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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년법 개정 신중해야 할 이유

소년법 개정 신중해야 할 이유

소년법 개정 신중해야 할 이유

최종식 일본 규슈대학 교수·법학

비행소년들을 위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인 소년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법무부는 3월11일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 대상 연령을 현행 ‘만 12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소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년법은 12세에서 19세까지의 미성년자 가운데 비행과 관련된 소년(범죄소년, 촉법소년, 우범소년)을 처벌하기보다는 교육하고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즉, 복지와 사법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법이다. 소년법은 자기 결정 능력이 미숙한 이 연령대 미성년자의 장래를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가 개입해 보호해야 한다는 철학에 근거한다.

그러나 소년법은 국가의 공권력 개입을 제한하는 성격도 아울러 지닌다. 형식의 차이는 있지만, 오늘날 세계 각국은 비행소년들의 사법처리 절차를 성인과 분리한다. 우리나라 소년사법은 1958년 소년법이 제정된 이래 많은 발전을 이뤘다. 최근 소년범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그 결과라고 평가된다.

소년법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이번 개정안에는 대상 연령의 인하, 우범조항의 폐지 등 그간 쟁점이 돼왔던 사항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용서와 자비의 철학까지 보듬는 회복적 사법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반영한 내용도 있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 소년법의 역사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개정 논의이며, 현행 소년법의 기본 골격을 뒤바꿀 만하다. 개정안대로라면 새로운 법 제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무부는 소년법 개정안이 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의문점도 적지 않다. 이번 소년법 개정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소년법 개정 논의는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미성년자 보호의 1차적 책임자는 국가가 아닌 가정과 부모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보호자가 이 책임을 다하도록 필요한 원조와 서비스만 보장하면 된다. 그러므로 법 개정은 정부의 관련 부처뿐 아니라 학계와 실무자, 시민대표가 모두 참여해 이뤄내야 한다.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 절대 필요

둘째, 소년법 개정을 위한 자료는 정확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개정안에는 소년법 적용 연령을 현재의 만 12세에서 10세까지 낮추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 이유를 ‘심각한 소년범의 저연령화와 촉법소년의 흉포화’라고 한다. 그러나 법무부가 제시한 14세 미만 촉법소년에 관한 통계는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범죄통계란 작성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년범죄에서 뚜렷한 저연령화와 촉법소년의 흉악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검증되지 않은 통계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소년법 개정을 유도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년법 적용 연령을 만 10세로 낮추려는 시도는 10세, 11세의 촉법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돼야지, 그것이 소년 사법망을 확대하는 결과가 돼서는 안 된다.

셋째, 1989년 채택된 유엔 ‘아동권리조약’이 선언하듯 미성년자에 대한 국가의 모든 정책에서 맨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미성년자 본인에게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소년법 개정 논의도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어떻게 해야 소년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지, 소년을 건전하게 기를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한 뒤 소년법 개정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서두르지 않는다면 모두가 원하는 바람직한 개정 소년법이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주간동아 2007.03.27 578호 (p10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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