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9

2007.04.03

내 집 안에 들어온 최첨단 Utopia

  • 신기주 프리미어 코리아 기자

    입력2007-04-02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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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 안에  들어온  최첨단  Utopia
    영화배우 정준호는 집을 좋아한다. 그는 ‘프리미어 코리아’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난 사람이 좋다. 하지만 밖에서 만나는 것보다 집에서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한다. 세상 어딜 가거나 멋진 호텔에 묵는 것보다 잘 꾸며진 내 집에서 편히 쉬는 게 좋다.”

    정준호의 말에 따르면, 한강이 굽어보이는 곳에 자리한 그의 집엔 없는 것이 없다. 전망이 좋은 넓은 공간에 홈시어터 등 AV시스템 시설이 완벽히 갖춰져 있고, 와인바 등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비가 즐비하다. 그는 집에서 세상을 여행한다. 정준호는 이른바 인스피어리언스(Indoor+experience)족이다. 네덜란드의 트렌드 분석 예측 사이트인 ‘trendwatching.com’이 2004년 말 처음 선보인 이 말은 ‘밖에서 하던 활동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즐기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뜻한다.

    인스피어리언스족은 집에서 세상을 경험한다. 그렇다고 방콕족처럼 빈털터리 도피자이거나 오타쿠처럼 자아도취형 은둔자인 건 아니다. 자기만의 공간을 즐긴다는 점에선 코쿤족과 비슷하지만 코쿤족이 세상과 담쌓고 세상을 두려워하는 존재인 반면, 인스피어리언스족은 세상 모든 일에 매우 관심이 많다. 단지 그 세상 만사를 자신의 공간에 갖춰놓고 원할 때 언제든지 즐기고 싶어할 뿐이다. 그래서 인스피어리언스족은 수동적인 영화나 음악뿐 아니라 능동적인 스포츠나 쇼핑 같은 행위도 열심히 즐기곤 한다. 인스피어리언스족은 세상 사람들 앞에서 뽐낼 만한 자기만의 이상, 즉 프리바토피아(privatopia)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1990년대 미국 여피들의 트렌드였던 코쿠닝이 ‘인스피어리언스’로 바뀌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인스피어리언스족은 성주다. 영화 음악 게임 스포츠 독서 채팅 등 취미, 건강 생활에서 일까지 모든 걸 집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놓는다. 찜질방은 좋지만, 소란한 대중 찜질방이 싫어 방 하나를 황토방으로 만들었다면 이 역시 인스피어리언스족이다.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곳’, 즉 유토피아엔 없는 게 없어야 하니까.

    사람과 사람이 공간을 분할하고 서로에게 시선을 보내고 필요한 것을 부탁해야 하는 세상은 너무 번잡하다. 그들이 진정 소유하려는 것은 공간이다. 그 공간 안에서 세상을 품에 안은 자유를 누리고 싶어한다. 그들은 월드컵조차도 완벽하게 집 안에서 즐긴다. 인스피어리언스란 말 그대로 방 안에서 세상을 여행하는 경험이다.



    내  집 안에  들어온  최첨단  Utopia

    SONY 브라비아 S(위), 매직스테이션 MT50.

    SONY 브라비아S 인스피어리언스족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건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커다란 창문이다. 텔레비전 말이다. 소니 브라비아S는 HD방송 환경을 위해 태어난 TV다. 소니 브라비아S 안의 세상은 더욱 선명하고 분명하다. 실내 밝기에 따라 화면 밝기도 자동으로 조절된다. 거대한 회색 스크린에 빛을 쏘는 프로젝터 AV시스템은 그야말로 저개발 시대의 산물이다. 창문은 크고 맑아야 한다. 40인치 소니 브라비아S는 320만원.

    매직스테이션 MT50 인스피어리언스족에게 멀티미디어 PC는 기본이다. 컴퓨터로 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매직스테이션 MT50은 CD와 DVD 재생 기능은 물론 녹화 기능까지 있다. 무엇보다 멀티미디어 PC의 장점은 대형 TV와 연결하면 인터넷을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은 영상물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단 얘기다. 인터넷 시대엔 DVD 재생기 그 이상이 필요하다. 190만원.

