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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록펠러가의 사람들’

부자의 대명사 … 그들은 행복했을까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부자의 대명사 … 그들은 행복했을까

부자의 대명사 … 그들은 행복했을까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유진씨는 자서전 ‘나는 봄꽃과 다투지 않는 국화를 사랑한다’에서 평생 가난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돈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물질적 만족을, 또 한편으로는 정신적 빈곤의 두 얼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갈파했다.

돈을 가진 이들이 끊임없이 돈을 더 벌려고 하고, 또 그럴수록 커지는 공허감을 메우기 위해 정승처럼 잘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도 바로 돈의 이중성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거대한 부(富)를 소유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그 이중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국 부의 상징 ‘록펠러가’에서도 마찬가지. 최근 나온 가족 전기인 ‘록펠러가의 사람들’은 돈에 대해 이중적 행태를 보인 부호집안 사람들의 삶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그들의 부는 무자비한 방법으로 쌓아올린 것입니다. 로마의 약탈자들이나 암흑시대의 강도 가족들이 쓰던 만행과 다를 바 없는 악랄한 수단으로!”

록펠러 1세가 1905년 초 보스턴의 한 교회에 기부한 10만 달러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전국적으로 번져갔다. 록펠러 1세는 당시 로버트 라폴레트 상원의원이 “이 시대 최고의 범죄자”라고 손가락질했을 만큼 검은돈의 대명사였다. 그런 그가 기부라는 이름으로 ‘돈세탁’을 하려 했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던 것이다.

카네기, 모건, 밴더빌트 등과 함께 무섭도록 빠르게 발전하던 미국경제의 흐름을 타고 거부가 된 록펠러 1세의 재산은 당시 미국경제의 1.53%를 차지해 1998년 0.56%(900억 달러)를 차지한 빌 게이츠의 재산보다 3배나 많은 돈을 모았다.



록펠러 1세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엄격한 프로테스탄트 문화 속에서 자라 늘 한 푼이라도 아끼려 했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 사무원으로 취직했다. 그는 일기 대신 매일 자신의 회계장부를 기록하는 등 근면성을 보이며 서서히 재산을 모아갔고, 미국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자 정유업에 과감히 투자해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부에 대한 그의 집착은 날로 더해갔다. 리베이트와 뇌물 증여 등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 석유산업의 동맥인 철도를 장악했고, 스탠더드 오일사를 설립해 전국의 정유회사를 하나씩 인수해나갔다. 마침내 스탠더드 트러스트를 출범시켜 미국 전체 석유 공급량의 95%를 주무르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그 결과 록펠러는 사상 최대의 부를 거머쥘 수 있었지만 그만큼 사람들한테서 크고 집요한 질투와 혐오의 대상이 됐다. 만년에 “내 재산은 인류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며 자선사업가로 변신해 록펠러 의학연구소와 록펠러 재단을 만들었지만 부정적인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록펠러 2세는 자신이 존경하는 아버지가 사람들한테서 온갖 비난을 받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했지만, 자신도 극렬한 노사 대립에서 빚어진 학살사건에 연루돼 청문회에 서기도 했다. 그는 록펠러라는 이름을 질투와 혐오의 대상에서 존경과 애호의 대상으로 바꾸기 위해 평생을 보냈다. 베르사이유 궁전 같은 문화 유적을 복원하고, 제3세계의 위생상태를 개선하며, 소외된 흑인과 여성 교육을 위해 대규모의 자선사업을 벌였다.

부자의 대명사 … 그들은 행복했을까
1세가 벌어들인 돈과 2세가 쌓은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 아래 3세 5형제는 다양한 삶을 산다. 심약한 성격의 장남 존은 동생에게 장남의 권리를 빼앗기고 방황하다가 아시아와 인구 문제의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둘째 넬슨은 정계로 눈을 돌려 가문의 역량을 총동원하다 실패했고, 셋째 로런스는 자연파괴적인 군수산업과 환경보호사업을 병행했다. 넷째 윈스롭은 유일하게 인간적 성품을 지녔지만 무능하다고 배척당해 낙향한 뒤 나중엔 주지사까지 되지만 끝까지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쓸쓸히 죽어갔다. 막내 데이비드는 사업보다 외교사절 역할에 치중해 체이스은행의 경영 악화를 초래했다.

이 ‘형제들’의 자녀인 21명의 사촌들은 가문의 책임과 개인의 가치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록펠러라는 이름 때문에 편집증에 걸려 가문의 이름과 재산을 포기하고 은둔한 큰딸 샌드라, 가문의 그늘에서 벗어나 야채 행상을 하며 서민으로 살아가는 매리언, 자기집 하녀와 결혼하고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만 사업에 회의를 느껴 신학자로 돌아선 스티븐 등은 ‘선택받은 동시에 저주받은 인간’으로 살아갔다. 거의 모든 사촌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불행을 겪었다. 록펠러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권력과 명예 못지않게 그 이름에 평생 따라다닌 ‘더러운 돈’이라는 오명을 씻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록펠러가는 세계적인 부호에 속한다. 2004년 포브스지 발표에 따르면 이 가문의 자손 3명이 500위 안에 들어 있다. 그러나 물질적 부만큼 많은 행복을 얻었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은 이 독특한 가문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마음만 부자’인 평범한 이들에게 어떤 위안을 안겨준다.

피터 콜리어·데이비드 호로위츠 지음/ 함규진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펴냄/ 904쪽/ 3만3000원



주간동아 431호 (p84~85)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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