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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운 겨울이 더 좋다”

  • 김 제 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추운 겨울이 더 좋다”

  •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는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인간의 과다한 에너지 사용이 지구의
  • 평형을 깨뜨린 결과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에 의존한 산업경제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지구의 온난화를 더 빠르게 만들어왔다.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리고 도심의 밤이 더욱더 밝아질수록,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문제나 부족한 에너지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딸아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느 날 딸아이의 일기장을 들춰보게 되었다.

‘겨울인데, 가을보다 더 덥다. 하지만 난 추운 겨울이 좋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의 눈에도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가 보다. 길거리에서 파는 군고구마의 달콤한 냄새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잰걸음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그러나 딸아이의 말마따나 ‘추워야 제 맛’이란 말이 점차 무색해지고 있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란 영화가 상영되면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기상이변이 영화 속 가상현실이 아닌, 진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 또한 여러 차례 나왔다.

온난화 탓 이상기후 만연 … 온실가스 감축 노력 ‘절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재앙을 걱정할 겨를도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켜기에 바빴다. 겨울에도 매한가지다. 고유가와 경기불황을 걱정하면서도 도심의 밤은 낮보다 더 밝고, 건물의 난방온도 또한 점점 더 높아만 간다.

3층 주택인 녹색연합 서울 성북동 사무실은 각 층마다 온도계를 달아두었다. 겨울에는 가스보일러로 난방하고 있지만 워낙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꾸리다보니 온도계 붉은 눈금이 자꾸만 아래로 향한다. 요즘엔 평균 15℃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적정온도(18℃)라도 맞춰주세요”라는 간사들의 투정 섞인 농담이 터져나오곤 한다.

그렇다고 녹색연합 식구들이 그저 추위를 견뎌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내복을 입고, 문풍지를 붙여 따뜻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녹색으로 일하고 녹색으로 살고자 하는 녹색연합의 정신을 작게나마 실천하는 셈이다. 녹색연합이 벌이는 내복 입기 캠페인도 벌써 6년이 됐고, 초절전형 멀티탭 사용으로 에너지 절약운동을 시작한 지도 꽤 됐다. 또 녹색연합 사무실은 필요한 에너지의 20%를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로부터 얻고 있다. 성북동의 작은 사무실 안에서 작지만 큰, 대안에너지 혁명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평균 기온이 0.6℃나 올랐다고 한다. 이는 지난 1만년 동안 지구 온도가 1℃ 이상 변한 적이 없었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또 100년 동안 가장 더운 해의 기록이 1990년대 이후 거듭해서 깨지는 것을 보면, 지구온난화가 점차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절감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난방비가 절감되니까 좋은 것 아니에요?”

누군가가 이렇게 물었다. 지구를 우리의 몸으로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면서 기침과 두통 몸살에 시달리는 것처럼, 평형을 잃고 따뜻해진 지구에서는 자연 재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해양의 흐름이 뒤바뀌고, 지구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이는 자연스레 인류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업이나 어업 등에서도 변화가 생기고, 건강 문제·기상이변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문제도 발생한다.

“추운 겨울이 더 좋다”

김 제 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이런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는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인간의 과다한 에너지 사용이 지구의 평형을 깨뜨린 결과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에 의존한 산업경제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지구의 온난화를 더 빠르게 만들어왔다.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리고 도심의 밤이 더욱더 밝아질수록,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문제나 부족한 에너지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건물이나 자동차의 난방온도가 높을수록 그 밖 세상은 지속가능성을 잃게 된다.

녹색으로 겨울을 나는 방안은 내가 존재하는, 그리고 존재하고 싶은 안과 밖의 온도를 그리 다르지 않게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자연스러움은 자연과 우리, 지구 생태계를 상생하도록 하고 평화롭게 한다.



주간동아 2005.01.04 467호 (p96~96)

김 제 남/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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