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8

2007.01.09

“제2의 박태환? 지도자부터 키워야죠”

대한수영연맹 심홍택 회장 “박봉에 기록 책임 이중고, 처우개선 구상”

  • 양병하 프리랜서 md5945@naver.com

    입력2007-01-03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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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박태환? 지도자부터 키워야죠”

    심홍택 대한수영연맹 회장.

    배우 황정민은 2005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난 그저 맛있게 먹었을 뿐”이라는 수상 소감으로 갈채를 받았다. 최근 ‘도하의 성공’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심홍택(52) 대한수영연맹 회장의 소감도 그랬다. “박태환을 비롯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좋은 성적을 올려줘 연일 (내가) 축하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 회장이 생각하는 밥상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금 셋, 은 하나, 동 셋 등 무려 7개의 메달을 따낸 ‘도하의 MVP’ 박태환을 길러낸 노민상(50) 수영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바로 그다. 심 회장은 “노 감독은 2006년 7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기 전엔 월수입 1000만원이 넘는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박봉의 대표팀 코치로) 기꺼이 태환이를 지도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선수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뒤에서 선수를 만든 감독과 코치들은 대회 이후 조용히 뒷전으로 물러나 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고 토로했다. 수영은 어릴 때부터 선수와 코치가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선수가 ‘기대주’로 떠오르면 코치도 대표팀에 합류한다. 하지만 그때부터 코치는 박봉과 기록이라는 이중 장벽과 맞서 싸워야 한다.

    “여자 선수에게도 지속 관심 필요”

    지난 12월22일. 그의 사업체인 구성건설㈜이 자리한 대전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심 회장은 건설업체 대표답게 강렬한 눈빛으로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수영의 진로를 제시했다.



    “박태환의 성공을 모델 삼아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 나설 ‘제2의 박태환’을 발굴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연맹이 할 일은) 태환이를 발굴한 노민상 감독처럼 훌륭한 지도자를 육성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는 또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비책으로 여자 선수의 육성을 꼽았다. “태환이처럼 서구적 체형을 갖춘 남자 선수를 찾기는 어렵지만, 여자 선수들은 서구인들과 신체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으로 조금씩 (세계기록과의) 차이를 좁힌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여자 선수들을 키우는 데도 국민적 관심이 모아져야 해요.”

    심 회장은 3월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와 8월에 있을 국제대회 준비를 위해 1월부터 해외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전지훈련장은 중국. 2008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도하’ 포상은 이미 마쳤다. 12월2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총 1억4000만원을 나눠주었다. 그중 박태환은 8400만원을 받았다. 심 회장은 이번 포상을 계기로 “코칭스태프는 물론 무보수 명예직인 연맹의 전무, 총무, 경영이사 등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회장은 1998 방콕아시안게임과 2002 부산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인 여자수영 전 국가대표선수 심민지로 인해 수영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심민지는 심 회장의 둘째 딸로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줄곧 기대주로 촉망받다가 지난해 8월 은퇴했다. 심 회장은 2000년 대전시 수영연맹회장으로 출발해 2005년 전국대의원총회에서 현 수영연맹 회장으로 재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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