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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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재배치’ 미국 입장에서 보니

  • 이해영 / 한신대 교수

    입력2004-02-13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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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재배치’ 미국 입장에서  보니
    이미 알려진 것처럼 미2사단이 재배치되고 용산기지가 한강 이남으로 이전된다. 그런데 전체 국회의원의 절반 가까운 147명, 주로 야당의원들이 이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유는 내·외국인의 안보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나아가 가뜩이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5만발, 50만발’론도 제기된다. 유사시 북한의 장거리포가 수도 서울에 시간당 5만발, 하루 50만발을 쏘아댈 텐데 미군이 사정거리 밖으로 빠지면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는 말이다. 또 한미연합사의 용산 잔류 부지에 대해 미국이 요구한 28만평이 아니라 17만평을 주장하다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고작’ 땅 10만평 때문에 현 정부가 안보 공백을 자초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 견제와 대북 선제공격의 옵션 강화 속셈인 듯

    반면 이 문제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외국군 기지를 눈에 안 띄는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시민 휴식공간을 조성하면 ‘미관상’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서울에 주둔한 미군기지를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외국군이 주둔’한 것으로 비유한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처음부터 남을 생각도 없으면서 남을 것처럼 땅 28만평을 요구해 협상 끝에 천문학적인 기지 이전 비용을 고스란히 한국에 전가한 미군의 ‘얄미운’ 처신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안보 공백론’이든 ‘센트럴파크론’이든 중요한 사실은, 아전인수격의 희망사항이 아니라 미국을 미국 입장에서 보는, 얼마 전 유행했던 말로 표현하자면 ‘내재적’ 접근법이다. 올 1월 열렸던 한·미 미래동맹회의에서의 기지 이전 및 재배치 협상에서도 확인됐듯, 한·미 협상과정에서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을 미국의 의도에 투사하는 식으로 협상에 임하는, 말하자면 지극히 ‘주관주의적’ 접근을 취해왔다.



    사실 주한미군 재배치는 해외미군 재배치의 하위변수이고, 해외미군 재배치는 미국의 세계전략, 그중 국방전략의 하위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미국의 세계전략 중 아시아 전략의 한 고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미 간 협상에서 좌지우지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기분으로만 보자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이 ‘비자주적’ 관계야말로 한·미 간의 엄연한 힘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냉엄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무역관계를 포함해 대개 한·미협상이 끝난 뒤 우리는 명분을, 미국은 실리를 챙겼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음을 고백하는 옹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모든 협상이 그렇듯 명분은 강자가, 실리는 약자가 챙기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제 ‘내재적’ 접근을 통해 보았을 때 미국은 왜 기지 이전과 주한미군 재배치를 원하는 것일까. 먼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들 수 있다. 부시 정권의 아시아 전략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중국 전략은 ‘경제적 동반자, 전략적 경쟁자’로 요약된다. 미국, 그중에서 미 국방성, 또 그중에서 이른바 신보수(네오콘) 세력이 관심을 갖는 문제는 있을 수 있는 중국의 역내 패권을 억지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롤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일본이 기축이 되고, 우리는 어디까지나 보조 축으로 설정된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함께 발표된 전력증강 계획에서 주한미군을 ‘동북아 균형자’로 삼겠다는 컨셉트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주한미군을 대북방어라는 한정된 목표에 묶어두지 않고, 럼스펠드 독트린에 입각한 기동성을 강화해 동아시아 지역 내의 전략적 목표, 곧 중국을 겨냥한 지역방위군으로 재정의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역시 대북 선제공격 옵션의 강화다. 최근의 ‘작전계획 5030’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공세적 방향으로 변화해온 미 국방성의 한반도 전략에서 보자면, 주한미군 재배치는 어디까지나 방어 개념에 기초한 대북 억지력 확보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대북 선제공격력 강화라는 맥락 속에 위치한다. 사실 미2사단이 이른바 ‘자발적 인질’의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할 때, 이러한 의도하지 않은 부담으로부터 2사단을 분리시켜,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해놓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보면 주한미군 재배치와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의 또 하나의 일방주의라는 문맥 속에 놓인다. 누가 아는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주한미군을 따라 한국군도 대만에 파병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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