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1

2006.01.31

로마 검투사가 보리 먹은 까닭은

  •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입력2006-01-26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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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검투사가 보리 먹은 까닭은
    웰빙 바람을 타고 보리밥이 유행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보리밥집의 매상이 여름철보다 많다고 하니 가히 보리의 부활로 봐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보리밥은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비벼야 제 맛이다. 보리밥집에 가면 보리밥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는 먹기 어려운 시금치, 브로콜리, 콩나물, 무채 등 갖가지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최고의 웰빙 식단이 따로 없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실험을 하고 남은 보리를 텃밭에 뿌려 재배한다. 10월 중순경에 씨를 뿌리면 겨울이 되기 전에 싹이 나온다. 엄동설한에도 파릇파릇한 싹을 유지한다. 보리싹은 연약해 보이지만 동장군을 이겨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다른 작물에 비해 병해충도 심하지 않다.

    보리는 타작하기가 어렵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도리깨질을 해야 하는데 도리깨질로 껍질이 벗겨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손으로 직접 까야 한다. 가시가 붙은 보리를 만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쌀에 부족한 비타민·철분 다량 함유, 무공해 정력 식품

    40대 이상 세대에게 보리는 ‘보릿고개’라는 말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1960년대 이전은 쌀농사만으로 먹고살기가 힘든 시절이었다. 이른 봄 창고에 쌀이 떨어지면 가장은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산으로 들로 향했다. 산나물을 뜯어 연명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시래기죽도 호구책의 일환이었다. 그 험난한 시기를 거치면 보리가 나와 희망을 줬다. 아쉬운 대로 끼니가 해결되면서 보릿고개는 물러났지만 연례적인 보릿고개의 고통을 기억하는 사람이 지금도 많다.



    1960년대 정부는 보리 혼식을 장려했다. 정부가 얼마나 강력하게 이 정책을 폈던지 학교에서는 도시락의 쌀과 보리 비율을 검사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때 영화관 뉴스에는 보리밥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광고가 수시로 등장했다. 의도와 과정이야 어쨌든 그때 강조했던 보리의 우수성이 30~40년이 지난 지금 웰빙 식단에서 부활, 영양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리는 고고학적으로 기원전 7000년경에 터키 제국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유럽, 에티오피아, 중국 및 한국으로 전파돼 수천 년 동안 활력을 주는 정력식품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로마시대에는 검투사들이 체력 증진을 위해 보리를 먹었기 때문에 그들의 별명이 ‘보리 먹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보리에는 ‘베타글루칸’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베타글루칸은 물에 녹으면 끈적끈적해지는 물질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또 소장에서 당의 흡수를 떨어뜨려 혈당을 감소시켜주는 구실도 한다. 보리는 10~16%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쌀의 두 배에 해당한다. 보리에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 B2, B3 등의 비타민과 철분, 칼슘 등 여러 가지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쌀과 보리를 혼식하면 균형 있는 영양식이 된다.

    보리로 밥을 지으려면 불편한 점이 많다. 밥을 하려면 물에 불려 단단한 성질을 죽여야 한다. 그렇게 해 밥을 지어도 꺼끌꺼끌해 쌀보다 먹기가 부담스럽다.

    요즘은 이런 단점을 보완해주는 찰보리라는 품종이 나왔다. 찰보리는 물에 불릴 필요가 없다. 찰기도 강하다. 보리로 만든 요리 가운데 눈에 띄는 음식이 ‘보리수프’다. 만들기 편할 뿐만 아니라 채소까지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리수프

    로마 검투사가 보리 먹은 까닭은
    ① 물에 보리를 넣고 끓인다.
    ② 양파, 당근, 버섯, 감자, 양배추, 셀러리 등 좋아하는 채소를 넣고 끓인다.
    ③ 식성에 따라 끓는 수프에 토마토소스나 케첩을 넣는다.
    ④ 간장, 소금 등을 넣어 간을 맞추고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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