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장 산 페레올로에서 만드는 돌리아니.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여러 포도 중 돌체토는 시장에서 네비올로와 바르베라 다음으로 인기가 있지만 사실상 꼴찌나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타개하면서 돌리아니의 품질을 향상하려는 양조가들에게 돌체토는 참 버거운 존재인 것 같다. 그만큼 돌체토는 재배하기가 까다로워 오랫동안 그 수준도 평범했고, 와인도 그저 그런 품질로 여겨져왔다.
타닌이 많은 것으로는 네비올로도 있지만, 돌체토는 네비올로보다 색소가 많이 함유돼 색깔이 진하다. 이 때문에 돌체토는 네비올로처럼 늦게까지 포도밭에 둘 수 없다. 늦도록 포도밭에 두면 포도가 농익어 타닌은 부드러워지지만 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어가도 산도가 떨어지지 않는 네비올로와는 달라서 일찍 수확해야 한다. 보통 9월 중순에 수확하는데 올해엔 9월 초에 다 마쳤다.
쇠고기 삶아낸 볼리토 요리에 곁들이면 일품
밀라노 출신의 니콜레타 보카(Nicoletta Bocca)는 돌체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양조가 중 하나다. 그는 어린 아들이 뛰노는 포도밭이 깨끗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유기농 포도 재배를 시작했고, 내년에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비오디나미 농법 인증을 받는단다. 1992년부터 돌리아니에서 산 페레올로(San Fereolo)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오로지 돌체토 생각뿐이다. 양조 전통이 1세대에 머물러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미래는 돌체토의 타닌을 얼마나 부드럽고 매력적으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일단 포도밭의 건강을 찾으려 했다.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전향한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산 페레올로는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 자연친화적인 농법으로 결실을 보기가 쉬울 것이다.
양조장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보르도와 토스카나에서 널리 쓰이는 마이크로 옥시저네이션(micro-oxygenation·타닌이 많은 포도즙에 미세한 산소 주입기를 써서 부드럽게 변모시키는 방식)을 사용해 각진 와인의 맛을 둥글게 한다. 또한 포도의 집중성을 위해 가지치기와 열매 솎기에도 열심이다. 강한 타닌으로만 뭉쳐진 와인보다는 성분이 조화롭게 다져진 균형감이 와인을 오래 숙성시키는 법인데, 산 페레올로의 돌리아니가 이 범주에 속한다.
1997년산과 1999년산을 연이어 시음했다. 단단한 타닌은 세월의 흐름 앞에서 서서히 녹지만, 촘촘한 조직은 유지하고 있어 마시는 내내 구조감을 잃지 않는 와인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거대한 수소를 삶아낸 볼리토 요리에 돌리아니를 곁들이면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