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7

2008.01.01

‘CF 스타’ 김태희와 ‘배우’ 김태희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입력2007-12-26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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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F 스타’ 김태희와 ‘배우’ 김태희
    “경고하는데, 나 예전의 내가 아냐. 나 이제 무서울 거 없거든. 알았어?”

    최근 개봉된 영화 ‘싸움’에서 김태희가 연기한 이혼녀 진아의 대사다. 전남편 상민(설경구 분)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장면의 대사인데 많은 관객과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김태희의 현재 심경을 말해주는 듯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희(27)는 이영애 송혜교 전지현에 이어 현재 최고의 CF 스타다. 데뷔 7년여 만에 그는 그야말로 ‘우뚝’ 섰다. 올해 찍은 CF만 무려 18개. 한때 이영애가 보여준 ‘광고 같은 하루’의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행에 민감한 광고계는 김태희를 이 시대 최고의 ‘아이콘’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서울대 출신에 얼굴까지 예쁜, 우아하고 귀족적인 분위기의 김태희에 대한 열광적 반응은 스타 마케팅의 정점을 이룬다. 오죽하면 김태희는 물론 다른 연예인 관련 기사에 단골 댓글로 등장하는 ‘나는 김태희와 절대 결혼 안 한다’는 말이 유행했을까. 성형외과 의사들도 ‘완벽한 미인’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김태희를 꼽는다.

    연기 도전은 참패, 인기는 여전 ‘아이러니’



    그러나 김태희의 인기는 본업인 연기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동안 출연한 몇 편 안 되는 드라마에서 김태희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천국의 계단’ ‘스크린’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가 그나마 성공을 거뒀지만 ‘연기자 김태희’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 자신도 ‘당시 연기를 보면 부끄럽다’고 인정할 정도다.

    상황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연기력을 시험하기 위해 100억 대작 ‘중천’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참패를 맛봤다. 본인으로서도 얼굴 들기 힘들 정도의 ‘망신’을 당했던 것. 하지만 김태희는 포기하지 않고 무던히 애썼다. 지난해부터 살인적인 인터뷰를 소화해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통상 배우들이 인터뷰를 꺼리는 것과 비교하면 그는 분명 달랐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팬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특히 스크린에 나선 김태희에 대한 반응은 참담할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김태희는 어떻게든 자신의 연기력을 평가받고 싶어 또다시 모험을 감행했다. 영화배우들이 출연을 꺼리는 ‘체험 삶의 현장’에 나가 대중적 이미지를 전파하려 애썼다. ‘여신 이미지’를 깨기 위한 나름의 방안이었지만 반응은 역시 차가웠다. ‘영화 홍보하려고 쇼를 한다’는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

    ‘CF 스타’ 김태희와 ‘배우’ 김태희
    최근 김태희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용의주도 미스 신’에 출연한 역시 ‘공주과’ 연예인 한예슬과 자주 비교된다. 세련된 분위기와 외모로 각광받던 애교 만점의 한예슬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망가진 연기를 통해 대중을 공략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김태희가 여전히 비호감인 데 반해 한예슬에 대한 호감도는 상승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무차별적인 이미지 세일즈가 대중이 용인할 수 있는 경계를 넘어 비호감이 됐다”는 것.

    드라마나 광고를 소비하는 일반 대중과 돈을 지불하는 영화 관객은 다르다. 연기력 좋고 색깔 있는 연기를 펼치는 전문 배우를 원하는 영화 관객은 30초짜리 광고에서 뛰놀던, 아직 떨떠름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태희를 2시간 동안 비용을 치르고 보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다. 이는 김태희에게 배우 이미지가 온전히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태희는 “대중이 원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쇼윈도에 갇힌 스타”라는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한다. CF 여왕의 타이틀도 본업인 연기를 잘해야만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죽기 전에 꼭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고 ‘여전히’ 당차게 말하는 김태희가 인정받는 날이 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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