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3

2005.07.12

KT 5대 암초 남중수 해법은

사장 선임 잡음 해소·사내 통합 ‘발등의 불’ … 비자금 의혹 해소 ‘규제 지뢰밭’도 부담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5-07-07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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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5대 암초 남중수 해법은

    KT 차기 사장으로 선임된 KTF 남중수 사장.

    남중수 KTF 사장이 민영화 KT의 2기 사장으로 내정됐다. 결과적으로 “될 사람이 됐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과정은 007 영화를 방불케 했다. 4만3000여 직원들의 동요 또한 컸다.

    이웃이라 안면을 트고 지내던 한 30대 KT 직원은 사장 후보 등록 막바지쯤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와 “기자이니 좀 알 것 아니냐. 부서 사람 모두 일손을 놓다시피 했다. 누가 될 것 같냐”며 조바심을 쳤다. 그는 남 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된 다음에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그럼 이제 누가 ‘물’을 먹는 거냐”고 앰한 사람을 다그쳤다. ‘차기 KT 사장’ 자리를 화두로 2003년 초 일찌감치 시작됐던 혼란과 각종 설의 난무는 아무래도 남 사장의 8월 취임을 지나, 11월 정기인사가 끝난 후에야 정리가 될 듯하다.

    어쨌거나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게 ‘차기’가 된 남중수 사장의 KT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통신업계 상황에 정통한 이들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안팎으로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정보통신업계 맏형이자 자산 기준 재계 순위 7위의 거대기업 KT가 관련 업계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은 심대하다. 남 사장의 항로를 막아선 5대 암초는 무엇인가.

    1. 사장 선임 후폭풍

    6월15일 오후, 정보통신 분야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 연통이 돌았다. “KTF 남중수 사장이 외부 추천 케이스로 차기 KT 사장 공모 레이스에 합류했다”는 것이었다. 외부 추천이라고 하지만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 그간 KT와 KTF 인사들에게서 줄곧 “이용경 현 KT 사장이 공모에 참여하면 남 사장은 포기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대다수 기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6월17일 예정된 절차인 듯 이용경 사장이 ‘공모 불참’을 선언했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남 사장의 사장 선임을 돕고자 짐짓 공모에 참여할 것처럼 해 유력 경쟁자들을 떨궈낸 뒤 용퇴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떠돌았다.

    KT 5대 암초 남중수 해법은

    이용경 KT 사장.

    그러나 차기가 결정된 지금 ‘정설’은 남 사장이 이 사장의 뜻을 거스르며 공모 참여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남 사장의 한 측근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1200억원 과징금 결정 등으로 이 사장의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사장의 경영철학을 이어갈 수 없는 전혀 뜻밖의 인사가 선정되느니 남 사장 자신이 그 짐을 지고 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 설명했다.

    안 그래도 남 사장은 이 사장의 공인된 후계자였다. 사내외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온 ‘준비된 KT CEO’이기도 하다. 때문에 업계는 남 사장의 선임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KT의 사장 선임 방식 자체가 지나치게 ‘현 주도 세력’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 전직 KT 고위인사는 “지금처럼 해서는 현직 사장이 인정한 1인의 후계자가 사장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KT 사외이사들의 지지에 힘입어 차기 사장으로 결정되는 식의 구조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KT 5대 암초 남중수 해법은

    그간 KT는 신규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KT가 소니와 손잡고 개발한 휴대용 게임기.

    또 다른 문제는 남 사장의 ‘결단’에 대해 관련 부처나 통신업계는 물론, 은근히 KT에 일정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권마저 ‘그럴 수도 있지’ 파와 ‘그럴 수가 있나’ 파로 나뉘었다는 점이다. “무리했다”고 주장하는 쪽은 “남 사장의 능력은 인정하나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며 “결국 그간 소문으로 떠돌던 ‘KT를 움직이는 건 이 사장이 아니라 남 사장’이라는 설을 확인시켜준 꼴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고 있다.

