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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작전 명령! 정보·돈 갈증 극복하라

자이툰사단 온갖 위험과 불편함 파병 악조건 … 0.6% 피해 통계 年 21.6명 희생 걱정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작전 명령! 정보·돈 갈증 극복하라

작전 명령! 정보·돈 갈증 극복하라

2월23일 경기 광주시 특전교육단에서 열린 자이툰사단 창설식에 참가한 장병들. 이들은 정보와 예산 부족이라는 악조건을 돌파해야 한다.

2월23일 자이툰사단 창설식이 열림으로써 이라크 파병에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군의 걱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문제는 바로 희생. 국민들은 군인의 희생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면 국익에 관계없이 철군을 주장할 것이므로, 국방부는 자이툰사단이 최소 희생으로 최대 국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파병 장병 중에서는 희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경우를 참고해 0.6% 정도의 비율로 희생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3600명이 이라크에 주둔하면 교전이나 테러·사고 등으로 연간 21.6명이 죽거나 다칠 것으로 추정한다.

희생을 좀더 줄이려면 자이툰사단은 키르쿠크를 주도(州都)로 한 타민주의 정치 역학관계를 손금 보듯이 읽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물론이고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조차 타민주의 상황에 대해 자신하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CIA(중앙정보국)와 NSA(국가안보국) 같은 민간정보기관은 물론이고 INSCOM(미육군 정보사)과 SOC(미육군 특전사) 등 군사정보기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망을 구축해왔다.

정보 충분해도 당하는 미군

이라크전이 벌어지는 동안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이라크군의 통신정보 감청(SIGINT) 활동과 이동모습 촬영(IMINT) 활동을 수행해온 미국은 종전 이후 이라크 제(諸)정파의 역학관계에 정통한 사람을 포섭해 정보를 뽑아내고 조정하는 HUMINT(인간정보) 활동을 벌여왔다. 정보당국이 막대한 돈을 뿌려가며 HUMINT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도 미군은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테러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전 명령! 정보·돈 갈증 극복하라
문제는 자이툰사단이 이러한 정보망도 없이 현지로 간다는 점이다. 자이툰사단을 위해 정보활동을 해줘야 할 국정원과 정보사는 이라크에 한국군이 파병되는 상황을 상상해본 적이 없으므로 이렇다 할 정보원을 만들어놓지 못했다. 국정원은 안기부 시절인 1980년대까지는 이라크에 한국인 근로자가 많았던 관계로 이라크에서 HUMINT 활동을 벌였지만, 1990년 걸프전 이후 이 정보망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파병이 확정되자 국정원과 정보사는 HUMINT 활동에 협조할 현지 정보원 확보에 들어갔으나 돈과 연줄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관계자들은 “최소 희생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려면 자이툰사단이 현지에 도착하기 전 그 지역의 제정파에게 ‘한국군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 재건을 도우러 왔다’는 것을 분명히 전파해야 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사소한 오해가 커져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키르쿠크에는 크게 자치권을 쟁취하려는 쿠르드계와 쿠르드계가 자치권을 갖는 데 반대하는 아랍계가 대립하고 있다. 자치권을 원하는 쿠르드계에서는 ‘누가 수장이 되느냐’를 놓고 100여개가 넘는 세력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자이툰사단이 도착하면 이들은 자이툰사단의 힘을 얻기 위해 접근하거나 아니면 ‘신고식’을 치러주는 차원으로 기습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 이때 자이툰사단이 특정 정파와 가까워져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해 다른 세력으로부터 미움을 받거나, 선제공격을 하지 않은 세력에게 잘못 응징 보복을 하게 되면 사태가 크게 나빠질 수도 있다.

이를 피하려면 자이툰사단이 가기 전 정보기관이 현지의 주요 세력을 만나 “한국군과는 싸우지 말자”는 제안을 해야 한다. 이런 공작에는 상당한 공작비가 드는데, 이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을 앞둔 한국의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작전 명령! 정보·돈 갈증 극복하라

조영길 국방부 장관과 함께 부대를 사열하는 황의돈 자이툰사단장(가운데). 그가 가져가는 친한화 사업비는 턱없이 적다.

