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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라도 경제 초석 다져라

  •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경제학

이제라도 경제 초석 다져라

이제라도 경제 초석 다져라
참여정부도 이제 집권 후반부에 들어서고 있다. 과거 정권들이 그랬듯이 새 슬로건을 내세우기보다 집권 초 국민에게 약속했던 정책들을 차분히 마무리 지어가야 할 때다. 그러나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을 들으니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7% 경제성장’ ‘동북아 중심국가’ ‘한·중·일 FTA(자유무역협정)’ ‘허브(HUB)’ 등 3년 전 국민을 흥분시켰던 국정 어젠다는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양극화 해소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공공서비스 일자리 확대와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돈 쓸 곳도 많아 앞으로 국민 허리가 더 휘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그간 우리 경제가 심각한 내수부진에도 연 3~4%대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이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수출을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정부도 급변하는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을 내다보며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지금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주변국들은 FTA 등을 통해 합종연횡의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어 동아시아의 맹주가 되고자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변 경쟁국의 약진은 비단 FTA뿐만이 아니다. 중국 상하이는 양산항(港)을 개항해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물류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전통적인 금융허브뿐만 아니라 바이오·교육·의료 분야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를 돌아보자. 한국을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만들겠다며 출범한 동북아중심위원회는 지난해 행담도 개발 비리에 휘말려 휘청거리고 있다. 한·중·일 FTA는 어떤가. 당장 성사될 것처럼 덤벼들던 한-일 FTA는 재작년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중국과는 정부 간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

부산, 광양, 인천을 동북아 물류허브로 만들겠다며 엄청난 돈을 항만 건설에 퍼붓는 일만 해도 그렇다. 약간의 전문지식만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 세 항구가 상하이, 고베, 홍콩 등과 경쟁해 ‘모두’ 물류허브가 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특히 광양만에 대한 과잉투자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묘한 균형발전 논리 때문이다.



재정의 잘못된 지출과 방만한 정책 재고해야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남은 기간 동안 대통령이 진지한 자세로 우리 경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우선 대외통상의 과제를 일본, 중국, 미국 등과의 FTA 체결에 두어야 한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짝짓기 경쟁에서 소외되면 이는 우리 수출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먼저 일본, 중국 등과 ‘중간 수준의 FTA’를 추진해야 한다.

사실 한·중·일 모두 자국 시장을 활짝 열 때 벌어질 농민, 노조 등 이해집단의 반발을 정치적으로 감당하기가 힘들 것이다. 세 나라 간 경제의존도와 개방의 충격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부담이 큰 일부 분야는 제외하고, 중간 수준의 FTA부터 맺어 동북아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는 일이 급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높은 수준의 FTA’에 매달리느라 당면 과제인 한-일 FTA를 표류시켰음을 알아야 한다.

이른바 동북아 물류-금융허브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고 있는 정부 재정의 잘못된 지출과 방만한 정책에 대한 용기 있는 재고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균형발전이라는 덫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경제논리에 입각해 정책을 추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주간동아 2006.01.31 521호 (p128~128)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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