수·박진근 거론
현재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중 흥미로운 인사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검사 출신으로 3선인 안 대표는 국정원 내 전문가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만큼 ‘기가 센’ 데다 국정원장직에 관심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형근 의원은 오래전부터 “통일부 장관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온 바 있어 자연스레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연한 상호주의’로 불리는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을 기안한 그의 포지셔닝은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와 관계된 인사들이 이미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들을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에는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하다고 캠프 내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참여정부 초대 산자부 장관을 지낸 그는 서울산업대 총장으로 재직 중 이 당선자 진영에 합류,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을 맡아 이 당선자 측의 거시경제정책 설립과 입안을 이끌었다. 관료 출신인 강만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도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박진근 연세대 명예교수,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강명헌 단국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원윤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같은 학계 인사들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인이 맡는다면 선대위 미래비전분과위원회 경제제1분과를 맡았던 이종구 의원이 가장 근접하다는 얘기도 있다.
‘3단계 대학자율화’로 정리되는 이 당선자의 교육정책을 정책적으로 밀고 나갈 교육부총리의 적임자로는 이 당선자의 교육분야 개인교사로 역할을 했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준상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등이 꼽힌다. 누가 임명되든 참여정부가 굳건히 유지해온 ‘3불정책’(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은 새 정부에서 상당 부분 완화 또는 일부 폐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