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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피해 북한軍 국내 보험금 받는다

삼성화재 측 “보험금 지급” … 향후 불미스러운 일 선례로 작용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hoon@donga.com

교통사고 피해 북한軍 국내 보험금 받는다

교통사고 피해 북한軍 국내 보험금 받는다

금강산 온정각을 찾은 관광객(왼쪽)과 금강산 주변 북한 마을.

휴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있는 대한민국의 최북단 지역은 강원 고성군이다. 3만명 남짓한 인구가 농업과 어업을 주로 하며 사는 이곳은 세계적인 명소인 금강산을 끼고 있다. 금강산은 남쪽으론 고성군, 북쪽으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고향인 강원 통천군과 접해 있다. 그러나 금강산이 있는 고성군 북단은 휴전선 이북에 있어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을 개시하기 전까지는 금강산 소재지로 이름을 날리지 못했다.

이 한적하기만 고성군 고성경찰서(서장 이주민 총경)가 세계적 관심 대상인 한반도 문제를 최일선에서 풀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1월5일 고성경찰서 수사과 형사계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아산 측으로부터 흉기를 휘두른 중국 국적의 조선족 A 씨를 넘겨받아 조사했다.

북에서 범죄 중국 교포 한국서 구속

A 씨는 6개월 취업 허가를 받고 한국에 들어온 뒤, 금강산 지구에 있는 식당에서 일해왔다. 그는 한국 체류 기간이 끝나는 1월9일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이런 그를 위해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조선족들이 회식을 열어줬는데, A 씨는 회식 직후인 1월4일 밤과 이튿날 새벽 평소 감정이 좋지 않던 동료를 찾아가 들고 간 흉기를 휘둘렀다.

A 씨가 흉기를 휘두른 장면은 현장에 달려나온 현대아산 직원에 의해 목격됐다. A 씨는 자신의 행위를 인정했고, 의사도 피해자 진단 소견서를 보내와 고성경찰서는 큰 어려움 없이 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 문제는 A 씨에 대한 처벌. A 씨는 외국인이므로 범죄 혐의가 경미하면 추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그러나 고성경찰서는 A 씨가 두 차례나 흉기를 들고 가 휘두른 것은 의도적인 중범죄라고 판단해 구속 의견을 첨부해 사건을 속초지청으로 보냈다. A 씨는 중국 국적자이지만 북한 땅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한국에서 구속된 최초의 사람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고성경찰서가 맞게 될 다음 사건에 비하면 전초전에 지나지 않는다. 2005년 12월27일 밤 금강산 지역에서 현대아산의 협력업체(인테리어 전문회사) 직원 B 씨가 갤로퍼 지프를 몰고 가다 북한 군인 세 명을 치어 그중 한 명은 숨지고 두 명은 중상을 입는 사고를 일으켰다.

금강산 지역은 북한 땅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한국인은 한국에서 이용하던 차를 가지고 갈 수가 없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곳곳에서 공사가 벌어지자, 남북한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한국인이 한국에서 이용하던 차를 북한 지역에 갖고 들어가 작업하는 것을 허가하기로 했다. 사고를 일으킨 차량은 이러한 절차를 거쳐 북한 땅에 들어간 자동차였다.

사고는 이날 저녁 B 씨가 횟집에서 회사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뒤 혼자 차를 몰고 금강산호텔로 가다 일어났다. 그가 달린 길은 낮에는 관광객을 태운 버스와 한국에서 간 작업 차량이 달리는 길인데, 이곳에 사는 북한 주민들도 이 도로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한국 관광객과 북한 주민이 접촉할 가능성이 있어, 북한군은 도로 곳곳에 초소를 세우고 군인들을 배치해놓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사방이 어둠에 묻힌 저녁 8시30분쯤. 사고가 난 지점은 가로등도 없는 데다 약간 오르막이면서 구불구불 굽은 길이어서 운전을 조심해야 하는 곳이었다. 때마침 북한 군인 세 명이 보초 교대를 하기 위해서인지 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B 씨는 이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치고 만 것.

B 씨는 크게 당황해 갖고 있던 무전기로 사무실에 사고 소식을 알렸다. 곧바로 그의 회사 직원과 현대아산 직원이 달려오고 북한 쪽에서도 군인들이 출동하면서 한국인이 북한 지역에서 한국 자동차를 몰다 북한 사람을 친 복잡한 사건이 표면화되었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이용하던 자동차를 갖고 일본이나 중국에 들어가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면 그는 그 나라 사법 당국에 의해 처벌받는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입한 자동차보험으로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따로 국제 자동차보험에 들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데, 사고 차량은 ‘물론’ 국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1999년 6월20일 금강산 관광에 나섰다가 북한 비난 발언으로 북한에 엿새간 억류되었던 한국인 민영미 씨 사건을 계기로 남북은 북한 법을 어긴 한국인 처벌 문제 등을 다룬 ‘개성공업지구 및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체류 합의서’를 맺게 되었다.

“남북 합의서와 법률에 따라 처리”

이 합의서에 따르면 북한 측은 북한 법을 어긴 한국인에 대한 조사권을 행사하고 범칙금 등을 부과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처벌권은 한국 측이 행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교통사고는 북한에서도 경찰이 담당하므로 우리나라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이 조사하나, 금강산 지구에서는 금강산총회사(이하 총회사)가 전권을 갖고 있어 총회사 측이 조사에 나섰다.

총회사 측은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금강산호텔 별관에서 B 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사건 자체는 단순한 것이므로 조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희생자가 북한 군인이므로 내부적인 절차가 있어 B 씨 송환은 늦어졌다.

그 사이 고성경찰서 측은 고민에 빠졌다.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B 씨가 작성한 자술서 등이 이미 도착했으므로 조사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한국인이 한국 통치 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느냐는 것.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한다면 B 씨를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면 북한에서 불법행위를 하고 한국으로 온 탈북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한국 사법 당국이 B 씨 사건을 처리하게 됐다는 것은 정치적인 면에서는 대단한 의미가 있지만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대원칙에서 보면, 불공정 시비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것.

사고 차량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삼성화재 측은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외국에서 국내 자동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사람이 보험금을 요청하는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고성경찰서 측은 “법적인 판단은 사법부가, 보험 문제는 보험사가 고민할 사항”이라며 “고성경찰서는 남북 합의서와 법률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성경찰서도 고민을 안고 있다. B 씨의 음주운전 문제가 그것.

B 씨는 음주 후 사고를 냈는데, 사고 한참 후 한국에 오게 되므로 고성경찰서는 B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의 총회사는 음주 측정기가 없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고성경찰서는 B 씨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비록 인명이 희생된 사고이긴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남북은 서서히 섞여가지 않겠느냐. 통일은 좋은 것과 나쁜 일이 뒤섞여서 오는데, 이러한 일이 바로 통일의 전초가 아니겠느냐”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간동아 2006.01.17 519호 (p44~46)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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