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6

2007.07.31

남이 먹는 음식, 비도덕일 순 없다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입력2007-07-25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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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 먹는 음식, 비도덕일 순 없다

    개고기 식용 반대 시위 모습.

    참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고 있다. 지난 호 맛칼럼에서 내가 개고기를 먹는다고 했더니 누리꾼들이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칼럼 댓글이면 천박한 인터넷 문화 탓이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메일까지 보내며 욕설이다. 경찰에 고소할까 생각 중이다.

    나는 개고기 식용 반대론자들과 논쟁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그냥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고 있고, 나 역시 개고기를 먹는 맛 칼럼니스트로서 그에 관한 글을 한 토막 쓴 것이다.

    개고기 식용 반대론에도 일리는 있다고 본다. 개가 인간과 워낙 친한 동물이기에 그것을 먹는다는 게 역겨워 보일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고기 식용 반대론이 진리는 아닐 것이다. ‘내가 개고기를 안 먹으니 너도 먹지 말라’고 하면서 개고기 먹는 사람들에게 욕설과 협박을 하는 것은 폭력이다. 개를 지키기 위해 인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인간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개에게 예의를 지킬 것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개고기를 먹는 나는 적어도 개고기 식용 반대론자들에게 그것을 강제로 먹일 의향은 없다. 이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친구에게 그것을 강제로 먹이려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한국 음식문화를 공부하면서 나는 우리 사회의 한 계층에서 어떤 문화적 우월주의가 팽배해 있음을 느낀다. 사회적 지위가 조금 높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먹는 것을 달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너희는 이런 거 못 먹지?’ 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외식산업이 번창하면서 이런 경계가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 일류 호텔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던 음식이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싼값에 팔릴 만큼 음식에서 상당부분 평준화됐다. 사정이 이러니 음식으로 일반인과 차별화하려는 그들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자신들이 먹는 ‘고귀한’ 것도 일반인이 다들 먹으니 그들에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고, 그게 개고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남의 것을 업신여겨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돋보이게 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개고기 먹는 사람들에게 욕설과 협박 절대 이해 못할 일



    개고기 식용 반대론자들이 한국 사회의 문화적 우월주의자라고 여기는 까닭은 개고기 식용 반대 이유로 개고기 식용이 비도덕적이라고 말하는 데 있다. 음식을 도덕과 비도덕이란 기준으로 가를 수는 없다. 상추를 두고 도덕적이다 비도덕적이다 구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들은 개고기를 먹느냐 아니냐에 따라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인간으로 분류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 한다.

    다시 말하지만, 개고기 식용 반대론에도 분명 일리는 있다.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문화라는 것은 없다. 시대에 따라 문화는 변화하게 마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고기가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한 시절음식’이었으나 최근 10여 년 사이 번창한 애견문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역겨운 음식’으로 여기게 됐다. 개를 방 안에서 기르기 시작한 게 얼마나 되었는지 생각해보라. 우리 민족에게 ‘식용견’은 수천년의 문화이고 ‘애견’은 극히 최근의 문화다. 그러나 현재 ‘애견’이 문화적으로 강세다. 이런 식으로 가면 분명 개고기 식용 인구는 줄어들게 돼 있다. 이는 개고기 식용이 도덕적이냐 비도덕적이냐 하는 판단에 따른 변화는 아니다. 그냥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좋은 음식이냐 아니냐’ 하는 판단에 따른 변화일 뿐이다.

    음식을 두고 문화 차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자칫 상대의 감정을 매우 상하게 할 수 있다. 음식에는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이 강하게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발 개고기 식용 반대론자들이여, 제 주장을 하더라도 의견이 다르다고 비도덕적이니 어쩌니 하는 욕설은 하지 말지어다. 개를 더 예뻐하기만 해도 개고기 식용 문화는 자연스럽게 퇴조할 운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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