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5

2007.07.24

더위 싹~ 시름 툭툭~ ‘목장길 산책’

  •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blog.naver.com/travelmaker

    입력2007-07-18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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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싹~ 시름 툭툭~ ‘목장길 산책’

    1_ 대관령양떼목장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들. 2_ 대관령삼양목장의 드넓은 초원에서 방목하는 젖소들. 3_ 엄마 아빠와 함께 대관령양떼목장을 찾은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그네를 타고 있다.

    마른장마가 계속되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 장마철은 비가 잦고 후텁지근하다. 언제 폭우를 만날지 모르니 큰마음 먹고 먼 길을 떠나기도 부담스럽다. 이럴 땐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틈을 이용해 ‘번개나들이’를 떠나는 것이 제격이다. 출발지가 수도권이라면 당일 일정도 가능한 평창 대관령을 추천하고 싶다. 평균 해발고도가 사람 살기에 가장 좋다는 700m 이상인 데다 이맘때쯤 여름철 풍경이 더없이 시원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해발 832m의 대관령은 백두대간의 한 준령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잇따라 피고 진다. 한여름인 7월 중순에는 하늘나리, 참나리, 말나리 등 백합과 야생화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지형적으로 ‘고위평탄면’을 이루는 대관령 일대에는 양, 한우, 젖소 등을 방목하는 목장이 많다. 특히 대관령양떼목장과 대관령삼양목장은 주말과 휴일이면 수천~수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다. 옛 대관령휴게소(상행선) 뒤편에 자리한 대관령양떼목장은 마치 동화 속의 목장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부챗살처럼 퍼진 산비탈에 조성된 6만여 평의 초원에서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광경은 정말 아름답다. 목장 한가운데 축사에는 관광객이 직접 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장도 마련돼 있다. 또 여러 편의 영화가 촬영됐을 정도로 멋진 초원길을 걸어서 한 바퀴 둘러보기도 좋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야생화 꽃밭에서 형형색색의 들꽃을 감상할 수도 있다. 노루오줌, 동자꽃을 비롯해 눈에 들어오는 들꽃마다 때깔 곱고 빛깔도 싱그럽다.

    ‘해발 700m’ 이국적 풍광 환상 … 오대산도 꼭 들러볼 코스

    더위 싹~ 시름 툭툭~ ‘목장길 산책’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해발 850~1470m대의 고원에 자리잡은 대관령삼양목장은 상쾌하다. 600만 평 규모의 광활한 초원에 서면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의 힘찬 기상과 서늘한 기운이 고스란히 피부에 와 닿는다.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만큼 고지대여서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파란 하늘과 맞닿은 초원에서 수십 마리의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은 우리나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목가적 풍광이다. 또 대관령삼양목장과 그 주변 백두대간 능선에는 총 49기의 풍력발전기가 있어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지름 50m의 초대형 날개가 있는 이 발전기는 강릉 경포대에서도 또렷이 보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초대형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서 온몸에 바람을 맞는 능선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버스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동해전망대(해발 1140m)까지 올라간 다음, 내려올 때는 4km의 초원길을 찬찬히 걸어보는 것이 좋다. 똑같은 길도 차를 타고 갈 때보다는 걸어갈 때 훨씬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소담스레 핀 야생화와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 안개도 더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또 ‘태극기 휘날리며’ ‘가을동화’ ‘연애소설’ 등의 영화나 TV 드라마가 촬영된 명소들을 찾아볼 수 있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처럼 흥겹게 노래하며 초원을 거닐 수도 있다.

    대관령의 두 목장을 둘러본 뒤에도 시간 여유가 있다면, 여정은 자연스레 오대산으로 이어진다. 천년고찰 월정사와 상원사를 품은 오대산은 우리나라 어느 명산보다 아늑한 느낌을 준다. 숲이 깊고 산자락이 부드러워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편안해진다. 또한 산자락 곳곳마다 불교 설화와 사연들이 짙게 배어 있어 불교 성지로서의 신비감과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오대산 어귀 병내삼거리 부근에 자리한 한국자생식물원도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총면적 3만3000여 평의 식물원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 1000여 종이 자라고 있는데, 이맘때는 분홍바늘꽃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분홍바늘꽃이 절정을 넘어설 즈음이면 다시 한국 특산식물인 벌개미취가 산비탈 전체를 뒤덮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 여행 일정 |



    [당일] 06:30 중부고속도로 동서울톨게이트`→`09:00 영동고속도로 횡계IC(동서울톨게이트에서 176km) 456번 지방도 이용`→`09:10 옛 대관령휴게소(상행선) 도착`→`09:10~10:40 대관령양떼목장(033-335-1966)`→`10:40~11:00 대관령삼양목장(033-335-5044)으로 이동`→`11:00~13:00 대관령삼양목장의 동해전망대에서 주차장까지 초원길 트레킹`→`13:00~14:00 횡계리 지나 도암면 유천리로 이동 후 점심식사`→`14:00~14:20 유천리(456번 지방도)~월정삼거리(우회전, 6번 국도)를 경유해 간평교 직전 우회전, 한국자생식물원(033-332-7069) 도착`→`14:20~15:30 한국자생식물원 관람`→`15:30~18:00 오대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033-332-6417) 월정사, 상원사 답사`→`18:00~18:20 월정사~병내삼거리~월정삼거리 등 거쳐 영동고속도로 진부IC 진입


    | 여행 정보 |




    [숙박] 대관령 부근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와 용평리조트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호텔, 콘도, 펜션 등이 들어서 있어 잠자리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휴가철에는 예약해두는 것이 좋다. 오대산 어귀와 근처에도 오대산호텔(033-330-5000), 서울산장(033-332-6606), 오대산장(033-334-2722), 산내음펜션(033-332-6679), 하늘동화펜션(1566-0324)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맛집] 횡계리 황태회관(033-335-5795)은 황태구이, 황태찜, 황태해장국 등을 내놓는 황태요리 전문점이다. 횡계리 향토별미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는 납작식당(033-335-5477)이 잘한다. 횡계리에서 월정사로 가는 456번 지방도변에 자리한 도암면 유천리에는 꿩만둣국, 돼지편육, 막국수 등을 잘하기로 소문난 유천막국수집(033-332-6423)이 있다. 그 밖에 오대산 월정사 어귀의 오대산통일식당(033-333-8855), 오대산식당(033-332-6808), 비로봉식당(033-332-6597) 등 산채요리 전문점도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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