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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SAR(탐색구조) 특명! 조종사를 구조하라

전투기 사고 현장 1차 투입 ‘공군 119’… 유사시 적지 투입 정예요원들 특수교육 이수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SAR(탐색구조) 특명! 조종사를 구조하라

SAR(탐색구조) 특명! 조종사를 구조하라

암벽에 걸려 부상한 조종사를 구조하는 훈련.

해군의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수중 파괴반)나 심해잠수를 전문으로 하는 SSU(Ship Salvage Unit·해난구조대), 그리고 고공 낙하를 주특기로 하는 육군의 특전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SAR’로 불리는 공군의 특수부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AR는 ‘탐색구조’를 뜻하는 영문 Search And Rescue의 약어로, SAR 부대는 피격이나 사고를 당한 전투기 조종사를 구조하는 일을 주 임무로 한다.

산이나 바다에 떨어진 조종사를 찾아내 구조하는 데는 저공과 저속, 제자리 비행이 가능한 헬기가 적합하다. 따라서 이 부대는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 그리고 조종사를 구조해내는 구조사로 구성된다. 사고 소식이 들어오면 두 명의 조종사와 한 명의 정비사, 그리고 두 명의 구조사가 헬기로 출동한다. 이중에서 주목할 사람이 ‘PM (Paramedic·낙하산을 타는 의무 요원)’으로 불리는 구조사이다.

구조는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므로 구조사는 전원 부사관으로 편제한다. 이들은 ‘탐색구조전대’로 불리는 SAR 부대 안에서 대대급인 ‘항공구조대’를 구성하고 있으나,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전사가 13명으로 팀을 이뤄 움직이는 데 반해, 이들은 2명 1조로 움직인다. 구조는 적지는 물론이고 산과 들 바다 어디에서나 이뤄질 수 있어 이들은 특전사의 고공낙하와 UDT의 스쿠버 교육을 이수한다. 육군 특전사가 검은 베레모를 쓰는 데 반해, 이들은 자주색 베레모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9월9일 군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주한미공군의 8전투비행단 소속 F-16C기 추락사건과 지난 3월11일 서산 천리포 앞바다에서 일어난 한국 공군 10전투비행단의 F-5E기 두 대의 공중충돌 사건은 구조사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준 계기였다. F-16C기 조종사인 케빈 디딕 대위는 비행착각을 일으켜 과도하게 아래로 내려갔다가 바다와 충돌했는데, 충돌 3초 전 그는 비상탈출했다.

그로부터 40분 후 이재욱 소령이 이끄는 한국 공군의 탐색구조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다. 조종사는 3일치의 비상식량과 1인용 고무보트, 무선 호출기 등 다양한 생존물품이 들어 있는 ‘서바이벌 키트’를 갖고 비상탈출한다. 의식이 멀쩡했던 디딕 대위는 1인용 고무보트를 펼쳐놓고 그 위에 앉아 무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구조헬기는 구조사인 서기주 상사를 내려보내 디딕 대위를 구조해냈다.



긍지와 자부심 ‘자주색 베레모’ 착용

한국 공군의 F-5E 두 대가 공중 충돌했을 때도 40여분 만에 SAR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무선 신호가 포착되지 않았다. 구조사들은 고무보트를 내려 물속까지 뒤졌지만, 4월10일 철수할 때까지 조종사의 유해를 찾는 데 실패했다.

전투기가 산과 충돌했을 때는 더욱 참혹하다. 더구나 조종사가 산과 충돌하는지도 모르는 채 사고를 당하면, 전투기는 모래에 꽂힌 화살처럼 꼬리 엔진 부분만 ‘살짝’ 밖으로 내놓고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따라서 헬기로 산 위를 수백 바퀴 돌아도 ‘점’에 불과한 꼬리 엔진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구조사인 김영배 상사는 “그래도 현장만 찾으면 그런 사고에서는 산산이 흩어진 조종사의 유해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SAR(탐색구조) 특명! 조종사를 구조하라

탐색구조전대는 헬기와 고무보트 등을 이용해 바다에 떨어진 조종사를 찾는다. 2003년 9월9일 한국 공군의 탐색구조전대가 구조해준 미 공군의 디딕 대위가 부대에 돌아가 환영을 받고 있다(등이 보이는 사람, 맨 오른쪽).

이러한 사건을 통해 투영되는 SAR 부대의 인상은 ‘공군의 119’이다. 구조사와 탐색구조전대는 사람을 살리는 ‘부드러운’ 특수부대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가 되면 이 부대원은 ‘닌자(忍者)’로 변해야 한다. 이 부대의 강경한 중령도 “SAR는 본래 닌자 임무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강조했다.

