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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캅스 사건’ 왜 女警 문제로 돌리나

여경 규모 급팽창 4000명 시대 … ‘업무’는 성별 구별 없는데 ‘일부 잘못’ 땐 여경 전체에 눈총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투캅스 사건’ 왜 女警 문제로 돌리나

7월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13층에서는 제59회 ‘여경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66명의 여성 경찰관(이하 여경)들에게 특진과 포상을 수여하는 것으로 30분 만에 마무리되어 최근 침울해진 여경 조직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당초에는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1월 취임하면서 “2005년을 범죄 피해자 보호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허준영 경찰청장의 뜻에 따라 여경을 ‘인권보호의 선도자’로 내세우며 여경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경찰이 밀착 경호를 하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초청 강연, 여성 및 청소년 관련 시민단체 초청, 리틀앤젤스 위문 공연 등도 잡혀 있었다. 그러나 강순덕 경위(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운전면허증 위조 사건’이 불거지면서 애초 일정은 대부분 취소됐다. 이금형 여성청소년과장은 “이번 사건이 극소수 여경의 문제이긴 하지만 여경 스스로 자성하는 계기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경’ 비리 아닌 ‘경찰’ 문제로 봐야

6월21일은 여경 역사상 최악의 날이었다. 강순덕 경위가 연루된 운전면허증 위조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청렴과 친절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여경의 명성에 최초의 금이 갔다. 강 경위는 22일 사기 등의 혐의로 수배 중이던 건설업자 김모(52) 씨에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준 혐의로 구속됐다. 하루 앞선 21일 김인옥 전 제주지방경찰청장은 강 경위에게 수배 중인 김 씨를 소개시키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됐다. 강 경위는 군납품 비리를 밝혀내는 등 ‘장군 잡는 여경’으로 불렸고, 김 전 청장은 여경 최초의 경무관, 여경 최초의 지방경찰청장을 기록한 최고위직 여경이기에 경찰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여경 간부직이 연루된 최초의 비리 사건이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여경에게는 더욱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1980년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경찰관이 연루된 각종 부정행위가 벌어지자, 경찰은 운전면허시험장에 여경을 집중 배치함으로써 타개책을 찾았다. 여경의 꼼꼼한 일처리와 청렴성을 내세워 운전면허시험장의 부정을 척결하고자 한 조치였다. 99년 12월 말 기준으로 운전면허시험장에 배치된 여경은 모두 255명으로, 이는 전체 여경의 14%에 달하는 수준이었다(박주문, ‘여자경찰제도의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이 같은 면허시험장 내 여경 증원은 부정행위 척결에 순기능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여경 조직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여경 비리’가 아닌 ‘경찰관 비리’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남대 이창무 교수(여성경찰행정학과)는 “여경이 남자 경찰관보다 더 청렴하기 때문에 이번 일이 더욱 충격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경찰관의 윤리의식은 성별 차이보다 개인 차이가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경도 경찰관이다. 방대한 경찰 조직의 꽃이나 액세서리와 같은 상징적 존재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다. 일단 수가 크게 늘었고, 여경이 진출해 있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다. 지난해 첫 번째 경무관을 배출하는 등 조직 내 여경의 계급 또한 크게 높아졌다.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날씬해야 뽑히며, 비상근무나 당직에서는 당연히 제외되는’ 70~80년대식 여경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투캅스 사건’ 왜 女警 문제로 돌리나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전체 여경의 수는 3975명. 이는 전체 경찰관의 4.3% 수준으로 여경 비율이 10%를 훌쩍 넘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경 규모는 급팽창하고 있다. 2000년 2215명이던 여경 규모는 4년 반 만인 현재 180%나 성장했다. 해마다 채용되는 여성 순경의 수가 늘고, 90년대부터는 경찰대 출신 여경이, 2000년부터는 간부후보생 출신 여경이 배출된 까닭이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한 개 경찰서 통틀어 여경이 두세 명에 불과했지만, 2~3년 전부터는 30~40명에 이르고 있다. 80년대 경찰에 입문한 경위급 여경들은 “과거엔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소상하게 알 정도로 여경들끼리 친했지만, 요즘엔 얼굴 모르는 여경 후배들이 더 많을 정도”라며 달라진 세태를 전한다. 경찰 조직에서 여경은 더 이상 특이한 구경거리가 아닌 셈이다.

