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6

2007.07.31

실력 좋고 자신감 높다 한들 ‘마음 피로’ 어찌할꼬

  • 노주환 스포츠조선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입력2007-07-25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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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 좋고 자신감 높다 한들 ‘마음 피로’ 어찌할꼬
    축구 선수들은 경기를 뛴 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고생한다.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90분 동안 격렬하게 그라운드를 누빈 만큼 온몸에서 피로감이 느껴지는 반면 정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후 쌓인 피로를 그날 충분한 수면으로 풀어주지 못하면 후유증이 다음 경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정신적 피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 리그에선 심리치료사를 두고 있다. 선수들의 몸에 난 상처는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치료하고, 심적 부담감 등 보이지 않는 상처는 심리치료사가 맡는 것이다.

    기자가 7월2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 참가한 한국 청소년대표 선수들을 만났을 때, 그들 중 일부가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전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 실수한 선수들은 그 장면이 떠올라 밤잠을 설쳤다고 고백했다.

    공격수 하태균(수원·사진)은 특히 미국전(1대 1 무승부)에서 골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장면이 계속 생각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도 경기가 벌어진 날,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들은 잠이 오지 않을 때 심심하고 답답하다. 그래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룸메이트와 얘기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로 내려받은 영화 등을 본다. 아니면 침대에 누워서 뒤척인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심리치료사인데 한국 축구대표팀엔 아직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의 규모와 행정력은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섬세하게 챙겨주지는 못하고 있다.

    심리치료의 중요성은 이미 프랑스나 잉글랜드 축구 등에서 입증됐다. 나이 어린 청소년대표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흔들리기가 더 쉽다. 그래서 실수에 대한 기억을 빨리 떨치고 일어나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

    캐나다 청소년월드컵에 참가한 청소년대표 선수들은 역대 최고 멤버들의 멋진 플레이라는 칭찬을 받았음에도 2무 1패로 예선 탈락했다. 실력도 좋고 자신감도 높았지만, 경기를 할수록 심리적인 피로감을 느꼈고 그걸 치료해줄 전문가가 그들 곁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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