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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시

소네트 71

소네트 71

소네트 71

-셰익스피어 W. Shakespeare 1564~1616

내가 죽거든 싸늘하고 음산한 종소리(弔鐘)를 듣고

종소리보다 오래 애도하지 마세요

가장 더러운 구더기와 살려고 내가 이 더러운 세상을 떠났다고,



세상에 경고하세요.

이 시구를 읽어도 시를 쓴 손을 기억하지 마세요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차라리 그대의 향기로운 머리에서 잊혀지길 바라니까요.

나를 생각하면 그대는 슬픔에 잠길 테니.

내가 아마도 진흙과 섞인 뒤에,

오, 그대가 행여 이 시를 보더라도,

내 가엾은 이름을 자꾸 부르지 마세요.

당신의 사랑도 나의 목숨과 함께 썩어 없어지게 놔두세요.

영악한 세상이 그대의 슬픔을 꿰뚫어보고,

내가 사라진 뒤에 그대와 나를 조롱하지 않도록.

*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사로잡는 기지 넘치는 시다. 비열한 세상을 풍자하고 있지만, 정말 삶에 지친 사람의 머리에서는 셰익스피어처럼 흥미진진하고 재기발랄한 언어가 나오지 않는다. 자신이 죽은 뒤를 걱정할 만큼 사랑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행복한 작가다.

회화에서처럼 시에서도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건 바로크 시대의 특징이다. 종교전쟁과 흑사병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던 때니, 시체를 연상시키는 ‘더러운 구더기’ 같은 구절이 자연스레 떠올랐으리라.

* 소네트(sonnet) ‘작은 소리’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13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운을 맞춘 짧은 시의 형식을 일컫는다.

소네트 71




주간동아 610호 (p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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