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7

2007.01.02

성격은 꼼꼼·깐깐, 이념은 보수 쪽

  • 이태훈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jefflee@donga.com

    입력2007-01-02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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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21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내정된 이강국(61·사법시험 8회) 전 대법관은 판사 재직 시절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법관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원장 등을 거쳐 2000년 대법관에 올랐으며, 2006년 7월까지 현직에 있었다. 2001~2003년에는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했다.

    이 후보자는 1970년대 독일에 파견돼 헌법재판 제도를 연구했고, 88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출범 당시 헌재법을 제정하는 데 관여하는 등 헌재와 인연이 깊다. 그 때문인지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자에 대해 “헌재 소장으로 적임”이라는 평가가 많다. 법관들 사이에 ‘벙커’(깐깐한 선배 법관을 일컫는 법원 내 은어)로 꼽힐 만큼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은 ‘보수’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1997년 사법연수원 25기 수료생 3명이 학생운동 경력을 이유로 검사 임용에서 탈락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임용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 단적인 예.

    진보적인 판결을 내린 경우도 있다. 2004년 7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관련자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을 때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 12명 중 유일하게 무죄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던 것. 이에 대해 당시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의 평소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미래를 위한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가 지난해 11월 ‘개명(改名) 신청’ 사건에서 “개명을 허가할 때는 사회적 혼란보다는 개인의 주관적 의사를 중시해야 한다”며 개명 허가 요건을 크게 완화한 것은 가장 인상적인 판결로 남아 있다. 이 후보자에게도 이름과 관련한 일화가 있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심복이자 여간첩으로 알려진 김수임의 연인이었던 남로당 간부 이강국(55년 사형)과 이름이 똑같아, 1972년 대전지법 판사로 부임했을 때 이강만 등 다른 2~3개 이름 중 하나로 개명을 고려했던 것.



    이 후보자의 집안은 부친이 전주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이기찬 변호사, 장남은 고양지원 이훈재 판사로, 3대에 걸쳐 법조인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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