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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한파 오면 어쩌나

발전용 늘어 LNG 부족 사태 우려 … 산자부·석유공사 “수요 예측 잘못 네 탓이오”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올 겨울 한파 오면 어쩌나

도시가스 회사들의 반란?’ 최근 SK그룹 계열의 도시가스 회사들이 한국가스공사(이하 공사)를 상대로 천연가스(LNG) 공급 계약기간을 놓고 줄다리기하는 것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국내에 LNG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공사를 상대로 ‘을’에 불과한 SK 계열 도시가스 회사들이 맞서고 있는 것.

현재 공사 측은 20년 장기 계약을 주장하는 반면, SK 계열 도시가스 회사들은 5년 단기 계약을 고집하고 있다. 11월 말 20년 장기 계약이 만료되는 10개의 도시가스 회사 가운데 SK 계열이 아닌 ㈜예스코는 이미 20년 장기 계약에 합의한 상태. 1986년 11월 국내 처음으로 LNG를 발전 원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평택화력발전소(현 한국서부발전 소속) 역시 공사 측의 뜻에 따랐다.

그러나 SK 측은 11월9일 현재 여전히 완강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LNG 직도입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 마당에 장기 계약에 묶일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가까운 장래에 해외에서 바로 LNG를 도입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계약 기간을 가급적 짧게 하려는 것이다. 현재 LNG 직도입 인가를 받은 업체는 포스코와 GS칼텍스.

공사 측은 장기 계약만이 최근 일고 있는 LNG 수급 불안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사가 LNG 부족 물량을 현물시장에서 구입하면서 장기 계약 물량보다 최고 3배나 비싼 값을 치렀다는 질책을 많이 받았다”면서 “LNG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외국의 공급자와 장기 계약을 맺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내 수요자들과도 장기 계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 장기 공급계약 놓고 기업과 마찰



그러나 SK를 비롯한 기업들은 공사 측 주장을 일축한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LNG 물량 확보를 공사만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난센스라는 것. SK의 한 관계자는 “국내 석유시장을 보면 가스산업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정유사의 경쟁력은 얼마나 값싼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원유의 국내 수급 안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

현재로선 양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최근의 LNG 수급 불안 논란에 대해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가진다는 것이다. 공사 노조 측은 “편법과 특혜로 점철된 가스산업의 구조 개편 추진으로 인해 만성적인 수급 불안과 가스공급 대란이라는 위기에 봉착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민간기업의 관계자들은 “공사가 장기 공급 계약을 계속 독점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기반을 확고히 하려고 하며, 이는 곧 가스산업 구조 개편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국내 LNG 산업은 거의 매년 겨울철에 물량 및 저장시설 부족으로 만성적 수급 불안을 겪고 있는 상태. 한 도시가스 회사의 사장은 “지난해 11~12월에 몰아친 이상 한파 때문에 난방용 LNG 수요는 각 도시가스 회사 예상치보다 평균 3~5% 정도 증가했고, 이 물량을 조달하기 위해 공사는 국제 현물시장에서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고 전했다.

공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2003년부터 2006년 5월까지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추가로 국제 현물시장에서 웃돈을 지불하면서 구입한 물량은 연간 소비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00만t이나 된다”고 말한다. “이로 인한 추가 비용 4800억원 가운데 약 2900억원이 도시가스 요금으로 전가돼 서민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했다”는 것.

올 겨울 한파 오면 어쩌나

한국가스공사 노조는 가스산업 구조 개편 추진으로 가스대란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가스공사 노조의 집회 장면(위). 한 아파트 단지의 도시가스 시설 점검 작업을 하고 있는 도시가스 회사 직원들.

정부는 올해 동절기 LNG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절기 예상 수요 1573만t 대비 30만t의 공급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단, 이상 저온 등 돌발적 수급 차질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발전기 출력 상향 운전, 기저발전기 예방 정비일정 조정 등을 통해 발전용 LNG 수요를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물시장 물량 추가구매 등의 대책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스업계 일각에서는 이원걸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2차관이 11월13일 오만 등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수급 대책에 비상이 걸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공사가 협상 중인 장기 도입 계약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라고고 해명했다.

이원걸 차관 오만 방문에 수급 비상설 ‘솔솔’

공사 노조에 따르면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금까지 확보한 LNG 물량에 더해 필요한 추가 소요 물량이 2007년 372만t, 2008년 626만t, 2009년 543만t 등으로 매년 늘어나 2017년엔 2185만t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협상을 통해 확보 가능한 물량은 이보다 훨씬 적어, 2007~2017년에는 절대 부족 물량이 최저 67만t에서 최고 753만t에 이른다는 것.

산자부는 이에 대해 “올해 말 수립 예정인 8차 장기 LNG 수급 계획은 현재 공사 등 전문기관이 수요 예측을 분석 중이므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또 검토되고 있는 수요 예측치도 공사 노조 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부는 가스공사 등의 전망치를 기준으로 2년에 한 번씩 ‘장기 LNG 수급 계획’을 작성해 발표한다.

어쨌든 국내 LNG 수요는 최근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발전용 LNG 수요의 급증 때문. 서정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가스연구실장은 “2003년 이후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동절기에 LNG 발전소 가동률이 높아진 데다 2005년 하반기부터 중유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발전소에서 중유 대신 LNG를 원료로 사용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와 공사가 그간 국제 LNG 시황을 낙관해서 문제를 더 키웠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는 2000~2004년의 구매자 위주 시장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는데, 국제 유가의 급등으로 LNG가 선호된 데다 중국, 인도 등 LNG 대량 소비국이 등장하면서 2005년 들어 국제 LNG 시장은 공급자 중심으로 바뀌어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LNG는 장기계약 위주로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물량을 구입하려면 현물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확보해야 한다.

공사 노조는 중장기적인 LNG 수급 불안 논란이 이는 것은 산자부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2000~2004년 당시 산자부가 가스산업 구조 개편을 명분 삼아 공사의 장기 계약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의 논란을 불러왔다는 것. 공사의 한 관계자는 “가스산업 구조 개편 이후 민간 사업자가 도입할 수 있는 물량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이유로 공사의 장기 계약을 막았다”고 말했다.

반면 산자부는 공사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도 “공사는 항상 보수적으로 수요를 예측하는데, 이는 돌발적 수급 차질 상황이 닥치면 물량을 구해올 수 있는 곳은 공사밖에 없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래야 가스산업 구조 개편 논의를 막을 수 있다는 것.

공급자 위주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수도

그러나 산자부와 공사 모두 ‘결과적으로’ 시장을 잘못 예측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정부와 공사를 집중 비난하는 데는 동의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당시 상황에서는 LNG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으므로, 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는 일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근시안적’이라는 비판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정부 내에서도 “오히려 지금처럼 LNG 시장이 공급자 위주일 때는 곧 다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다는 가정 하에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눈앞의 현실 대처에만 급급해 손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상황이 바뀌면 그때서야 허겁지겁 대책을 세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

GS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지난해 LNG 수급에 비상이 걸렸던 경험 때문에 올해 LNG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다시피 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겨울 이상고온으로 올해 LNG 수요가 급감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현물시장 물량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10년 무렵이면 탈황 기술의 발달로 다시 석탄이 1차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LNG 시장은 다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이야기를 지금 ‘무리하게’ LNG 장기 계약을 추진했다가는 불과 4년 후에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561호 (p38~40)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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