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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일파만파 ‘김재록 게이트’

8개 대기업서 107억원 받았다

김재록 씨 운영 인베스투스글로벌 컨설팅 대가 … 비용 일부 로비 자금 가능성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parker49@donga.com

8개 대기업서 107억원 받았다

8개 대기업서 107억원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검찰조사의 발단이 된 서울 양재동 현대차 연구센터 건물.

현대자동차 다음은 어디인가?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망이 재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3월28일 “현대·기아차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부분은 지류에 불과하다”며 “현대·기아차 수사를 마무리한 뒤 다른 기업들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 씨와 연루된 기업으로 검찰의 조사가 예상되는 곳은 어디일까.

이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주간동아’가 최근 사정당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 씨가 운영한 인베스투스글로벌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총 8개 대기업으로부터 컨설팅 명목으로 107억2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 내역은 다음과 같다. 2002년 상반기 A사 7억8000만원, 하반기 B사 6억2000만원. 2003년 상반기 현대자동차 21억원, C사 10억원, D사 36억원, E사 9억4500만원, F사 6억8000만원. 2005년 하반기 성창에프앤디 10억원.

김 씨가 이들 8개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금은 실제 컨설팅 용역에 대한 대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 조사 결과, 컨설팅 비용의 일부가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컨설팅 용역을 발주한 업체는 향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

2003년 상반기 21억원을 지출한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검찰은 현대차그룹을 조사한 이유로 “서울 양재동 현대차 연구센터 건설 인허가 로비 의혹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4년부터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도시계획시설 규칙을 고쳐 양재동 현대차 부지에 연구센터를 지을 수 있도록 했고, 이 과정에 김 씨가 개입했다는 것. 거액의 컨설팅 비용을 지불한 시점과 연구센터 인허가 과정이 시간 순서대로 진행된 점이 눈에 띈다.



돈 건넨 기업들 검찰 수사 선상 오를 수도

최근 한국일보가 보도한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의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 검토’ 보고서를 보면 컨설팅 비용이 로비의 대가였을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엔 김 씨가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의 부회장으로 근무할 당시 현대차에 보고한 컨설팅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현대차에 금융감독원을 사전에 접촉, 문제 될 부분을 상담 및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는 이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라고 판단했다.

2005년 하반기 컨설팅 대가로 10억원을 건넨 성창에프앤디(패션몰 밀리오레의 모회사)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서울 신촌의 민자역사 쇼핑몰 공사를 하면서 우리은행으로부터 500억원을 대출받았다. 검찰은 성창에프앤디가 로비스트 김 씨에게 대출을 부탁했고, 약속대로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이 이뤄지자 그에게 11억원을 건넨 혐의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정상적으로 컨설팅을 하면서 돈을 받은 것인지 아닌지는 방식과 기준을 분석하면 알 수 있다”며 컨설팅 자금 중 상당한 금액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음을 시사했다.

8개 대기업서 107억원 받았다

3월17일 구속된 김재록 씨가 회장을 지낸 서울 신문로의 인베스투스글로벌 사무실.

성창에프앤디의 경우, 사정당국이 파악한 컨설팅 비용(10억원)과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11억원의 차이가 발견된다. 1억원의 차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김 씨가 운영한 인베스투스글로벌은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도 아니고,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외감법인(자산규모 70억원 이상)도 아니다. 따라서 외부에선 회사의 매출 장부를 들여다볼 수 없다. 다만 모든 회사는 관할 세무서에 매출액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 사정당국은 이를 근거로 김 씨의 컨설팅 내역을 파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컨설팅 시기와 해당 기업은 틀림없지만, 김 씨가 세금을 적게 낼 요량으로 세무서에 매출액을 축소 신고했을 경우 금액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성창에프앤디에 이어 김 씨와 연루된 기업 중 C사와 D사는 각각 10억원, 36억원의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컨설팅 시기는 그룹 고위층이 구속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당시 C사는 2000년과 2001년에 걸쳐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이를 통해 2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D사는 외국계 펀드의 적대적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이처럼 그룹의 생존이 걸려 있는 때 김 씨에게 컨설팅을 의뢰한 것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D사는 “(김 씨가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아더앤더슨 한국지사로부터 컨설팅 받은 적은 있지만, 그 이후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C사는 “컨설팅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가 D사를 상대로 로비를 제안했던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김 씨가 1월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사실이 알려졌을 때, 재계에선 김 씨가 2003년 D그룹에 로비 자금 10억원을 요구한 사실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D사 관계자는 “김 씨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나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3년 9억4500만원을 주고 컨설팅을 의뢰한 E사의 경우도 의구심이 생긴다. 당시 이 회사는 법정관리 상태였고,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지고 있었다. 이 회사는 무슨 돈으로, 무슨 목적으로 1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가며 컨설팅을 받았을까. 인베스투스글로벌이 이 회사 외자유치 자문사로 선정된 바 있지만, 이는 2002년의 일이다. 한 가지 단서는 2003년 5월 이 회사의 주 채권자 골드만삭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에 노조가 반발했다는 점. 화의 상태였던 이 회사가 법정관리로 전환될 경우 경영진이 교체되고 다른 회사에 매각된다. 그렇게 되면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가 반발했던 것이다.

2003년 상반기 6억8000만원을 들여 컨설팅을 받은 F사는 당시 매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일부 언론에선 2001년 이 회사 구조조정 보고서를 김 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2002년 7억8000만원을 지출한 A사는 당시 거액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A사 측은 “회사 임원이 많이 바뀌어 (김 씨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2002년 컨설팅 명목으로 6억2000만원을 사용한 B사는 당시 인천 송도 신도시 내 자사 부지 용도변경 편의제공 명목으로 관련 고위 공무원에게 3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김 씨의 회사가) 2001년 회사의 건설부문 매각 주간사로 선정된 일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 이후엔 컨설팅 받을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6.04.11 530호 (p16~17)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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