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9

2006.01.17

“연극 무대서 굿판 한번 벌여볼까요”

  • 강지남 기자

    입력2006-01-16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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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무대서 굿판 한번 벌여볼까요”
    1994년 김일성 사망 예언으로 유명해진 무속인 심진송(56) 씨가 연극 무대에 선다.

    1월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상상나눔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신이 선택한 여자, 심진송’(연출 서승만)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 이 연극은 95년 출간된 그의 수필집 ‘신이 선택한 여자’를 토대로 무녀들의 애환과 사랑을 전하고, 무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애틋한 웃음을 선사한다. 매회 2~3명의 관람객에게 즉석 사주도 봐줄 예정. 4일 늦은 밤 열린 최종 리허설에서 만난 심 씨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168cm, 53kg의 맵시 있는 몸매와 고운 인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책을 펴내고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굴곡 많은 제 개인사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해서 모두 거절했어요. ‘이럴 거면 차라리 내가 직접 나서자’는 마음에 연극으로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무속을 낯설게 여기는 젊은이들에게 신이 항상 인간과 함께 있다는 걸 깨닫게 하고, 외국 사람들에게는 무속이 한국의 전통문화임을 알려주고 싶어 무대에 서기로 했어요.”

    심 씨는 94년 김일성 사망을 맞힌 이후 ‘스타 무당’으로 등극했다. 점을 봐달라는 사람들이 물밀 듯 밀려와 99년까지 예약이 꽉 찰 정도였고, 서른아홉 살에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된 자기 인생과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예언을 담은 책 ‘신이 선택한 여자’는 50만부나 팔려나갔다. 화려했던 시절이었지만 심 씨에게는 개인적 아픔도 많았다. 유명세 탓에 남편과 이혼했고 ‘내각제 예언’ ‘95년 10월 대형사고 예언’ 등이 빗나가면서 ‘신기가 떨어졌다’ ‘엉터리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심 씨는 “당시의 나는 연예인 아닌 연예인”이었다며 “참 많이 울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연극 무대서 굿판 한번 벌여볼까요”
    90년대 중반 불었던 한바탕의 점술 신드롬에서 빠져나와 조용히 지내던 심 씨는 연극 무대에 서는 것과 동시에 지금은 절판된 그의 책의 증보판을 출간하기로 하는 등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고자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혼을 실은 예술이자 우리의 전통신앙인 무속을 널리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명씨 성을 가진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다가 틀린 심 씨는 2007년 대선을 어떻게 내다볼까. 그는 “6개월 전에 할아버지(몸주신으로 모시고 있다는 사명대사)께서 새 대통령의 얼굴을 보여주셨다”면서도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자신이 지금 ‘신의 예언’을 밝히면 ‘그분’이 다치기 때문에 올해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나 말문을 열 생각이라고. 다만 “그분은 아주 힘들게 대통령 자리에 오르시게 된다”며 “여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쉽게 오르겠지만…”이라고 말문을 흐려 야당으로 대권이 넘어갈 것임을 은근히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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