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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기장’은 인류의 수호천사

우주공간의 엄청난 고에너지로부터 지구 보호 … 자기장 없다면 생명체 존재 힘들어

  •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times.co.kr

‘지구 자기장’은 인류의 수호천사

‘지구 자기장’은 인류의 수호천사
1970~80년대는 가히 로봇만화의 전성기였다. 극장과 방송국 어린이 프로그램에는 거대한 로봇과 그 조종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가 방영돼 어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생각해보면 만화 스토리는 참으로 간단했다.

‘빛나는 풍요의 별’ 지구를 정복하려는 우주 정복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어김없이 침략을 감행한다. 믿을 것은 정의의 사도인 로봇뿐. 멋진 반짝이 의상을 입은 태권소년이 직접 조종하는 로봇은 수세에 몰리다가도 필살의 한 방으로 어김없이 적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했다.

당시 로봇은 아이들의 꿈이자 영웅이었다. 지구를 지키는 수호자가 남산 한 모퉁이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며 뒷산을 헤매다가 길을 잃어 미아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때 어른들은 왜 말해주지 못했던 걸까. 사실 지구의 수호신은 뒷산 동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발밑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지구 자기장(terrestrial magnetism)’이라는 약간 낯선 존재가 실은 온 지구를 지키는 수호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구는 거대 발전기 보유한 자석

‘지구와 너무나도 닮아 형제가 아닐까 의심받는 별 화성에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본격적인 화성탐사가 시작되기 전 과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화성에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생명체가 살고 있고, 그들이 거대한 운하를 건설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바로 이런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곧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는데, 이는 화성에서 자기장이 측정되지 않는다는 탐사결과 때문이었다.



평온해 보이는 우주공간은 실은 매우 험악한 환경이다. 자기장을 생명체 존재의 중요한 조건으로 삼는 이유는, 자기장이 혹독한 우주환경에서 별을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막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구 주위 우주만 해도 태양에서 뿜어져나온 고에너지 입자들로 가득 차 있다. 보통 태양 폭발로 알려진 태양 플레어의 경우 5~10분의 활동에 수소폭탄 100만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어림잡아 미국이 10만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에 이른다. 1000만℃까지 가열되는 초고온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초당 500~1000km의 속도로 뿜어져나오니 주변이 온전할 리 없다.

만일 생물이 이런 고에너지 입자에 그대로 노출된다면 세포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형체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는 어떻게 안전할 수 있는 걸까.

철과 니켈로 이뤄진 지구의 외핵은 수천 ℃에 이르는 내부 온도에 의해 유체 (流體)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것이 열대류운동을 하면서 유도전류를 발생하고 이 때문에 지구 주변에 거대한 자기장이 형성된다. 즉 지구는 내부에 거대한 발전기를 가지고 있는 초대형 자석인 셈이다.

이 자기장은 태양에서 날아온 우주입자를 끌어당겨 주변에 잡아두는 역할(반알렌대)을 하는 한편, 마구잡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고에너지선을 일정한 통로를 통해 받아들여 소화하기도 한다. 즉 전하를 띠고 있는 우주입자들이 지구 표면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극지방으로 이동하면서 지구 내부로 유입된다.

새들의 방향 찾는 능력도 자기장 덕

이 덕분에 지구는 샤워기의 물줄기처럼 쏟아지는 고에너지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반면 화성의 내부 핵은 완전히 굳은 고체로 자성을 잃었기 때문에 자기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혹독한 우주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생명을 잉태하지 못한 불임행성으로 오늘에 이른 셈이다. 그러니 지구 자기장은 가히 지구를 지키는 수호신이라 할 만하다.

지구 자기장은 밖에서 가해오는 위협에 대한 보호자 역할뿐 아니라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비둘기의 귀소본능이나 철새가 길도 잃지 않고 먼 여행을 하는 비결이 지구 자기장에 있음을 설명한 바 있다.

1979년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둘기의 경우 머리뼈와 뇌의 경막 사이에 자석과 같은 물질이 있어 지구 자기장을 따라 방향을 잡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둘기의 강한 귀소본능은 바로 이 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비둘기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몸에 자석을 붙였을 때 원래의 목적지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구 자기장’은 인류의 수호천사

NASA의 화성탐사선 오디세이호가 최근 특수카메라로 촬영한 화성의 남극 사진. 철새들은 자기장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수천km를 정확하게 비행할 수 있다(왼쪽부터).

지구를 반 바퀴 이상 돌아 이동하는 철새도 마찬가지 능력을 갖고 있다. 2001년 11월 영국의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빠귀 나이팅게일이라는 철새는 생체 자기장 지도를 가지고 있어 북유럽의 스웨덴에서 출발, 1500km에 이르는 사하라 사막을 건너 아프리카 중남부까지 날아간다’고 한다. 곤충인 벌조차 지구 자기장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생명체라면 내부에 나침반을 가지고 있어 동서남북을 구별한다는 것이다.

자기장을 이용하는 능력이 비단 새나 곤충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장에 대한 감별 능력은 퇴화했지만 인간도 다양한 기술에 지구 자기장을 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확한 지구 자기장 방향 정보를 가지면 곡사포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또한 좁은 해협에 지구 자기장 관측점을 설치해두면 그 변화를 통해 잠수함의 통과 여부를 포착할 수도 있다. 게다가 지구 자기장의 차이를 관측해 지하 매설물에 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이를 이용하면 지하 광물자원의 탐사도 가능하다.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인공위성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지구 자기장 관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세계 200여곳에서 지구 자기장을 연속적으로 측정하고 있으며 모든 측정값은 국제지구 자기장 및 대기물리학회의 관리 아래 세계 지구 자기장 관측센터에 보관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임무택 박사는 “지구 자기장 연구는 특히 항공우주 및 첨단무기 기술에 폭넓게 응용된다”면서 “지구 자기장의 미묘한 변화를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일은 기상 관측하는 일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425호 (p74~75)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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