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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지하철 1호선’ 1350회 이상 탔어요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무대 위 ‘지하철 1호선’ 1350회 이상 탔어요

무대 위 ‘지하철 1호선’ 1350회 이상 탔어요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 동안 서울 대학로의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큰 잔치가 열렸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3000회 공연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이었다. 황정민, 조승우, 방은진, 배해선 등 80여 명의 쟁쟁한 배우들이 기꺼이 ‘친정’인 ‘지하철 1호선’ 무대에 섰다. 3일간의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을 신청한 관객 수만 4000명이 넘었다.

‘지하철 1호선’의 3000회 기념공연을 보며 가장 감회에 젖은 사람은 물론 1회부터 연출을 맡은 학전 김민기 대표일 것이다. 그러나 감회에 젖기로는 조연출 이황의(39)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995년 ‘지하철 1호선’의 첫 번째 오디션에 응시해 ‘땅쇠’ 역을 맡은 이래 지금까지 1350회 이상 이 작품에 출연했다. ‘지하철 1호선’의 최다 출연자다.

“배우는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작품이 있는데 제게는 ‘지하철 1호선’이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하고 또 해도 지루하거나 힘들다기보다는 더 하고 싶어지는 작품이에요. ‘지하철 1호선’은 계속 오디션을 해서 새로운 배우를 선발하는데 오디션 날이 될 때마다 일부러 시간을 비우고 오디션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10년이 됐네요.”

12명이 출연하는 ‘지하철 1호선’은 특별한 주인공이 있다기보다는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이 씨는 6명의 남자 역할 중 주로 ‘땅쇠’ 역을 했다. 지난해부터는 학전 연출부에 합류해 조연출도 겸하고 있다.

“연극이라고 하면 일상에서 동떨어진 팬터지적인 세계를 연상하기가 쉬운데 ‘지하철 1호선’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개개인의 고민을 무대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작품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밴드의 라이브 연주도 젊은 관객을 매료시키는 부분인 것 같고요.”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하며 이 씨는 숱한 배우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설경구나 황정민, 조승우 등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들도 적지 않다. “설경구 씨는 적극적이고 고집이 세서 공연하면서 싸움도 많이 했어요. 그런 배우들의 힘이 ‘지하철 1호선’을 오늘까지 오게 한 거지요. 김민기 대표님이 참 인복이 많은 분이에요.”

10년 넘는 공연의 기억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2001년 4월의 독일 공연이다. “이 작품이 처음 공연된 베를린 그립스 극장에서 공연을 했지요. 먼저 그립스 극단이 독일어로 공연을 하고 저희가 한국어로 ‘지하철 1호선’을 했는데, 인간의 꿈과 욕망을 표현하는 감정은 언어 이상의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4년에 시작돼 벌써 12년째 공연하고 있지만 ‘지하철 1호선’은 연일 관객들로 꽉꽉 들어찬다. 이 씨는 ‘지하철 1호선’의 공연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하철 1호선’의 철학은 ‘못자리론’이에요. 한두 명의 스타를 기용하기보다는 가능성이 보이는 배우들을 길러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거지요. 앞으로도 ‘지하철 1호선’은 무대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배우들을 태우고 열심히 달려갈 겁니다.”



주간동아 2006.04.11 530호 (p98~99)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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