    한샘 홈바 인스피어리언스의 핵심은 사람이다. 혼자서 영화 보고 음악 듣고 게임을 하는 게 다가 아니다. 사교생활과 간단한 파티 역시 자신의 유토피아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신만의 캐슬, 유토피아엔 연회장도 필요하다. 홈바는 기본이다. 술이 와인 정도로 끝나선 재미없다. 발렌타인부터 요즘 유행하는 글랜피딕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까지 다양한 술을 갖춰놓으면 제격이다. 소주도 그중 하나다. 한샘이 3월 출시한 와인바 아일랜드가 인스피리언스족의 구미에 잘 맞을 듯. 가격 미정.

    B·O AV시스템 뱅앤올룹슨은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오디오 시스템이다. 고음부터 저음까지 모든 음역을 빠짐없이 들려주는 완벽한 재생능력은 기본이다. 뱅앤올룹슨은 공간의 느낌을 바꿔주는 미려한 디자인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AV시스템이라기보다 혁신적인 디자인의 가구라고 할 수 있다. 벽걸이형이든 스탠드형이든 상관없다. 단언하건대 뱅앤올룹슨이 있어야 진정한 인스피어리언스족이다.

    내  집 안에  들어온  최첨단  Utopia

    한샘 홈바(왼쪽), B&O AV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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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NY 바이오 노트북, 2. 엑스박스360, 3. B&O 전화기.

    SONY 바이오 노트북 인스피어리언스족은 집 안에서 놀기도 하고 일도 한다. 멀티미디어 데스크톱 PC와는 별개로 강력한 성능의 노트북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소니 바이오 노트북은 이런 인스피어리언스족에게 제격이다. 빠른 처리속도와 선명한 액정, 무엇보다 강력한 멀티미디어 기능이 덧붙여져 업무용과 레저용 모두에 적합하다. 소니 바이오가 있으면 자신의 방을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다.

    엑스박스360 보고 들었으면, 이제 해야 한다. 인스피어리언스족에게 게임기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360 모두 최첨단 게임기지만, 쾅쾅 울리는 디지털 사운드의 질감을 원한다면 역시 엑스박스360을 추천한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장점이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라면, 엑스박스360의 장점은 다른 AV시스템과 손발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엑스박스로 피파월드컵 2006을 하면, 그 순간 우리는 태극전사다. 33만9000원.

    B·O 전화기 뱅앤올룹슨이 오디오만 만드는 건 아니다. 뱅앤올룹슨은 기계를 만드는 덴마크 회사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단순한 기계이기를 거부한다. 삶의 곳곳에서 공간을 지배하는 존재이고자 한다. 뱅앤올룹슨에서 출시한 전화기는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전화기 하나만으로 방을 완벽한 사무실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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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IOS 와인 냉장고, 2. 올림푸스 E-1 디지털카메라, 3. 한국 출신 헨리 유가 디자인한 의자, 4. 루체스코 조명 스탠드.

    DIOS 와인 냉장고 와인은 무엇보다 보관이 중요하다. 수년 동안 잘 보관해 맛과 향이 뛰어난 와인이라도 집 안에서 함부로 굴리면 곧바로 식초가 될 수 있다.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와인 냉장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와인의 매력은 젖듯이 취한다는 데 있다. 집 안에서 데이트할 때 와인은 향초보다 더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크루그 샴페인이나 루이 자도, 피노 누아르 같은 멋진 와인으로 와인 냉장고를 채워놓으면 데이트 상대가 끊이지 않고 찾아온다.

    올림푸스 E-1 디지털카메라 인스피어리언스의 또 다른 핵심은 온 세상을 방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전문가 수준의 디지털카메라가 있다면 세상의 모든 풍경을 방 안에 담아놓을 수 있다. 500만 화소급 SDLR 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는 사용하기도 어렵지 않다. 평소 다니던 도심의 풍경과 출근길, 시골길을 카메라에 담았다가 방 안에서 컴퓨터의 스크린세이버 화면이나 영상 화면으로 변화시키면 벽걸이 그림이 따로 필요 없다. 90만원.

    안락의자와 플로 스탠드 의자와 조명은 인스피어리언스족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편히 앉을 의자와 적절한 조명이 없으면 방 안은 불편한 공간일 뿐이다. 심리치료사들이 애용할 듯한 S자형 안락의자와 밝기가 조절되는 플로 스탠드는 꼭 챙겨놓아야 한다. 웰즈 안락의자는 270만원, 아르테미데 플로 스탠드는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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