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1

2004.04.22

갑자기 배가 살~살 혹 담낭염?

갈비뼈 아래 우측 복부 통증 땐 일단 의심 … 재발 방지 위한 근본 치료는 ‘외과적 제거’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4-14 17:2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갑자기 배가 살~살 혹 담낭염?

    담낭에 염증이 생긴 환자에게 복강경을 통해 수술하고 잇는 모습(오른쪽). 초음파 검사에 나타난 담낭의 모습과 담장 속에 생긴 결석(왼쪽 아래 흰부분).

    평소 자신의 운동량을 믿고 기름기 있는 음식을 즐겨 먹어온 김이수씨(39). 그런 김씨가 2월 초 갑자기 옆구리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김씨는 예전부터 앓아오던 위염이나 요로결석이 심해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초음파 검사 결과 뜻밖에도 담낭염이었다. 담낭(쓸개) 안에 담석이 생기면서 염증이 일어난 것. 담당 의사는 수술로 염증 부위를 제거하자고 했지만 겁이 난 김씨는 수술을 거부하고 약물치료를 고집했다. 통증이 사라지자 퇴원한 김씨는 불과 두 달 사이에 5차례나 응급실 신세를 졌다. 결국 극심한 통증을 견디다 못한 김씨는 담낭을 제거하는 복강경수술을 받았다. 이렇듯 담낭염은 일단 한 번 생기면 재발률이 높아 복강경수술로 염증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 담낭염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담낭염은 담낭 벽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담낭이란 흔히 우리가 말하는 쓸개. 쓸개는 체내의 화학공장이라고 불리는 장기로, 간에서 만들어지는 하루 500~1000mℓ 정도의 담즙을 저장하고 농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쓸개에 생기는 담석은 농축된 담즙이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는 과정 중에 여러 문제로 인해 굳어 결석이 된 것. 세란병원 외과 이경범 과장은 “담낭 내에 생성된 담석은 굴러다니면서 담낭 벽을 손상하고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때 극심한 통증이 따른다”며 “담석이 담즙이 지나가는 길인 담도를 막으면 담낭에 갇힌 담즙이 담낭 벽에 염증을 유발하고, 세균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특히 수담관이 막힌 경우에는 담낭에 고름이 생기는 ‘담낭 축농’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매우 위험하므로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

    이처럼 담낭염은 90% 이상이 담석 때문에 발생한다. 담석은 콜레스테롤, 수분, 빌리루빈, 담즙산, 물 등의 담즙 구성요소 중 어느 하나가 많거나 균형이 깨진 경우 발생하는데 담즙 자체가 굳으면서 돌처럼 단단해진다. 담석이 생기는 주원인으로 고지방 위주의 식생활과 비만 등이 꼽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 이렇듯 콜레스테롤 이상 때문에 생기는 담석을 콜레스테롤 담석이라고 한다. 이밖에 기생충 감염이나 간질환 등이 원인이 돼 생기는 색소 담석은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동양인과 유럽계 백인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선 100명 중 3~4명에게서 발병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고 알려져 있다.

    담석이 굴러다니며 염증 유발

    담석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약 75%일 만큼 평소 모르고 지내다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무증상의 경우에는 관찰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1년에 한 번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무증상 담석이라고 해도 그중 2~3%는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 등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담낭암’의 발생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3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또 무증상 담석이라도 결석 크기가 3cm 이상이거나 담낭 벽의 석회화가 진행될 때, 혹 같은 것이 보일 때, 일부 또는 전반적으로 담낭 벽이 두꺼워졌을 때, 담낭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발견됐을 때는 반드시 수술을 해 담낭을 제거해야 한다.



    담낭염의 증상은 갈비뼈 바로 아래 우측 복부 통증이 가장 특징적이며, 통증이 오른쪽 어깨로 퍼지기도 한다. 보통 한밤중이나 저녁식사 후 1~2시간 뒤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통증은 수분에서 수시간 지속된다. 이외에 소화불량, 트림, 오심, 구토, 식욕부진, 설사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할 때는 병원을 찾게 되지만 통증이 약할 때는 위염 정도로 생각하고 참다 염증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숨쉴 때마다 경미한 복통이 1시간 이상 반복될 경우에는 담낭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배가 살~살 혹 담낭염?

    담낭 내에 생긴 콜레스테롤 결석의 모습(왼쪽)과 수술로 떼어낸 담낭.

    환자의 자가진단은 금물이다. 요로결석으로 잘못 생각하고 물이나 맥주를 많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자가진단으로 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 복막염이나 맹장염, 요로결석 때도 복통이 일어나므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드물게는 세균감염에 의해 담낭에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담낭에 구멍이 생기면 자극성의 담즙이 복강 안으로 새어나와 심각한 합병증인 복막염을 일으킨다. 또 담낭에 고름이 생기는 담낭 축농이 되었을 때는 사망률이 30%에 이르는 등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질환이 담낭염이기도 하다.

    담낭염에 대한 진단은 초음파 촬영으로 이루어지는데 처음 담낭염이 왔을 때는 대부분 경미한 증상을 보이며 진통제와 항생제 등 내과적 약물치료를 한다. 세란병원 이경범 과장은 “급성 담낭염은 내과적 약물치료로 70% 가량이 회복되지만 30% 정도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담낭 축농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때는 수술이 필요하다”며 “내과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된 환자 중 25% 가량은 1년 안에 증상이 재발하고, 60% 정도는 6년 안에 한 번 이상 증상이 재발한다”고 밝혔다. 한번 염증이 생긴 담낭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치료는 ‘외과적 제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문제가 있는 담낭의 제거에 복강경수술이 도입됨으로써 수술이 더욱 간편해졌다. 일명 ‘레이저 배꼽수술’로도 알려진 복강경수술은 배꼽 부위에 3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이용해 절제하므로 입원기간이 3일 정도로 짧으며, 통증과 흉터가 거의 없다. 수술로 인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적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 때문에 복강경수술은 이제 담낭염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담석은 체질과도 관계되므로 완전한 예방은 어렵다. 그러나 담석 중 콜레스테롤성이 가장 많으므로 저지방식이 담석 발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즉, 지방이 많은 육류, 닭껍질, 베이컨, 소시지, 버터, 마가린, 치즈, 초콜릿, 땅콩버터, 튀긴 음식 등과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양질의 단백질, 탄수화물 섭취와 흰살 생선, 어묵, 탈지분유, 두부, 밀가루 음식, 호박 등은 마음껏 먹어도 좋다. 또한 당뇨나 비만이 있으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를 잘 조절하고, 폭음이나 폭식을 삼가고 규칙적인 식생활과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담석 예방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