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0

2006.04.11

프리미어리그 스타들 선봉에 서다

두데크, 완초페, 델가도와 입성 앞둔 발락 4색 대결 … 예측불허 평준화 속 독일 ‘홈 이점’

  • 박문성 SBS 해설위원 mspark13@naver.com

    입력2006-04-05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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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코스타리카, 폴란드, 에콰도르가 묶인 독일월드컵 A조의 관심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전·현직 베테랑과 미래 스타 플레이어의 격돌이다. 폴란드의 골키퍼 예르지 두데크(리버풀)가 프리미어리거로 활약 중이고, 코스타리카의 공격수 파울로 완초페와 에콰도르의 스트라이커 아구스틴 델가도는 잉글랜드 무대를 거친 특A급 선수다. 순혈주의로 유명한 독일 대표팀엔 현재 프리미어리거가 없다. 하지만 조만간 탄생할 것이 유력하다. 박지성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억만장자 클럽 첼시가 한 선수를 놓고 영입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 전차군단의 사령관 미하엘 발락이 그 주인공이다. 발락의 프리미어리그 가세로 A조는 재미있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개막전이 벌어지는 터라 관심이 컸는데 4인4색의 전·현직 프리미어리그 스타의 용쟁호투가 예상되는 것.

    독일의 주장이자 키 플레이어인 발락은 억울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직 이적도 하지 않았는데 프리미어리거로 분류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발락의 잉글랜드 진출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축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이적료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로 적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맨유와 첼시 두 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만약 행선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확정된다면 박지성과 함께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지성이 독일 최고의 선수와 함께 뛰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맨유와 첼시, 발락 놓고 줄다리기

    최고라는 찬사가 하나도 아깝지 않은 선수가 바로 발락이다. 공격과 수비 재능을 두루 갖추어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멀티플레이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경기의 흐름을 읽고 동료를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이 출중하다. 따라서 발락을 가리켜 독일인들은 ‘베켄바워의 재래’라고까지 일컫는다. 2002년 여름 바이엘 레버쿠젠 소속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뒤 분데스리가 최강자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발락은 올 시즌에서도 맹활약, 리그 2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발락이 미래형 프리미어리거라면 완초페와 델가도는 과거형이다. 코스타리카의 주포 완초페는 선수 시절의 대부분을 잉글랜드 무대에서 보냈다. 97년 더비카운티에 입단한 뒤 웨스트햄과 맨체스터 시티를 거치며 8시즌 동안 활약했다. 부친, 숙부, 형 모두가 축구 선수 출신인 완초페는 더비카운티에서 3시즌 동안 뛰며 72경기서 23골을 넣어 타고난 재능을 증명했다. 웨스트햄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할 당시에는 팀 사상 최고 이적료(60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스페인 말라가로 무대를 옮겨 활동하다 올 시즌엔 카타르의 알 가라파로 이적해 뛰고 있다.



    완초페·델가도 예선서 녹슬지 않은 기량 과시

    에콰도르의 골잡이 델가도에게 잉글랜드는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장소다. 멕시코 네카사에서 뛰다 2001년 사우스햄튼으로 이적하면서 에콰도르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잉글랜드 무대를 밟았으나 현지 적응 실패로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2004년 자국 리그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델가도의 저력을 의심하는 축구 전문가는 없다. 2002년 월드컵 예선에서 9골을 작렬, 남미 지역 득점왕에 오른 델가도는 2006년 독일월드컵 예선서 거함 아르헨티나를 잠재우는 결승골을 성공시키는 등 농익은 골 결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폴란드의 수문장 두데크는 유일한 현직 프리미어리거다. 2002년 한일월드컵서 황선홍과 유상철에게 연거푸 골을 허용하며 무너진 폴란드의 주전 골키퍼로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은 얼굴이다. 2000년부터 2년 연속 폴란드 최우수선수에 선정되기도 한 두데크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를 거쳐 2001년 여름부터 리버풀의 골문을 지켜왔다. 지난 시즌엔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세브첸코의 슈팅을 막아내는 등 리버풀 우승에 결정적인 수훈을 세우기도 했다.

    4인 4색의 격돌이 흥미로운 건 저마다 사연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발락은 2002년 한일월드컵 브라질과의 결승전에 나설 수 없었다. 한국과의 4강전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꿈의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이다. 동독 출신으로 설움을 받기도 했던 발락에게 월드컵 우승은 자신을 바라보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을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였다. 따라서 발락은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맞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완초페는 2002년 한일월드컵 예선에서 당한 부상으로 정작 본선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카타르 리그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완초페에게 2006년 독일월드컵은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명예롭게 갈무리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두데크에게 월드컵은 누구에게보다 중요하다. 지난 시즌 이후 흔들리고 있는 소속팀에서의 입지를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출신의 호세 레이나 골키퍼에게 빼앗긴 주전자리를 되찾기 위해 그는 6월을 기다리고 있다. 2002년 월드컵서 부상으로 본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만회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강하다. 델가도는 통산 2번째로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에콰도르의 운명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남미 지역예선에서 최다골을 넣었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경험 부족 탓에 멕시코전 1골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활약 없이 조국의 조 예선 탈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전·현직 혹은 미래 프리미어리거들의 성적표는 팀의 운명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팀 성적에 따라 개인에 대한 평가가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발락이 가장 유리하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데다 홈 이점을 안고 싸울 수 있다.

    팀에서 주전 뺏긴 두데크 명예회복 별러

    개최국 독일의 무난한 16강 진출을 가정한다면 두데크, 완초페, 델가도 중 한 명만이 16강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2000년 이후 세계 축구는 빠르게 평준화하고 있다. 길고 짧은 것은 어디까지나 대봐야 안다. 한국 시간으로 6월 10일 새벽 1시 개막전으로 펼쳐지는 독일과 코스타리카, 새벽 3시에 열리는 폴란드와 에콰도르의 경기 결과가 16강행 희비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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