“국정원과 정보사에서 HUMINT를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보니 별별 안건이 다 검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MBC의 이진숙 기자나 KBS의 구수환 PD가 이라크 현지취재를 많이 해왔으니 그들이 갖고 있는 정보원을 활용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모든 작전의 기본은 정보인데, 자이툰사단은 정보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파병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자이툰사단 파병과 관련해 두 번째로 거론되는 큰 문제점은 친환화(親韓化) 사업비의 절대 부족이다. 자이툰사단이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재건을 돕기 위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을 취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황의돈 자이툰사단장은 친한화 작업을 원활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두둑한 ‘지갑’을 갖고 가는 것일까.

대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황사단장이 친한화 사업 등을 위해 가져가는 돈은 합참과 육본이 친한화 사업비 명목으로 책정해놓은 각각 9억2000만원과 5억원, 그리고 합참이 민사작전비 명목으로 배정해놓은 23억원 등 모두 합쳐 37억2000여만원이 전부다. 37억원은 다리 하나 정도를 만들어줄 수 있는 돈에 불과하다.

성공적 민사작전 국익과 직결

2월25일 국방부는 “자이툰사단 파병 예산을 25% 인상한 2870억원을 잠정 책정해 기획예산처와 협의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2870억원을 어디에 쓰기에 친한화 사업비가 없다고 조르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 궁금증은 2870억원 중 1484억원은 장병들의 봉급과 현지의 막사 건설비·급식비 등 경상비로 나가고, 812억원은 방탄조끼와 신형 헬멧·사막복 등 장비 구입비로 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맥없이 풀리고 만다.

3600명의 파병 장병은 민항기를 전세 내 이라크로 이동하고, 장갑차와 트럭 등 각종 장비는 해군 상륙함이나 민간선박을 빌려 수송한다(장갑차와 트럭 등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새로 구입하는 게 아니고 각 부대에서 쓰는 것을 차출해 가져간다). 이러한 수송비 등으로 지출되는 것이 나머지 574억원이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병사들의 양식을 줄여 친한화 사업비로 전용하겠다는 생각을 품지 않는 한 2870억원은 쳐다볼 수도 없다”라고 지적한다.

2870억원의 예산이 배정되는데도 파병 장병들은 점심을 전투식량으로 때워야 한다. 이유는 예산 부족. 쌀이나 김치처럼 장기보관이 가능한 식량은 한국에서 가져갈 수 있지만, 상하기 쉬운 채소 같은 부식은 현지에서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현지 사정상 부식 구입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부식 마련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을 것이므로 국방부는 이미 국방 예산으로 구입해둔 전투식량을 이라크로 가져가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위험과 불편함을 무릅쓰면서 한국이 자이툰사단을 파병하는 이유는 국익 때문이다. 키르쿠크를 중심으로 한 타민주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6%가 매장돼 있는 세계적인 유전지대다. 따라서 자이툰사단이 성공적으로 민사작전을 수행하면 한국기업들은 유전과 관련한 각종 사업권을 따내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미국과 유엔 등은 2007년까지 약 560억 달러를 들여 이라크를 복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자이툰사단이 성공적으로 민사작전을 수행하면 한국기업들은 더욱 쉽게 이 공사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이라크 파병은 앞으로의 20년을 결정하는 대도박이 될 것이다. 자이툰사단은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위험지역에서 적은 예산과 그 예산보다도 더 적은 정보를 갖고 친한화를 위한 민사작전에 들어간다. 현재로서 믿을 수 있는 것은 특전사 요원들의 임기응변뿐이다. 20대에서는 한두 살만 많아도 위기대처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군대는 20세 전후의 젊은 병사들로 구성돼 있지만, 자이툰사단은 20대 중·후반의 중·상사로 편제돼 있다. 이들이 예산 및 정보 부족이라는 현실을 잘 극복해준다면 한국은 장밋빛 미래를 열어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425호 (p34~35)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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