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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야구 해설 개그만큼 웃기네!

이순철 ‘비난’, 차명석 ‘자학’, 이병훈 ‘솔직’ 야구 보는 또 다른 재미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younglo54@yahoo.co.kr

톡톡 튀는 야구 해설 개그만큼 웃기네!

톡톡 튀는 야구 해설 개그만큼 웃기네!
생방송은 언제나 피가 마른다. 우리가 TV나 라디오로 시·청취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생방송과 녹화(또는 녹음)방송으로 나뉜다. 현장에서 경기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는 중계방송은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스태프들의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특히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받는 중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중계방송이 끝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음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많다.

중계방송을 하는 아나운서를 캐스터라고 한다. 야구 캐스터는 윤길구 황우겸을 필두로, 박종세 최계환 이규항 이장우 김인권 변웅전 원창호 김재영 김용 유수호 전우벽 전도영 손석기, 그리고 5월23일 사망한 송인득이 그 계보를 잇는다. 특히 박종세는 청량한 목소리와 빠른 톤으로, 송인득은 굵고 담백한 목소리로 야구 중계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구 캐스터와 호흡을 맞춘 해설위원으로는 손희준 박상규 이호언 풍규명 서동준 신현철 김동엽 하일성 허구연에 이어, 최근에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이순철 김성한 등이 각광받고 있다.

경기 중 부친 타계 … 울면서 중계한 적도

개그계에서 박명수의 호통 개그가 먹혔듯, MBC-ESPN의 이순철 해설위원은 선수나 코칭 스태프를 직접화법으로 질타하는 해설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해설위원은 롯데 자이언츠 정수근이 전 부인과 이혼한 뒤 최근 다른 여성과 재혼한 사실에 빗대 “젊은 만큼 노는 건 다음에도 할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는가 하면, 1루 주자가 2루에 거칠게 슬라이딩하면 “동업자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라며 쏘아붙인다. 또한 롯데 강민호 포수가 평범한 파울 플라이를 놓치자 “어째 감이 좋지 않더니 저런 공을 다 놓치네요”라며 껄껄 웃기도 한다.

이 해설위원의 비난 해설은 순전히 비난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해설은 야구판의 생리를 잘 아는 감독 출신 해설위원이 겹눈으로 야구판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다른 선수를 다치게 하는 행위를 꾸짖거나 나이 든 선수에게 ‘촌철’로 ‘살인’하는 충고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이유다.

최근 이 해설위원의 비난 해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면, 얼마 전엔 현재 LG 트윈스 코치인 차명석의 ‘자책 해설’이 화제였다. 한 대목을 소개한다.

차명석 : 저 선수의 부인은 참 미인입니다.

캐스터 : 스포츠 선수들의 부인은 대부분 미인 아닙니까. 왜 그럴까요.

차명석 : 그런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참히 깨버렸죠.

캐스터 : 집에 가서 어쩌시려고요.

차명석 : ….

차명석의 자책 해설만큼이나 지금 KBS에서 해설하는 이병훈의 ‘솔직 해설’도 인기다.

[장면1]

캐스터 : 제가 오늘 이 위원님의 현역 시절 재미있는 기록을 하나 찾아왔는데요. 국내 야구에서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네 명 있었습니다. 그중 이 위원님이 있더군요.

이병훈 : 네, 저도 한 번 쳤었죠.

캐스터 : 그때 상황 좀 설명해주시죠.

이병훈 : 해태에 있을 때였는데요. 제가 친 타구가 잘 맞아서 빠르게 날아갔죠. 그 타구를 좌익수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머리에 맞고 잠시 쓰러져 있었어요. 그래서 2루수가 쫓아가 잡으려 했지만, 저는 이미 홈으로 들어왔죠.

캐스터 : 아, 그랬군요!

이병훈 : 재미있는 건, 나중에 그 좌익수에게 왜 쓰러졌냐고 물어보니 머리에 맞은 게 창피해서 못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장면2]

LG 트윈스 이종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병훈 : 이종열과 김진우(기아 투수)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눈 작은 선수들이죠.

캐스터 : ?!

이병훈 : 아마 두 선수 눈을 합쳐도 저보다 작을 겁니다.

야구중계가 시작되면 PD와 캐스터, 해설자, 엔지니어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꼼짝할 수 없다. 특히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생리문제를 해결할 시간도 내기 어렵다.

1960년대 박종세와 쌍벽을 이루던 최계환이 서울운동장야구장(현 동대문야구장)에서 한창 야구중계를 하는데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경기는 아직 6회 말 원 아웃이어서 끝나려면 최소 1시간 넘게 있어야 했다.

프로듀서 : 최형! 부친이 돌아가셨다 하니, 다른 아나운서와 교대하고 빨리 집으로 가보세요.

그러나 방송국과 야구장은 승용차로 30분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교대해줄 아나운서가 올 때까지 그가 계속 중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나중에는 울음소리로 변했다. 그러자 이기고 있던 팀의 팬들이 방송국으로 항의 전화를 해왔다. 우리 팀이 이기는 게 슬퍼서 울며 방송하느냐는 것이었다.

야구중계를 하다 보면 사고도 가끔 일어난다. 어느 날 춘천고와 이리고가 서울운동장야구장에서 경기를 하는데, 초반부터 범실이 난무해 재미가 없었다. 이닝과 이닝 사이엔 보통 1분가량 광고방송이 나간다.

해설위원 : (하품을 하면서) 정말 촌놈들 야구는 못 봐주겠네.

캐스터 : 글쎄 말이야, 내가 중계 나올 때마다 꼭 이런 경기가 걸린단 말야.

그런데 엔지니어의 실수로 이 말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말았다. TV 중계를 시청하던 춘천과 이리(현 익산) 사람들이 하루 종일 방송국에 항의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980년대 초까지 고교야구는 지금의 프로야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특히 경북고와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의 대결은 지역 감정까지 곁들여져 TV 중계는 말할 것도 없고, 라디오 중계 청취율도 매우 높았다. 81년의 일이다. 캐스터가 한창 중계하는데, 주조정실에서 긴급 뉴스가 있으니 5분간 중계를 중단하라는 연락이 왔다. 경북 경산에서 큰 열차사고가 발생했던 것이다. 사고 뉴스가 끝난 뒤 마이크는 다시 캐스터에게로 넘어왔다. 그런데 마이크를 넘겨받은 캐스터의 말이 걸작이었다.

“아, 정말 오래간만에 큰 사고가 났군요.”



주간동아 2007.06.12 589호 (p66~67)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younglo5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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