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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아 놀자|어떤 경우 명예훼손인가

사실 말하더라도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

  • 장중식 세계종합법무법인 변호사

사실 말하더라도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

사실 말하더라도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개똥녀’사진. 온라인을 이용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일반 명예훼손보다 무거운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

폭력을 싫어하며, 재산 관계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일생에 단 한 번도 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지낼 수 있다(이렇게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돈 없는 사람’과 함께 변호사들의 2대 기피 대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모르는 와중에 형사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명예훼손 건이다. 주먹이나 욕설이 오가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이 ‘고소하겠다’고 하면, 이는 십중팔구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최근 한 중년 가수가 기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고인이 된 젊은 여배우에 대한 사랑의 추억을 고백해 큰 화제가 됐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난했고, 여배우의 유족은 그 가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한 영화감독이 스타 배우들을 실명으로 비판한 것이 문제가 돼 서로 고소하겠다는 소동이 있었다. 또 어떤 누리꾼(네티즌)은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변을 치우지 않고 내린 이른바 ‘개똥녀’의 사진과 그에 대한 비방의 글을 올려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이런 사례들이 너무 특별한 경우라면, 어느 술자리에서 당신이 비난했던 직장 동료를 떠올려보면서 명예훼손죄에 대해 고민해보자.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허위이든 진실이든)을 적시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한 경우 성립되는 범죄로, 그것이 진실한 사실인 경우는 최고 2년 이하의 징역, 허위의 사실인 경우는 최고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형법상 공연성(公然性)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느냐의 문제다. 만일 친구만 있는 자리에서 그 친구의 비위 사실을 적시하여 말했다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전파 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정도는 커진다. 이 때문에 신문, 잡지, 라디오 등을 이용하거나 다량의 인쇄물을 배포하는 경우는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에 해당하여 더 무겁게 처벌된다. 앞에서 예를 든 중년 가수나 영화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발언한 것이므로 법에서 요구하는 공연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개똥녀를 비난한 누리꾼은 어떨까. 온라인상에서의 각종 1인 미디어를 통한 명예훼손 행위는 디지털의 무한복제성으로 인해 엄청난 파급력과 전파 가능성을 갖는다는 점 때문에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은 온라인을 이용한 명예훼손에 대해 일반 명예훼손보다 무거운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

둘째,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고, 이로 인한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의 침해가 인정돼야 한다.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과 대치되는 개념이다. 단순히 자신의 추상적 판단을 표시하거나 경멸적인 감정을 표현한 것(욕설 등)은 모욕죄가 될 수 있을지언정 명예훼손죄가 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진실한 사실을 말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것. 허위 사실을 말하는 경우보다 좀더 가볍게 처벌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은 형법 제308조에 의해 허위 사실을 말하는 경우에만 범죄가 된다. 따라서 중년 가수의 고백이 진실이라면 이는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되지 않는다.

셋째, 상대방의 명예가 훼손되었더라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순수한 의도에서 조직의 비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는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특히 폭로의 상대방이 공인이라면 적시된 사실이 대중의 알 권리라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면이 크기 때문에 위법행위와 무관해지기도 한다.

사실 말하더라도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

장중식
세계종합법무법인 변호사

그런데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면 형사고소와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민법 제751조는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상 고통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며, 경제적인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에 대한 판단은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사회통념이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에 비추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법원은 정신적 손해를 그리 후하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명예훼손 소송이 발생했을 때 어떤 전략을 택하는 게 도움이 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5.07.12 493호 (p42~42)

장중식 세계종합법무법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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