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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동성애자들에겐 지옥의 땅

정신병자·악마에 홀린 사람 취급 … 체포·고문·성폭행 등 탄압 다반사

  • 전원경 작가 winnejeon@hotmail.com

아랍, 동성애자들에겐 지옥의 땅

카이로의 나일강변에 네온이 명멸하는 화려한 배가 한 척 떠 있다. 이 배는 ‘퀸 보트’라는 이름의 디스코클럽. 인근 메리어트 호텔에 숙박하는 외국인들과 카이로의 부유한 젊은이들이 단골이다.

2001년 5월11일, 한 떼의 경찰 병력이 곤봉을 휘두르며 퀸 보트를 덮쳤다. 경찰은 여장을 한 채 파티를 열고 있던 50여 명의 남자들을 체포했다. 이들의 죄목은 ‘동성애자’라는 것. 경찰서로 끌려간 남자들 중에는 의사, 교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적지 않았다. 무작정 억류된 남자들은 밤낮 없는 고문과 구타에 시달렸다. 한데 묶여 몽둥이 찜질을 당하는 건 예사였다. 심지어 애널 섹스를 한 경험이 있는지 강제로 검사를 받기도 했다.

동성애자에 대한 죄목은 ‘풍기문란’

더 가공할 일은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카이로 언론들은 체포된 50여 명의 이름과 직업, 사진까지 낱낱이 공개하며 ‘악마의 의식을 벌이던 정신병자들’로 이들을 몰아붙였다. 어떤 신문은 이들이 ‘적국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보도에 따르면, 5년이 지난 지금도 아랍권에서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 아랍권 국가들은 동성애자를 여전히 ‘정신병자’나 ‘변태’ 혹은 ‘악마에 홀린 사람들’로 매도하고 있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아랍권에서 동성애자임을 표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성애자에 대한 체포나 구금, 고문, 성폭행 등은 아랍권 전역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엄한 이슬람 국가는 물론 비교적 자유로운 레바논이나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카이로의 중심가인 타흐히르 광장에서는 올해 7월 11명의 젊은이들이 ‘동성애자로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었다.

체포된 동성애자들은 고문과 구타에 시달린 나머지 ‘전향’을 약속한다.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성애자를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런 식으로 새로운 동성애자를 찾아내 체포한다. 경찰이 이들 동성애자를 단속하는 이유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죄목은 ‘풍기문란죄’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야코비안 빌딩’이라는 새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동성애자인 신문기자다. 여기에 대해 카이로 주간지 ‘알 오스보아’의 편집인 모스타파 바크리는 “설정 자체가 억지”라고 잘라 말한다. “표현의 자유 자체를 부정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그리고 이슬람이 단호히 거부할 것입니다.”

바크리의 주장처럼 112명의 국회의원들은 이 영화의 상영을 중지해야 한다고 국회에 청원했다. 그러나 영화는 여전히 카이로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흥행하고 있으니, 모든 카이로 시민들이 바크리의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닌 듯싶다.

아랍권 국가들이 동성애자를 탄압하는 이유는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롯’의 설화 때문이다. 롯은 가족을 이끌고 각종 부정과 간음이 난무하는 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하는데 이때의 부정과 간음 중에 동성애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이로에 거주하는 37세의 동성애자 핫산은 “코란에는 동성애가 범죄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아니, 코란에는 동성애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고 말한다. 동성애를 범죄시하는 이슬람의 경향은 사실 아무 종교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동성애자 핫산의 인생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그는 세 사람의 동성애자 친구가 있는데, 이 중 둘은 살해되고 한 명은 감옥에 갇혔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체포된 한 친구는 감옥에서 맞아 죽었으며 또 다른 한 친구는 각종 성희롱과 고문 끝에 풀려나긴 했지만 교사로 근무하던 학교에서 해고됐다. 핫산 역시 여러 차례 경찰에 끌려가 냉장고처럼 차디찬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감옥 바닥에는 아델이 흘린 피가 선명한 얼룩으로 남아 있었지요.” 아델은 감옥에서 맞아 죽은 그의 동성애자 친구다. “아델은 맞아 죽어도 싼 놈이었다고, 경찰은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감옥에서 맞아 죽고 직장에선 해고

그렇다면 이집트의 전문가들은 동성애자들이 당하는 탄압을 보고만 있을까? 이집트 복지부의 자문관 낫세르 로자 박사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에게 가끔 동성애 성향을 치료해달라는 환자들이 찾아옵니다. 대부분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입니다. 부모들이 동성애자인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데, 동성애자인 자녀를 가문의 수치라고 생각해요. 고칠 수만 있다면 전기충격요법이든 뭐든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실제로 아랍의 몇몇 병원에서는 동성애자에게 전기충격요법을 사용한다.

이집트의 변호사이며 인권운동가인 네가드 알 보라베이는 “이집트에는 이보다 더 심한 인권유린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인권운동 측면에서는 거리의 아이들에 대한 학대나 폭력, 고문 등이 더 시급한 문제입니다. 일단 이집트의 인권 문제는 굶고 있는 사람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동성애자는 그 후에야 살필 수 있습니다.”

최근 35명의 미국 상원의원들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동성애자에 대한 탄압을 중지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이집트의 신문들은 이를 두고 “변태가 되면 엉클 샘이 좋아한단다”며 비아냥거렸다.

퀸 보트 사건으로 체포되었다 풀려난 한 남성은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동성애자를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파시즘과 인권유린의 문제입니다.” M이라는 익명을 쓴 이 남성은 퀸 보트 사건 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규범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너무도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고 그는 씁쓸하게 털어놓았다.



주간동아 2007.01.02 567호 (p54~55)

전원경 작가 winneje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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