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6

2004.05.27

자이툰은 제2의 실미도 부대?

이라크 파병 가능성 점점 멀어져 … 주한 美軍 1개 여단 대타로 이라크 갈 듯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4-05-19 1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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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툰은 제2의 실미도 부대?

    파병지가 바뀌고 파병시기가 늦춰지는 가운데 훈련을 거듭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

    ”이러다간 자이툰 부대가 제2의 실미도 부대가 되는 게 아닐까.”

    국방부 기자단을 비롯해 국방 문제를 다루는 소식통 사이에서 ‘농담’으로 회자되는 이야기다. 물론 이 말이 자이툰 부대가 실미도 부대처럼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실미도 부대원들은 에이전트 또는 약칭 A로 불리며 자신들의 실체를 철저히 가려야 했던 공작원들이다. 그러나 자이툰 부대원들은 태극기를 어깨에 붙이고 이라크로 가는 대한민국 국군이므로 이 둘을 똑같이 놓고 비교할 수 없다. 이 말은 두 부대가 정치적인 이유로 활용할 시기를 넘겼고 그로 인해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오는 것이다.

    실미도 부대는 1968년 1·21 사태 등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결성되었다. 그러나 69년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는 세계적 데탕트에 이어 남북대화가 시작되면서 이 부대를 만들 때의 ‘결연한 결기’는 사그라졌다. 그리고 ‘영원한 대기상태’에 들어갔다가 결국 실미도 사태라는 비극이 일어났다.

    자이툰 부대는 미국이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하고 이라크를 확실히 장악해 들어가던 지난 2월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이 통과되면서 창설됐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부대는 지난달 선발대를 이라크에 보내 숙영지를 건설하고 5월인 지금은 본대를 보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라크 내 반미세력의 저항이 거세지고 정부가 파병지를 바꾸려 하면서 대기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군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병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외무장관이 이라크 문제를 UN으로 넘기기 위해 “오는 7월1일 출범하는 이라크 임시정부가 요청할 경우 자국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미국이 주한미군 1개 여단 4000여명을 이라크로 보내겠다고 제의함으로써 제대로 된 자이툰 부대의 파병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훈련만 하다 원대복귀 골칫거리

    새 파병지로 거론되는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아르빌주는 중대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170여명의 미군이 관리해왔다. 그런데 나시리야에 파병돼 있는 서희·제마부대까지 옮겨와 도합 3600여명의 자이툰 부대가 이곳에 주둔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모기 보고 칼 뽑았다’는 눈총을 피하기 어렵다.

    자이툰 부대는 특전사와 특공여단 해병대를 중심으로 편성된 합동부대. 동시에 보병과 기갑(장갑차) 공병 통신 등 여러 병과가 참여한 협동부대이기도 하다. 부대원들은 5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자원자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파병 규모를 축소할 경우 어느 부대, 어느 병과, 그리고 누구를 원대복귀시킬 것인가가 골칫거리가 된다.

    자이툰 부대는 특전사 교육단과 육군중앙군사학교의 연병장을 빌려 훈련을 받고 있다. 키르쿠크 지역으로 파병이 거론될 때 이들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나 지금은 쿠르드족의 문화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자이툰은 제2의 실미도 부대?

    파병반대 촛불시위 모습

    이라크인 포로를 학대한 미군은 헌병 요원인데, 자이툰 부대에도 작은 규모의 헌병부대가 포함돼 있다. 미군 헌병대의 포로 학대가 국제적인 문제가 되는 만큼 자이툰의 헌병대는 제네바협약대로 생포된 적대세력 다루는 법을 익히고 있다. 대기가 길어지는 만큼 훈련은 상대적으로 정교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파병이 철회되거나 축소된다면 이들의 사기는 눈에 띄게 떨어질 것이다. 국방관계 소식통들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원기왕성한 자이툰 부대가 국민들에게서 잊혀져가고 있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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