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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리마인드 웨딩 붐

평생을 ‘닭살 부부’로 사는 법

우리의 만남 내 인생 최대 축복, 평생 연애하며 살자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결혼은 안 미친 짓이다’ 저자 www.digitalcreator.co.kr

평생을 ‘닭살 부부’로 사는 법

평생을 ‘닭살 부부’로 사는 법
우리 부부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많이 닮았네요. 원래 비슷한 사람인가 봐요. 잘 어울려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좀더 아는 이들은 “둘이 참 다른데, 저렇게 어울려 사는 걸 보면 조화의 힘이 대단하다”라고 말합니다. 실제 우리 부부는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훨씬 많습니다. 경상도 남자와 서울 여자, B형 남자와 O형 여자, 유교적 가풍이 강한 집안의 남자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여자, 막내인 남자와 맏이인 여자. 식성도 다르고 정치성향도 다르며, 응원하는 스포츠 팀도 다르고 전공과 관심사도 다르지요. 이렇게 다른 남녀가 어떻게 한 짝이 되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둘의 다른 점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것이 연애하듯 사는 결혼생활이 주는 선물인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조화로울 수 있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선물 말입니다. 이 선물을 계속 받고 싶은 마음이 우리 부부가 리마인드 웨딩을 하려는 이유입니다.

2001년 결혼한 우리는 결혼 10주년이 되면 리마인드 웨딩을 하려고 합니다. 아직 방법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양가 부모님과 가족, 가까운 친구들을 모아놓고 감사 인사도 하고, 그간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보여주고, 덕담과 조언도 듣고 싶습니다. 우리 결혼식에 증인이 되어준 분들에게 10년간 정말 잘 살아왔노라 자랑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확인받고 싶습니다. 사실 리마인드 웨딩이 그러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상대에 대한 감사함 살리는 자리 … 일회성 이벤트는 곤란

혹여 맞벌이하느라 애 키우느라 서로 사는 게 바쁘고, 상대가 익숙하다 못해 너무 편해져 심지어 소 닭 보듯 하거나, 상대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때가 바로 리마인드 웨딩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리마인드 웨딩은 정해진 절차, 시기, 형식이 없습니다. 뭐 거창하게 할 것도 없습니다. 리마인드 웨딩을 통해 축하와 함께 기억을 되살리려는 것이지 화려한 결혼식을 꿈꾸는 게 아닙니다. 가족이나 소수의 지인들을 모시고 언약식 하듯 조촐하게 해도 되고, 단둘이 여행 가서 해도 상관없고, 아니면 마음먹고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입고 사진 찍어도 좋을 것이고, 예식장에서 결혼식 하듯 해도 될 것입니다.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혼생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결혼 당시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한 번 결혼했으면 됐지 뭘 또 하냐고요? 그럼요. 한 번 하는 결혼이면 되죠. 하지만 리마인드 웨딩은 같은 사람과 다시 한 번 결혼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입니다. 일종의 복습이라고 할까요?

리마인드 웨딩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결혼한 날을 기억하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매년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것도 넓게 보면 리마인드 웨딩이지요. 주위에서 봐온 은혼식, 금혼식 등 영국 문화나 회혼례(回婚禮) 같은 우리 전통문화도 리마인드 웨딩입니다.

누구나 작심삼일의 딜레마에 빠지듯 우리는 늘 망각하며 살고, 열정과 각오도 식어버리기 쉽죠. 한번 먹은 마음을 평생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리마인드 웨딩은 잊어버렸던 결혼 초의 마음,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리마인드 웨딩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쳐선 곤란하겠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부부 두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괴테는 결혼을 진정한 연애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우리 부부의 결혼관은 지극히 ‘괴테스러운’ 셈입니다. 그런데 괴테스럽지 않은 결혼관을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다죠? 맞벌이를 하다 보면 시간도 없고 몸도 피곤하고 또 집안일도 해야 한다는 등의 핑계를 대지만, 연애할 때는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일 만나려고 하지 않았던가요?

우리 부부의 경우 밤늦게 만나고 싶어서 서로 집에다 거짓 핑계를 대기도 하고,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한데도 꼭 얼굴 보고 집에 데려다주는 일을 계속했지요. 아마 대부분의 부부들이 연애할 때 그랬을 겁니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악착같이 데이트를 했는데, 왜 환경이 훨씬 개선된 부부 사이엔 데이트가 그리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익숙하다는 핑계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소홀한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결혼하고 나니 연애 때와 너무 달라졌다는 말은 참으로 듣기에 안타깝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의무적 데이트 시도 바람직

연애에는 결혼 전 연애와 결혼 후 연애가 있지요. 굳이 두 가지를 구분하면 결혼 전이 설레는 연애였다면, 결혼 후에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연애가 돼야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2.0이라는 말을 붙여보면 결혼 전 연애가 연애 1.0이고, 결혼 후 연애는 연애 2.0인 셈이지요. 무슨 말인고 하니, 연애의 목적은 결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인 것이고 결혼은 연애의 수단 중 하나인 것이지요. 평생 긴 연애를 하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것입니다. 결혼을 연애의 목적으로 오해하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연애 때는 잘해놓고 막상 결혼해서는 연애 때의 모든 것을 잊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연애 때나 결혼 때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연애하듯 사는 부부가 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연애하는 부부 되기가 자연스럽지 않다면 최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의무적으로 시간을 내 부부간 데이트를 즐기는 시도부터 해봅시다. 서로 선물을 챙기는 것도 좋고, 특별한 날 호텔에서 좋은 꿈을 꾸는 것도 좋고, 공연을 즐기는 것도 좋고, 함께 운동하거나 취미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초심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단지 실천을 못하고 주저하고 있을 뿐이지요. 조금만 노력하면 비록 몸은 과거로 돌아가지 못해도 마음만은 충분히 돌아갈 수 있지요. 리마인드 웨딩도 이런 연장선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거창하고 화려하게 리마인드 웨딩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나 연애하듯 살기 위해 그리고 결혼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리마인드 웨딩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리마인드 웨딩,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용섭 씨는 트렌드와 미래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디지털미디어 컨설턴트다. 기자인 아내 전은경 씨와 평등부부 문화를 확산하는 칼럼을 쓰고 있다.



주간동아 2007.03.27 578호 (p46~47)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결혼은 안 미친 짓이다’ 저자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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