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3

..

담배소송 판결에 이의 있다

  • 배금자 변호사

    입력2007-02-12 10:3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담배소송 판결에 이의 있다
    7년을 끌어오다 최근에야 결론이 난 담배소송 판결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와 니코틴 중독성에 대한 과학계의 의학적 지식을 부정했을 뿐 아니라, 제조물 사건에서 법원이 취해온 입증 책임의 분배와 제조물의 결함에 관한 기준을 담배에는 적용하지 않았으며, 소비자보다 유해 기업을 보호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에 대해 법원은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원고들의 폐암이 피고의 담배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는 개별적 인과관계에 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흡연자가 폐암에 걸렸을 때 그 원인이 흡연인지를 밝히는 인과관계는 역학적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다. 또한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는 수만 건의 연구 결과 의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임이 입증됐다.

    원고들은 4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포함된 담배를 지난 30년 이상 피웠으며, 흡연이 80~90% 원인을 차지하는 후두암과 폐암 중 편평상피암 판정을 받았다. 감정 결과도 원고들의 후두암과 폐암의 ‘가장 주된 원인’이 흡연이라고 했다. 의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원인이 밝혀지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법원의 판례였는데, 담배소송에서는 이러한 인과관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가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을 낮추려고 노력했다는 이유만으로 담배가 품질상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제조물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국산 담배는 지난 30년간 외국산 담배보다 타르와 니코틴 수치가 현저히 높았고, 원고들은 지금보다 타르와 니코틴 수치가 4배 높은 독한 담배를 피웠다. 담배에는 지금도 4000종의 독성물질과 4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국제암연구기구(IARC)에서는 담배를 1급 발암물질에 포함시켰다.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라도 실제 흡연자가 흡입하는 타르와 니코틴 총량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유해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피고는 적어도 1989년 이전에는 담배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 적이 없다. 피고는 60년대부터 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70년대부터는 내부 연구소에서 담배 속의 발암물질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암 유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피고가 소비자에게 경고한 문구는 ‘건강을 위해 지나친 담배를 삼갑시다’가 전부다. 소비자는 통상 하루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데, 하루 한 갑의 담배를 20년 이상 피우면 폐암에 걸릴 수 있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러한 수준의 경고를 ‘충분한 경고’라고 인정했다.



    유해기업 강력 보호하는 논리 일관한 법원

    심지어 법원은 제조자가 직접 경고하지 않아도 여러 언론에서 흡연의 유해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피고의 책임은 없다고 했다. 법원은 언론보도 자료를 판결문에 첨부했는데 1년에 몇 차례, 많아야 수십 차례 드문드문 보도한 내용을 소비자가 모두 알고 있는 자료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보고서와 의학 논문, 정신과 교과서, 전문가 증언에 따르면 니코틴은 헤로인, 코카인과 동일한 중독물질이다. 이 가운데 니코틴에 대한 의존성이 가장 높으며, 니코틴의 중독 과정은 마약 중독의 패턴과 같다고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장기 흡연자의 반복 흡연은 니코틴에 대한 의존 행위이지 결코 자유 선택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자료보다는 피고 측의 증인으로 나온 치매전문 의사의 증언을 더 신뢰해, 담배는 자발적인 의지로 언제든지 끊을 수 있으며 흡연자가 30분마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의존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인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이번 담배소송에서 법원은 모든 사안에 있어 담배 제조회사를 강력히 보호하는 논리로 일관했다. 사건을 맡은 변호인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칼럼 내용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