현재 형사, 정보, 보안, 외사, 지구대, 교통, 경비 등 여경은 경찰의 전 분야에 포진되어 있다. 지구대(24.4%)와 여성청소년계가 포함된 방범 분야(20.2%) 다음으로 여경이 가장 많이 배치된 곳이 형사 분야(18%)일 정도다. 올 초 수사 인력만 따로 인사 관리를 하는 수사경과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여경들이 수사경과에 자원했다. 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경정과 경감급 여경들이 수사경과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을 벌였을 정도로 여경들의 의욕이 컸다”고 전했다. 내로라하는 수사 베테랑인 남자 경찰관들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도 2003년 강순덕 경위가 진출한 이래 한 명의 여경이 배치되어 있다.

계급 면에서도 여경의 위상은 날로 향상되는 중. 현재 김인옥 경무관 밑으로 3명의 총경과 10명의 경정, 53명의 경감, 301명의 경위 등 모두 368명의 여경 간부들이 있다. 경위 이상의 간부급 여경 비율은 9.25%로 전체 경찰의 간부 비율(15%)보다 낮지만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이 같은 여경의 성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해 여경을 600명씩 채용해 2014년까지 전체 경찰관의 10% 수준(1만여명)으로 끌어올리는 ‘여경채용목표제’와 경위 이상 여경 간부 인원을 남자 경찰관 간부의 비율과 맞추기 위해 여경의 승진 몫을 별도 배정하는 ‘승진목표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건의 변화는 여경 조직에서도 남자 경찰관들과 다를 바 없는 승진에 대한 경쟁을 불러왔다. 70년대 경찰에 입문한 한 간부 여경은 “90년대까지만 해도 대다수 여경들은 경찰직을 그저 사무직 공무원쯤으로 여기며 가사와 육아에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일했는데, 요즘 들어오는 여경들 중 간부 진급을 꿈꾸지 않는 여성은 없다”고 말했다. 여경 중에서 경감과 경정, 총경이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여경들 사이에서 ‘간부 여경’은 보편적인 목표가 된 것.

‘투캅스 사건’ 왜 女警 문제로 돌리나

3월 서울 동작구 사당동 경찰특공대에서 대(對)테러 시범을 보이는 여성 특공대원들(왼쪽)과 2월24일 열린 전국 여성 경찰관 간부 워크숍.

정책적으로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여경들에게 진급 기회의 문을 더욱 넓혀주자 이제는 남자 경찰관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서울 일선 경찰서 형사과의 김모 경정은 “경정에서 총경이 되는데 남경은 보통 7~8년이 걸리지만, 여경은 3~4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여성 경정은 “남자들은 진급을 위해 진급에 유리한 보직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만, 여경들은 아직까지 그러진 않는다”며 “현재 경정인 여경들은 워낙 수가 적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시간 차는 나더라도 모두 총경으로 진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경들 사이에서도 승진 경쟁이 치열해지자 ‘여경들 사이에서도 파벌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왕설래가 있다. 이번 운전면허증 위조 사건을 계기로 김인옥 전 청장과 강순덕 경위의 친분 관계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두 여경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없지만 두터운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경 파벌’에 대해 여경들은 “여경 조직 내에 파벌 따위는 없다”고 발끈한다. 이금형 과장은 “조직이라면 어디에서나 같은 계급 간에 승진을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여경 조직 내부에서도 그런 차원의 경쟁은 있을 수 있지만 파벌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위 간부로의 진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갖가지 ‘인사 로비’에 여경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은 감지된다. 한 고위직 경찰 관계자는 “인사철만 되면 고위 경찰 간부, 정치계 고위 인사 등을 동원한 로비가 벌어지는데, 여기에 여경이라고 해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이번 운전면허증 위조 사건은 ‘여경은 청렴하고 친절한 경찰의 꽃’이란 시의성 지난 명제를 무너뜨렸다. 여경 또한 남자 경찰관과 다를 바 없는 경찰관이고, 거대 조직의 조직원이며, 그래서 자기 능력을 발휘해 인정받기를 원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여경들은 “여경이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여경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다음은 한 경정급 여경의 말이다.

“여경은 이질적 존재이자 주목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조금만 잘해도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조금만 잘못해도 ‘여자라서 그렇다’는 편견에 시달렸다. 이번 사건도 여경의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충격, 비난이 쏟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여경을 여경이 아닌 경찰관으로 봐달라. 여경도 남자 경찰관과 다를 것 없이 능력에 대해 평가받고, 도덕성에 대해 감시받길 원한다.”





주간동아 2005.07.12 493호 (p38~40)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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