1940년 아직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고 있던 미국의 육군 항공대(공군의 전신)는 유럽 전쟁에서 다수의 항공기가 적진에서 격추되는 것을 보고 비상탈출한 조종사를 구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산림청의 진화대 요원들이 낙하산을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산불이 발생하면 이들은 낙하산을 타고 위험지역에 들어가 주민을 대피시키고 맞불을 놓아 산불을 진압했다.

미 항공대는 젊은 군의관인 레오 마틴 대위를 산림청에 보내 고공낙하를 익힌 후 적지에 떨어진 조종사를 구조해오는 임무를 맡겼다. 의사였던 마틴에게는 고공낙하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했으므로 미군의 구조사를 ‘PJ(Para Jumper·낙하산을 타는 사람)’로 불렀는데, 이것이 SAR 부대의 시작이다. 그러나 한국 공군은 6·25전쟁이 끝난 1958년에야 군인에게 SAR 임무를 맡겼으므로, 응급처치 등 의료 행위를 익히는 것이 더욱 중요해 구조사를 PM으로 부르게 되었다.

현대전은 공중에서 시작된다. 미사일과 항공기로 수십·수백파(波)의 공격을 퍼부은 뒤 비로소 지상군을 투입한다. 이때 적의 미사일 등에 맞아 추락한 전투기에서 비상탈출한 조종사를 구해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연속해서 작전에 투입되는 조종사들의 ‘사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전쟁 초기는 위험도가 높아, 속도가 느리고 무장이 약한 구조헬기로는 단독으로 적진에 들어갈 수 없다.

때문에 미 공군은 강력한 ‘구조 편대’를 구성한다. 이 편대는 야음을 틈타 침입하는데 이때 ‘총사령관’은 후방 지역에 떠 있는 공중경보기, ‘선봉장’은 F-16 등 전투기 편대가 담당한다. F-16 편대가 총사령관에게서 정보를 받아 적기를 제압하며 ‘하늘 길’을 뚫어주면 지상 공격기인 A-10 편대가 2파로 나서 구조헬기를 공격할 수 있는 대공무기 등 지상 장애물을 파괴한다. 그리고 구조헬기가 A-10의 엄호를 받으며 적진으로 들어가 2명 1조의 구조사를 내려놓는 것이다.

적진에 떨어진 조종사가 보내는 무선 신호는 적군에게도 수신된다. 그 즉시 적군은 조종사를 추적할 것이므로, 신호를 보낸 조종사는 신속히 은신처를 바꿔야 한다. 따라서 구조사도 조종사가 옮겨간 위치를 모르기는 마찬가지가 된다. 구조사는 적과 조우할 것을 각오하고 탐색에 들어가는데, 이때 적 수색대와 조우하면 조용히 해치우는 ‘스나이퍼(Sniper·저격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닌자처럼 조종사를 찾아내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오는 것이다.

‘전쟁터의 닌자’ 전략보강 시급

미 공군의 347 탐색구조비행단은 1999년 코소보 전쟁에서 보스니아 수색대를 5분 차이로 따돌리고 격추된 F-117 조종사를 구조해냈다. 그러나 한국 공군의 탐색구조전대에게는 이러한 전력이 없어 휴전선 남쪽에서 ‘공군의 119’는 될 수 있어도 ‘전쟁터의 닌자’는 될 수 없다. 미 공군은 오산기지에 33탐색구조대라는 작은 SAR 부대를 두고 있는데, 지난해 미국은 “탐색구조를 포함한 10가지의 임무를 2006년쯤 한국군에 넘기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닌자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탐색구조 임무를 이관받는다면, 한국 공군은 ‘유사시 전투기 조종사를 구조해낼 수 있을 것인가’란 실질적이고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때문에 하루빨리 탐색구조 전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A-10기 정도는 아니지만 적 지상군을 공격할 수 있는 공격헬기를 도입해 탐색구조전대에 배치한다면, 어느 정도 닌자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에서는 공격헬기를 육군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어, 공군에 이를 배치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장차 한국군이 사용할 모든 헬기를 자체 개발해 생산하겠다며 KMH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으로 생산되는 헬기도 공군의 탐색구조전대에 배치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미군의 탐색구조 임무 이관에 대비해야 하는 탐색구조전대장 한태희 대령은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

“KMH 기동헬기가 생산될 즈음 공군의 구조헬기도 수명을 다해 교체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헬기가 개발되면 공군에게도 제공되었으면 한다. 또 KMH의 공격헬기가 개발된다면 역시 공군에도 배정돼 탐색구조전대가 실질적인 조종사 구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주국방을 추진한다면 국방부와 공군은 탐색구조전대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간동아 431호 (p24~25)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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