    2. ‘산 넘어 산’ 사내 통합

    하지만 어느 쪽이건 “남 사장이 이 사장을 능가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엔 동의하는 분위기다. 실제, 그간 KT의 주요 보직을 맡아온 임원들은 대부분 ‘이용경의 사람’인 동시에 ‘남중수의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새 사장이 들어선 다음에도 조직의 흔들림은 크지 않으리라는 것이 외부의 시각이다. 그러나 KT 핵심 인사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이 사장의 최측근이자 남 사장의 브레인 구실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모 임원은 “아마 나는 11월 인사 때 변방으로 쫓겨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사람이 어떻게 새 사장 밑에서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KT 임원 역시 “그의 말이 사실”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남 사장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2년 넘게 계속돼온 사내 각 세력 간 반목과 질시를 화해와 통합으로 이끄는 것”이라며 “그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이라도 그간 권력을 누려온 세력에 패널티를 주고, 소외돼온 이들은 중용하는 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T의 한 전직 고위인사는 “별 의견이 없어 뵈는 노동조합을 넘어 일반 직원들의 정서까지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라며 “남 사장이 탕탕평평한 인사를 하고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정치력’이 없었던 이용경 사장과 달리 통신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남 사장인 만큼, 오히려 인사청탁 등 갖가지 외풍을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남 사장의 강한 결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 KT가 정보지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사태는 확실히 종료된 것일까. 한 KT 임원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물먹었다’고 생각하는 반대파가 존재하는 만큼, 투서와 정보지로 대표되는 갈등 양상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3. 검찰 조사설

    KT를 둘러싼 투서의 ‘대표’ 격은 “KT 최고위층이 비자금을 조성해 노동조합 관리 명분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특정인의 부정 축재에 활용됐다”는 내용이다. 자료가 제법 충실해, 실제 2003년 성남지청은 이 투서를 근거로 내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KT 측은 “검찰 조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모두 무혐의로 드러나 수사 종결됐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이 ‘비자금설’에 대한 내사가 다시 진행되고 있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KT의 반응은 “기가 막히다”는 것이다. KT 측은 “어떤 언론이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사실이 아닌 만큼, KT는 소문에 영향을 받은 듯한 태도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실제로 투서 내용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이 분명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 사장의 두 조카가 특혜 입사했다”거나 “특정 인사가 임원들에게 ‘용돈’을 돌렸고, 이를 거절한 이도 있다”는 류의 내용이 그것이다.

    4. 규제 ‘지뢰밭’

    KT는 그간 KTF 가입자를 대신 유치하는 ‘무선재판매’업을 통해 2004년에만 71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총 매출액의 6%를 넘는 액수다. 문제는 KTF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면서도 그로 인한 수익의 56%를 KT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간 LG텔레콤과 소규모 별정통신사업자들은 “KT가 무선재판매 사업을 통해 유선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을 이동통신 시장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특히 6월 초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몇몇 의원들이 무선재판매 사업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현재 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양쪽이 모두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무선재판매는 지금껏 별다른 신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이용경의 KT호’를 먹여살리다시피 해온 사업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로 자칫하면 이렇듯 짭짤한 수익원을 대폭 축소당하거나 아예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공정위가 ‘통신시장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강력히 내세우며 그 대표 타깃으로 KT를 설정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에 따라 7월에는 초고속인터넷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심결이 나올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시내전화 담합 건과 마찬가지로 1000억원을 상회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뿐인가. 6월28일 정보통신부는 KT를 초고속인터넷 부문의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했다. 이렇게 되면 KT는 무선통신 분야에서 SK텔레콤이 그러하듯, 각종 비대칭규제를 받게 된다.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거두고 있는 KT로서는 악재 중 악재다.

    5. ‘뿌려놓은 씨’가 없다

    KT의 한 임원은 “명색이 세계적 통신기업이라는 KT가 무선재판매 사업 정도에 목을 매고 있는 것 자체가 진짜 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에 먹힐 만한 신규 사업 모델을 창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 사장은 이렇듯 ‘뿌려놓은 씨’가 거의 없는 KT를 맡아 2년6개월이라는 임기 동안 구체적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통신산업의 특성상, 또 KT의 특성상, 이 기간은 조직을 통합하고 새 모델을 찾고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진행해 이를 매출로까지 연결시키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KT의 한 고위임원은 “남 사장이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후임을 위해 ‘씨 뿌리는 역할’에 매진해줄 것을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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