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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북한 10월 충격설’ 실체 있나

美 대선 분위기 틈타 北 핵실험 가능성 ‘솔솔’ … 강행 땐 미국의 공습, 한국 공황 우려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북한 10월 충격설’ 실체 있나

요즘 식자층 사이에선 ‘10월 충격(October Surprise)’이 회자되고 있다. 10월 충격은 원래 미국 정치권에서 쓰인 용어다. 2002년 12월 16대 대통령선거 때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 노후보가 대권을 쟁취했듯, 미국에서도 대통령선거(올해는 11월2일)를 앞둔 10월,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깜짝 놀랄 만한 정치적 사건이 일어나곤 해 이 용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렇듯 10월 충격은 미국 국내용 정치 용어인데, 요즘엔 미국 국경을 넘어 다른 상황에도 적용된다. 이 용어는 북한과 깊이 연관돼 있어 한국에 회자됐는데, 이를 한국에 소개한 이는 8월29일 미 공화당 전당대회 초청을 받아 미국에 다녀온 박진 의원(한나라당)이다. 박의원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커크 패트릭 부논설주간 등 수명의 미국 지식인과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들이 먼저 심각한 어조로 10월 충격을 거론해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美 공격 피하려 中 접경지서 실험할 수도

현재 미국은 상당수 병력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해놓고 있다. 그리고 대선을 코앞에 둔 10월은 ‘천하의’ 미국이라도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바로 이러한 때를 택해 북한이 ‘나 잡아봐라’ 하는 식으로 핵실험을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10월 충격의 요체다.

주지하다시피 팍스 아메리카나는 핵 비확산(NPT) 체제를 전제로 한다. 이를 어기는 나라가 있으면 이라크전쟁의 예에서처럼(그러나 이라크에서는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은 군사력을 투입해 응징해야 한다. 실제로 ‘중동의 유력한 패자’인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가 오시라크에 원자로를 건설하자 공군력을 동원해 이를 파괴해버렸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초정밀 공습(Surgical Strike)으로 북한의 핵시설을 정확히 날려버려야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1차 북핵 위기를 일으킨 93년부터 북한 핵시설을 초정밀 공습하는 ‘작전계획 5026’을 만들어 이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북한이 교묘한 선택을 할 경우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상황은 이렇다.

북한은 중국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핵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습하러 날아온 미군 전투기들은 ‘아차’ 하는 순간에 중국 영공을 침범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미국 전투기가 중국 영공으로 접근해오면 중국은 공군기를 띄워 대응할 것이고, 영공 침범을 범한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미국 전투기의 활동을 제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중국이 자기 영공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주면 북한은 미국의 초정밀 공습을 피할 수 있다. 반면 중국에 북한은 ‘예쁘진 않지만 쓸모 있는 동지’가 된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을 봉쇄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 미국과 맞서준다면 미국의 관심은 몽땅 북한으로 쏠려 상당한 여유를 갖게 된다. 이어 한·미·일과 북한을 중재하는 ‘복덕방’ 구실을 하며 ‘구전’도 챙길 수 있다.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면 미국은 중국을 절대 홀대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미국은 핵 비확산을 성공적으로 유지해오지 못했다. 98년 5월, 불과 2주 사이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했을 때 미국은 이를 막지 못했다. 두 나라가 핵실험을 한 뒤에도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인도와 파키스탄은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핵보유국으로 등록하게 되었다.

‘교묘한’ 북한은 상당수의 미군 전력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묶여 있고 대선이 코앞에 닥친 10월 하순, 중국 국경 근처에서 핵실험을 한다. 미국은 동원 가능한 전력이 적은 데다 중국을 의식해 군사력 투입을 망설이고, 이 사이 북한은 어물쩍 여덟 번째 핵보유국으로 ‘등극’한다.

이러한 10월 충격은 이미 다른 형태로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바 있다. ‘뉴욕타임스’ 백악관 출입기자 데이비드 생어는 9월12일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북한이 첫 번째 핵실험을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 보고를 받았다’ ‘미국은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하 동굴을 뚫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10월 충격이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9월9일 세계 각국의 인공위성이 발견한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 상공의 초대형 뭉게구름(버섯구름)과 9월8일 밤 11시23분 백두산 근처에서 발생한 2.6리히터 규모의 지진 등과 맞물리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 같다’는 추측성 오보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뭉게구름 사건 때 북한이 수력발전을 위해 산을 폭파한 것 같다고 확인해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것은 분별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경고했고, 곤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도 CNN에 출연해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하는 징후를 관찰해왔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하려 한다면 이는 큰 실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오보 사건과 관계없이 북한의 핵실험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핵실험 성공 땐 김정일 정권 공고해져

그렇다면 10월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한 안보 전문가의 전망이다.

“첫째, 최근의 농축 우라늄 분리 문제와 맞물려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핵 민족주의가 등장할 것이다. 둘째, 북한에 대해서 ‘위험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읍소하는 세력이 생기고, 이들 중에는 ‘북한에 대한 원조를 늘려 무모한 행동을 막자’는 유화론자가 발생할 것이다. 셋째,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북한 핵은 우리 민족의 핵’이라며 은연중에 북한 주도의 통일에 찬성할 것이다. 넷째, 일부 부유층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한국을 탈출하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전문가의 예측은 한마디로 “한국은 국론이 분열돼 공황 상황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는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슨 대안이 있겠나. 김선일씨 피살 사건 때도 테러에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큰 충격을 받고 당황해했다. 98년 북한이 대포동을 시험 발사했을 때도 역시 무방비로 있다가 쩔쩔맸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건이 일어나도 크게 놀라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선일씨 사건도 시간이 지나자 충격이 약해지지 않았나. 북한의 핵실험이 주는 충격도 결국은 ‘시간이 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북한 핵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김형직군의 뭉게구름 사건으로 10월 충격에 ‘약간 얼어 있던’ 한국을 아주 쉽게 희롱했다. 이러한 희롱이 ‘늑대와 소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북한에서 또다시 대형 뭉게구름이 발생했다는 정보가 나오면 적잖은 한국인은 ‘자연현상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미국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라고 발표하면 순식간에 공황에 빠져들 수도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핵실험 전 단계인 고폭실험을 이미 140여 차례나 수행했다. 북한의 핵과학자들도 핵무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을 것이므로 기필코 끝장을 보려고 할 것이다. 결국 김정일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관건인데, 핵실험에 성공하면 김정일은 정권을 공고히 하고, 남한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초정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10월 충격이 현실화하느냐는 결국 김정일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북한 10월 충격설’ 실체 있나




주간동아 454호 (p80~82)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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