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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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로 뜬 김윤석 “돈보다 의리가 더 중요”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socio94@cbs.co.kr

    입력2006-11-15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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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귀로 뜬 김윤석 “돈보다 의리가 더 중요”

    영화 ‘타짜’에서 ‘아귀’ 역으로 열연한 김윤석.

    영화 ‘타짜’는 추석 전주에 개봉해 지금까지 6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역대 흥행 7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팜므파탈(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상황으로 치닫게 하는 숙명의 여인) 역에 최적이라는 평을 받은 김혜수와 ‘말아톤’ ‘도마뱀’ 등에서 녹록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조승우, 백전노장 백윤식, 명품 조연으로 인정받는 유해진 등이 펼치는 ‘앙상블’은 그야말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영화가 흥행 롱런을 거두면서 급부상한 인물은 이들이 아니었다. 목숨 걸고 악질적으로 도박을 벌이던, 얼굴에 칼자국이 선명한 ‘아귀’가 주인공 아닌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아귀가 나온 장면은 단 7컷이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간담 서늘하고 긴장감 넘치는 카리스마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라고 관객들은 입을 모은다.

    그 아귀 역을 120% 살려낸 배우가 바로 김윤석이다. 뒤늦게 주목받는 배우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그도 연극판 출신. 부산 태생의 김윤석은 10년을 연극무대에서 활동했다. 톱스타가 된 서른일곱 동갑내기 송강호와는 대학로에서 연극하며 배곯던 시절, 수유리 자취방에서 함께 뒹굴던 둘도 없는 친구였다.

    충무로에서는 올해 발굴한 최고의 배우로 김윤석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타짜’ 전에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여자가 되고픈 고등학생 소년의 폭력적인 아버지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일일 아침극 ‘있을 때 잘해’에서도 그는 불륜을 드러내놓고 저지르는 못된 남편으로 호평받으며(?) 20%대 시청률을 만든 공신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런 김윤석에게 최근 고민이 하나 생겼다.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그에게 억대 스카우트 제의를 해온 것. 연기를 천직이라 생각하며 일해온 그에게도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다. 엄청난 금액과 더 나은 환경,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소속사 매니저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말없이 그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런 제안에 흔들리는 김윤석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한 대우를 해주지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자조적인 생각도 했다. 얼마간의 고민 끝에 김윤석은 매니저에게 말했다. “함께 가자. 앞으로 더 잘 해보자.”

    잡고 싶어도 금전적으로 제대로 대우해줄 수 없는 처지였던 매니저는 김윤석의 호쾌한 결정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김윤석이 말없이 뒤에서 땀 흘렸던 자신을 인정해준 데 대해 진정성이 느껴져 좋았다고. 김윤석의 매니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에 개봉한 ‘라디오 스타’란 영화 있잖습니까? 거기서 20년을 매니저로 일하면서 자신이 돌보는 가수(박중훈 분)를 위해 헌신했던 안성기 씨가 생각나더군요. 결국 영화에서 둘은 한때의 감정대립을 극복하고 서로에게 빛이 돼주는 우정과 의리를 확인하잖아요. 저는 실제로 그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영화 같은 현실을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오늘의 성공 뒤에는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며 배역을 구하고, 자기 배우를 제작자와 감독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한 매니저의 뒷바라지가 있었음을 배우 김윤석은 잊지 않았던 것이다.

    연기를 잘하는 김윤석과 그 연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지원한 매니저의 앙상블은 ‘타짜’에서 배우들이 한데 어울려 최고의 영화를 만든 것과 다를 바 없다. 조금 인기가 높아지면 ‘자신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더 나은 소속사와 조건을 찾아 둥지를 바꾸는 삭막한 풍토에서 김윤석과 매니저가 보여준 ‘라디오 스타’ 같은 감동은 연예계가 주목해야 할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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