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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vs 오리온 ‘멀티미디어 쟁탈전’

케이블·영화·공연기획 곳곳서 충돌 … ‘라이벌’ 애써 외면하며 자존심 싸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CJ vs 오리온 ‘멀티미디어 쟁탈전’

CJ vs 오리온 ‘멀티미디어 쟁탈전’
시대가 변화하면 기업도 옷을 갈아입는다. 휴대전화 명가(名家) 노키아는 1980년대까지 고무와 펄프를 만드는 회사였다. 도요타는 원래 섬유기계를 조립했고, 소니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세워졌다.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모태는 설탕과 옷감이다.

삼성의 설탕은 CJ로 분리됐고 CJ는 다시 인터넷게임업체(플래너스)를 인수하는 등 멀티미디어 쪽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 중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설탕회사 CJ가 요즘 과자회사 오리온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 ‘설탕’과 ‘과자’가 멀티미디어 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온다.

외식업계서도 치열한 선두다툼

CJ와 오리온은 벌이는 사업마다 충돌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사업에선 CJ미디어와 온미디어, 멀티플렉스에서는 CGV(CJ)와 메가박스(오리온), 영화 제작·배급·투자 사업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본업인 설탕과 과자에 가까운 외식사업에서는 빕스 스카이락(CJ), 베니건스 미스터차우(오리온)가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CJ vs 오리온 ‘멀티미디어 쟁탈전’

‘살인의 추억’을 제작한 CJ엔터테인먼트와‘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든 쇼박스의 경쟁도 치열하다.

분명 맞수이건만 두 회사는 상대를 라이벌로 인정하지 않는다. “초코파이나 만들던 회사가 케이블 채널 몇 개 갖고 있다고 우리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건 난센스예요. 케이블방송은 CJ 전체 매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CJ) “멀티미디어 콘텐츠에서 CJ하고 비교하는 건 좀 그러네요. MBC 정도라면 모를까. 그쪽은 첨단 미디어 분야에선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오리온)



방송 쪽은 오리온의 주장대로 ‘과자’가 ‘설탕’을 앞지른다. 오리온의 미디어 지주회사인 온미디어는 업계 1위로 OCN(영화) 캐치온(영화) M-TV(음악) 온게임넷(게임) 등 총 10개의 채널을 갖고 있다. 이른바 돈 되는 채널은 죄다 소유하고 있는 것.

CJ는 케이블 TV 시장에서 오리온을 맹추격하고 있다. CJ의 미디어기업 CJ미디어는 m.net, m.netNonstop(음악) Home CGV(영화) 푸드채널(요리) 등 8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한참 뒤떨어져 있던 CJ가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 채널 수에서 겨우 균형을 맞춘 것. CJ미디어는 올해에도 1~2개의 채널을 신설해 채널 수를 총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CJ 쪽의 광고단가나 시청률이 오리온에 뒤지는 게 사실. 그러나 프로그램 자체 제작 능력은 CJ가 더 우수하다는 평이다. “거의 대부분의 콘텐츠를 자체 제작으로 소화하는 우리와 외국에서 프로그램을 수입해 방영하는 그쪽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봐야지 시청률과 채널 수로 1위라고 주장하면 안 된다”는 게 도전자 CJ의 변. 반면 오리온은 “영화 채널이 많아 수입 물량이 많은 것이지 다른 채널에선 우리가 더 활발하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영화채널을 뺀 뒤 자체 제작 프로그램 수를 세어봤으면 좋겠다”고 응수한다.

멀티플렉스를 비롯한 영화 관련 산업에선 ‘설탕’의 텃밭에 ‘과자’가 도전하는 모습이다. 최근 수년간 두 회사는 상영관 확보를 통한 몸집 부풀리기 경쟁을 벌여왔는데 극장사업에서는 CJ의 CGV가 130여개 스크린을 확보해 국내 최대다. 저부가가치 사업이던 극장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변모시킨 주인공이 바로 CGV. 영화시장의 규모가 연 1억명대를 넘어서는 등 한국영화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데는 CGV의 공이 컸다. 메가박스라는 브랜드로 80개 상영관을 운영하는 오리온은 CGV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후발 주자다. 메가박스는 CGV보다 2년 늦은 2000년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첫 메가박스를 개관하면서 극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영화 제작·배급·투자 사업에서는 뒤처졌던 ‘과자’가 ‘설탕’을 거의 따라잡은 모양새다. 2000년 세워진 CJ엔터테인먼트는 ‘공동경비구역JSA’ ‘동갑내기 과외하기’ ‘살인의 추억’ 등 매년 히트작을 쏟아내며 국내 최대 영화 배급사로 등극, 후발 주자인 오리온에 크게 앞서 있었다.

하지만 2002년 뒤늦게 쇼박스를 세우고 영화 산업 수직계열화에 나선 오리온이 ‘색즉시공’ ‘중독’ 등으로 잽을 날린 뒤 ‘태극기 휘날리며’의 대흥행을 통해 현재는 CJ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쇼박스와 CJ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시네마서비스와 더불어 3강 체제를 이루고 있다.

본업과 가까운 ‘먹을거리’(패밀리레스토랑)에서의 경쟁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연기획사업에서까지 부딪치고 있는 것은 라이벌 관계의 깊이를 반영한다. 오리온은 2000년 공연기획사인 제미로(현 롸이즈온 공연 부문)를 만들어 ‘오페라의 유령’ 등 굵직한 뮤지컬을 선보이며 공연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리온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한 분야에서 텃밭을 만들어가는 걸 CJ가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CJ는 최근 CJ엔터테인먼트에 공연사업부를 별도로 구성해 공연기획 제작 사업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CJ와 오리온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실무자들은 상대 기업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다. 상대가 ‘더티’하게 장사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실무자들까지도 부딪치고 있는 것은 두 기업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일 게다. CJ미디어-CJ엔터테인먼트-CGV, 온미디어-쇼박스-메가박스는 영화 및 음반 제작·배급·유통, 케이블, 위성방송을 망라하는 시장을 놓고 텃밭을 지키고 빼앗는 치열한 경쟁을 계속 벌여나갈 것 같다. 수년 뒤 ‘설탕’과 ‘과자’ 중 누가 더 활짝 웃고 있을지 궁금하다.

CJ vs 오리온 ‘멀티미디어 쟁탈전’




주간동아 431호 (p28~29)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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