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3

2004.05.06

‘C형 간염’ 난치병 꼬리표 뗐다

완치 가능한 치료제 ‘페가시스’ 출시 … ‘리바비린’과 병행 때 10명 중 5~8명 치료 효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4-29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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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형 간염’ 난치병 꼬리표 뗐다
    최근 대한적십자사의 B·C형 간염 오염 혈액 유통사고 이후 C형 간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간염 하면 그저 B형 간염만 있는 줄 알았는데 C형 간염이란 것도 있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천국인 우리나라의 B형 간염 보균자는 약 300만명. 사태가 이렇다 보니 B형 간염이 간염의 모두인 양 여겨져왔다.

    그러나 최근 C형 간염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제는 C형 간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국내 C형 간염 환자의 유병률은 1.0~1.7%로 전국적으로 40~50만명의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C형 간염은 증세가 거의 없고, 일반 건강진단 프로그램에서도 대부분 C형 간염에 대한 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C형 간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가을 대한간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2002년 군 입영대상자를 무작위로 추출해 검사한 결과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이 1994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내용을 발표한 가톨릭대 의대 대전성모병원 내과 안병민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간경변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991년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 예방접종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면서 B형 간염은 감소해 2010년을 기점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은 2~3%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감염률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층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현상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방백신 없어 감염률 증가 추세

    ‘C형 간염’ 난치병 꼬리표 뗐다

    B형 간염과 함께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도 잘못된 사회적 차별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C형 간염은 주로 환자의 혈액을 통해서 감염되며 대체적인 전염 경로는 B형 간염과 비슷하다. 90년대 이전 수혈 뒤 발생한 간염을 C형 간염 진단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약 90%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C형 간염의 진단이 이루어지면서 수혈에 의한 감염은 눈에 띄게 줄었다. 문제는 수혈 외의 다른 감염 경로. 외국의 경우 오염된 주사기를 같이 사용하는 마약중독자에게서 C형 간염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점으로 미루어봐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소독하지 않은 바늘로 문신을 하거나 귀를 뚫고, 비위생적인 침술 행위, 칫솔질 또는 자유분방한 성접촉 등에 의해서도 전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전염 요인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의 C형 간염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문제는 C형 간염에 걸려도 증상이 없어 10~15년씩 자신도 모르고 지내다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돼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20~30%는 간경변으로 이행되고 이 가운데 일부는 간암으로 진행되는데, 현재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15~20%가 C형 간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C형 간염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기본 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따라서 C형 간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별도의 C형 간염검사를 받아야 한다. C형 간염은 간 수치가 정상인 경우에도 감염된 경우가 있으므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반응검사를 실시해서 양성으로 나타나면 정밀검사로 RNA 검사를 시행해 감염 여부를 확진한다.

    일단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 확진되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서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제까지는 C형 간염 치료에 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의 병용요법이 사용돼왔으나 10명 중 3~4명에게서만 효과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3회 1년 동안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약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C형 간염은 치료가 어려운 질환의 하나로 여겨져왔다.

    ‘C형 간염’ 난치병 꼬리표 뗐다

    C형 간염 치료제인 페가시스.

    그런데 최근 C형 간염의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인 C형 간염 치료제가 나오면서 C형 간염은 더 이상 난치병이 아닌, 완치 가능성이 높은 질병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한국로슈사에서 3월 출시한 페가시스는 리바비린과 병용해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에 따라 C형 간염 환자 10명 중 5~8명에게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 간염 치료제의 효과는 약물 투여를 중단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을 때 성공적인 치료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한다. 페가시스와 리바비린으로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환자들 가운데 99.4%는 임상시험 종료 2년 뒤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페가시스는 2001년 8월 스위스에서 최초로 허가받은 이후 미국 FDA(식품의약국)를 포함해 80여개국에서 만성 C형 간염의 치료제로 발매돼왔다.

    “6개월~1년 치료면 완치”

    가톨릭대 의대 윤승규 교수는 “C형 간염 치료제들의 임상자료를 종합해볼 때 페가시스는 이상적인 C형 간염 치료제의 조건을 가장 만족시키는 약물이다. 페가시스는 C형 간염이 완치될 수 있는 질병이라는 희망을 주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한광협 교수도 “C형 간염은 80%가 만성 간질환으로 발전하며 간경변 및 간암의 주요 원인이다. 이제 C형 간염도 우수한 치료제가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치료가 되어도 바이러스 흔적이 남아 완치 판정이 어려운 B형 간염과 달리 C형 간염은 6개월에서 1년만 치료받으면 완치될 수 있는 질병이다”고 강조했다.

    페가시스의 국내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 이선희씨(35)는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아 완전한 치료 효과는 알 수 없지만 기대하고 있다”며 “인터페론으로 치료받을 때는 일주일에 세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으나, 페가시스는 일주일 중 한 번만 편한 시간에 주사해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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