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8

2007.01.09

상생은 21세기 기업 생존 필수조건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7-01-08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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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생은 21세기 기업 생존 필수조건
    겨울은 야생동물에게 시련의 계절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는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온다. 대부분 생물 종(種)들은 스스로의 생존능력이 떨어져 멸종하는 경우보다는 먹이사슬 고리가 끊어져 멸종한다. 일제강점기에 숲이 급속히 황폐화되고 토끼와 사슴이 사라지면서 생태계 먹이사슬이 끊어져 결국 한국 호랑이는 버티지 못했다.

    기업 생태계도 자연 생태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경쟁과 협력, 소멸과 탄생, 진화와 쇠퇴를 거듭한다. 제아무리 강한 기업도 핵심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치명적인 피해를 본다. 또 어떤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그 기업과 연결된 다른 기업도 연쇄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한국 경제의 화두는 ‘상생경영’이다. 책 ‘상생경영’은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 생태계 간 경쟁으로 옮겨간 글로벌시장의 변화 양상에 대한 심층분석, 상생이 곧 투자임을 보여주는 이론적 배경과 발전모델을 이야기한다. 또 도요타, 인텔 등 세계적 기업의 사례를 들어 상생이 21세기 기업 생존전략임을 설명한다.

    최근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 때문에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한국 제품을 수입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던 중국이 어느 순간 우리 기업의 경쟁자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중국을 한국의 공급자가 아닌 시장으로 묶어놓아야 하고, 일본을 한국의 공급자에서 시장으로 바꿔가야 한다. 물론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하루빨리 ‘저비용 고리’의 연계구조에서 ‘고기술 고리’의 연계구조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상생협력으로 고품질의 부품과 소재를 생산해 고기술 고리 기업 생태계를 만든 사례가 바로 도요타 자동차다. 도요타는 협력업체들과 철학을 공유, 공동 특허를 1500여 건 갖추고 있다. 또 도요타는 제품개발 단계부터 부품업체들과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협력을 통해 연평균 1000억 엔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제품의 기술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어떤 대기업도 혼자서 모든 부품을 생산할 수는 없다. 각 기업들은 최종 소비자의 욕구 충족을 위해 시스템 통합을 전제로 한 공급사슬에 의해 연결되며, 이러한 연결구조를 통해 여러 기업들이 하나의 확장된 기업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

    인텔이 세계 50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중심에도 상생경영이 있었다. 다수의 협력사들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공정 개발을 이뤘다. 인텔은 차세대 공정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신생 업체들을 통해 신속히 공급받았다.

    그동안 기업들의 상생협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기술협력, 부품 공동개발 같은 모범사례가 나오고 실천 방법이 구체화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협력이라기보다는 비용절감을 위한 분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완성업체와 부품업체는 수직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단순한 협력으로 보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부품업체를 단순한 생산 하청업체로 보는 일도 허다하다.

    우리도 더 이상 저비용 국가가 아니다. 글로벌시장에서 원가경쟁력으로 싸우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가치지향형 품질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 대기업만으로는 혁신 창출에 한계가 있다. 기술과 품질을 뒷받침하는 중소 부품기업이 성장해야 조립 대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한국 파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상생은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이론적 토대는 마련됐다.실천만 남은 셈이다.

    상생협력연구회 지음/ 김영사 펴냄/ 204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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