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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한옥살림집을 짓다’

그곳에서 살고 싶다

그곳에서 살고 싶다

그곳에서 살고 싶다

김도경 지음/현암사 펴냄/ 367쪽/ 1만8000원

●●●10남매를 둔 홀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생전에 자식들에게 당신의 소원을 말씀하시곤 하셨다. 자식들이 모두 모여 한 끼 식사라도 함께 했으면 한다는…. 그러나 어머니의 소원은 돌아가신 다음에야 이루어졌다. 바로 강화도 덕진진 산기슭에서 어머니 품처럼 반기는 학사재(學思齋)가 그 결과물이다.

요즘엔 한옥살림집을 짓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옥 하면 일단 생활이 불편하다는 편견이 앞선다. 그리고 집 관리에 적지 않은 손이 간다. 또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문틈 사이로 찬바람이 황소걸음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아파트를 선호한다. ‘한옥살림집을 짓다’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한옥살림집인 학사재의 터잡기에서부터 완공까지 1년 반 동안의 건축 보고서다.

학사재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솜씨 있는 목수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송광사 대웅보전을 비롯해 수많은 한옥 공사를 해온 신영훈 선생이 목수를 맡고, 도편수 조희완이 설계와 공사를 하고, 대목(大木)으로 건축박사인 저자 김도경이 현장을 지휘했다. 학사재 집주인은 처음엔 산 정상에 집짓기를 원했다. 산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러나 목수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산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온 곳 용마루가 뒷산보다 높지 않을 정도에 앉히기로 정해졌다. 자연을 정복하기보다는 자연과 함께하는 한옥 전통의 멋을 그대로 잇기로 한 것이다.

학사재는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로 이루어져 옛 사대부 집의 격식을 갖추면서도 현실적인 요구를 수용했다. 안채는 집주인 내외와 자녀가 기거하고, 사랑채는 집주인 맏형이 생활하면서 손님을 맞을 수 있게 꾸몄으며, 대문채는 집 관리인이 기거하게 지었다. 전통 한옥에서 가장 불편하게 여겼던 욕실과 부엌은 입식으로 꾸며 안채에 들여놓았다. 또한 대청마루에는 추위를 막기 위해 벽난로를 설치했다. 심야전기를 이용하는 보일러로 난방을 하면서도 윗목과 아랫목을 두어 실내공기가 자연스럽게 순환되도록 했다. 현대의 편리한 설비와 재래식 구들의 장점을 결합했다.

1년 반이 넘게 걸린 학사재 공사과정은 단순한 살림집을 넘어 전통한옥의 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둥, 보, 도리와 달구질 그렝이질, 흙벽치기, 치마널, 영창, 불발기창, 돌각담 등 언뜻 들어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는 우리 건축 용어들이 이어진다. 집 한 채가 지어지는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설명과 활용방법이 하나하나씩 소개된다. 또한 모탕고사, 입주식, 상량식 등 집짓기 과정의 흥겨운 통과의례는 집을 짓는 사람과 주인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준다.



집을 지은 저자는 한옥을 살 만한 우리 삶의 터전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한옥은 불편한 곳이 아니다. 한옥의 법식을 정확히 알고 응용해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면 최고의 주거공간이 된다.

학사재는 2001년 8월에 완공, 입주식을 했다. 벌써 2년여의 시간이 흘러갔다. 집주인은 얼마나 만족해하면서 살고 있을까? 책 말미에 집주인의 편지가 실려 있다. “후끈후끈한 구들방에서 몸을 지질 때의 개운함이나 달 밝은 밤 사랑채 누마루의 정취를 체험해보십시오. 사랑하는 이,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이에게 한옥을 삶터로 삼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 냄새 가득한 집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한번 다녀가십시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두통에 천식, 그리고 아토피성 피부염까지 새집증후군으로 아파트에 정나미가 떨어진 사람들이 많다. 너른 대청에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고 흙이 깔린 마당을 뛰어다니며 왁자지껄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리운 사람들은 이번 연휴에 학사재를 방문해볼 일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너무 빨리 잊혀져가는 한옥과 사람 사는 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Tips

학사재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배움을 바탕으로 하되 자신의 시각으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는 말.




주간동아 454호 (p17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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