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6

2007.07.31

오뚝이 인생, 검찰 칼날 앞에 서다

  • 이현두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ruchi@donga.com

    입력2007-07-25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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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뚝이 인생, 검찰 칼날 앞에 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조사 의혹과 관련해 한나라당 공세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이상업 전 국정원 2차장(사진). 세인의 이목을 피해 잠적 중인 그는 자신이 걸어온 최근 10년간 행적을 되돌아보며 이 말을 떠올리지 않을까?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동력자원부를 거쳐 33세의 적잖은 나이에 경찰에 투신한 그는 경무관 승진을 눈앞에 두기까지 20여 년간 승승장구했다.

    총경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선 경찰서 가운데 하나인 서울 강남경찰서장을 거친 그가 경찰청 수사과장에 이어 승진이 보장되는 경찰청 공보담당관 자리를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경무관 승진을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경찰의 ‘별’인 경무관 승진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에 그는 뜻하지 않은 역풍을 맞았다.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1997년 그의 처남인 문희상 의원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한 것이 문제였다.

    부산 동아고를 졸업한 PK 출신인 그는 결국 PK 정부에 의해 버림받고 경무관 승진 탈락은 물론, 한직인 경찰청 보안 4과장으로 발령받았다. 총경 계급 정년을 1년 남긴 그에겐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역전의 기회는 남아 있었다. 그해 대선에서 DJ가 이기면서 꺼져가던 그의 경찰인생에 새 희망이 생겼다. 국민의 정부 출범으로 기사회생, 경무관에 턱걸이 승진한 그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장에 부임한 것.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역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1999년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의 문화방송 난입으로 징계를 받았고, 신입 경무관들이 주로 가는 경기지방경찰청 3차장으로 발령난 것.



    굴곡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요직인 경찰청 수사국장으로 국민의 정부 출범을 맞은 그는 문 의원이 대통령비서실장이 되면서 서울지방경찰청장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경찰인사 발표 며칠 전 갑작스럽게 그의 수뢰설이 언론에 보도됐다.

    결국 결백은 증명됐지만, 내심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노리던 그는 경찰대학장으로 밀려났다. 세 번에 걸친 굴곡은 가뜩이나 늦은 나이에 경찰에 입문한 그에게 더 높은 곳으로 오르는 데 필요한 시간을 빼앗아갔다. 2004년 그가 국가정보원으로 자리를 옮긴 데는 당시 57세라는 나이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한다. 어찌 됐든 국정원 2차장으로 영전(?)했던 그는 이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마지막 고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야말로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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